불법 스포츠 도박에 목숨 거는 사람들...시장 규모만 연간 20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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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 도박에 목숨 거는 사람들...시장 규모만 연간 20조 원
  • 취재기자 김민성
  • 승인 2018.05.0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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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높아 청소년 피해자 속출, 사채까지 끌어다 6000만 원 잃기도..."합법 스포츠 토토로 유도해야"/ 김민성 기자
불법 스포츠 도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전하지 않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청소년들도 빠지고 있다. 배당률이 높은 불법 도박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한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이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들이 입는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불법 도박은 접근성이 좋아 장까지 내팽겨치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뛰어드는 사람이 적지 않고 10대 청소년들조차 게임하듯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은 2011년 7조 6103억 원에서 2015년 21조 8119억 원으로 4년만에 약 3배 가까이 몸집이 커졌다. 다른 불법 하우스 도박이나 사행성 게임장 시장 규모는 각각 67.5%, 22.6% 감소했으나 스포츠 불법도박만 오히려 크게 성장한 것. 

많은 사람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때 스포츠 도박에 열중했던 정민기(25, 경남 양산시) 씨는 스포츠 도박의 승부는 운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전했다. 정 씨는 "도박을 하다 보면 자신이 구단과 선수의 전력에 대한 공부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돈을 더 크게 따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마련"이라며 "운으로 정해지는 사다리타기, 주사위 등 단순한 사행성 게임보다 스포츠 도박은 연구에 공을 들인 시간과 돈을 따낼 확률이 비례할 것이란 착각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유럽챔피언스축구 16강 전이 치러지기 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연구팀이 16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는 축구전문가, 도박전문가, 그리고 축구와 도박을 전혀 모르는 사람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눴다. 연구팀은 이 세 그룹에게 2012 유럽챔피언스축구 16강전 경기에 베팅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세 그룹의 베팅 성적은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결국 스포츠 도박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경기 지식과 분석 여부가 아닌 오로지 '운'에 좌우된다는 것.

사람들이 합법인 스포츠 토토를 이용하지 않고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지는 다른 이유로는 '배당률' 때문이다. 배당률은 돈을 걸어서 이겼을 때 지급되는 금액의 비율을 말하는데, 불법 도박은 합법 스포츠 토토를 이용할 때보다 배당률이 높아 더 많은 돈을 따갈 수 있다는 신기루를 만든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더 많은 경기에 걸게 되면서, 불법 스포츠 도박은 훨씬 불확실한 결과에 큰 돈을 걸도록 유인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밝혔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모바일로도 베팅이 가능하다. 이종우(20, 경남 양산시) 씨는 불법 도박은 접근성이 뛰어나 미성년자들도 도박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씨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용돈을 모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베팅하곤 했다"며 "친구가 한 번은 8만 원으로 180만 원까지 돈을 불렸다가 한꺼번에 그 돈을 다 날렸다. 그 친구는 날린 돈을 복구한다고 부모님 통장에서 돈을 빼 도박을 했는데 그 돈까지 다 날려서 학교가 뒤집어진 적도 있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불법 도박 문제로 센터에 상담하러 오는 청소년의 13.6%는 1000만 원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6000만 원 가까운 손실을 봐 사채를 쓴 청소년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 문제로 빚을 지고 관련 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일도 잦다.

김지훈(22, 경남 양산시) 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대부분이 사기를 친다고 증언한다. 김 씨는 "베팅을 하려고 돈을 계좌로 부치면 IP를 차단해 버려 돈을 날리는 일이 많다. 한창할 때는 베팅에서 돈을 땃는데 사이트가 갑자기 없어져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있어도 불법이라 대처할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불법 스포츠 도박이 성행하는 이유로 정부에서 스포츠 토토를 독과점한 탓이라는 대중들의 반응도 나왔다. 김민재(22, 경남 양산시) 씨는 "나라에서 도박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환수율을 적용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수익률이 높은 불법 사이트를 찾는 것"이라며 "합법인 스포츠 토토의 독점 체제를 깨 2~3개 회사가 복수로 운영하도록 한다면 회사 간 경쟁으로 인해 배당률이 높아질 것이며, 그 만큼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 날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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