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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기에 더욱 빛났고 용기 있던 다자키 쓰쿠루를 보며 / 이도현

기사승인 2018.05.09  23: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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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많이 남을 때는 항상 교보문고로 가서 책 제목을 이리저리 보고 다닌다. 서평을 미리 보고 책을 사러 가면 읽을 때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산 그날도 어김없이 서점을 둘러보고 있었다. "색채가 없는"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을 본 즉시 책을 집어서 카운터로 갔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기 시작했다. 당시의 나는 아마 '색채가 없는'이란 말을 ‘평범하다’라고 인식했기에 책이 더 끌렸던 것 같다.

"나는 결국 혼자 남겨질 운명일지도 모른다. 쓰쿠루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다가왔다가 이윽고 사라진다. 그들은 쓰쿠루 속에 무엇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을 찾지 못해, 또는 찾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체념하고(또는 실망하고 화가 나서) 떠나 버리는 것 같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설명도 없고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없이. 따스한 피가 흐르고 아직도 조용히 맥박 치는 인연의 끈을 날카롭고 소리 없는 손도끼로 싹둑 잘라 버리는 것처럼." -본문 中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일본판 표지 일부분(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쓰쿠루의 친구들은 모두 이름에 아카(빨강), 아오(파랑), 시로(흰색), 구로(검정)라는 색채가 있었고 그 색채에 어울리는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자키 쓰쿠루의 이름에는 색채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쓰쿠루의 과거를 보면 항상 쓰쿠루는 본인은 평범하고 친구들은 개성이 넘친다고 생각하며 색채가 있는 친구들을 항상 부러워했고 좋아한다. 사실 친구들은 쓰쿠루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쓰쿠루는 항상 쿨하고 배려심 넘치게 보였기 때문이다.

평범함은 항상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게 만든다. 나도 그랬다. 주변의 친구들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개성이 뚜렷하다. 나는 항상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친구들에 비하면 난 항상 평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 평범함이 바로 내 장점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한 쪽의 색을 띠지 않기에 어느 누굴 만나도 잘 맞춰가면서 문제없이 그 사람의 색깔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상실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영원히 완벽한 공동체를 이룰 것 같았던 이 관계는 그가 도쿄의 대학교로 진학한 후 무참하게 무너진다. 친구들에게 이유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거부당한 것이다. 그는 그룹의 거부를 ‘색채가 없는 자신이 그 그룹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리며 깊은 인간관계를 갖는 것을 포기한 채로 살아간다.

책을 읽던 때 난 '사회복무(군복무를 대체하는 공익근무 형태 중 하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인간관계보다는 인간관계의 상실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항상 있었던 학교라는 집단을 인생에서는 처음으로 떠났던 때였고, 친구들도 모두 군대로 갔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때 나는 소외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과하면 독이 된다. 나는 인간관계가 시작될 때 끝을 함께 생각했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그 상황이 왔을 때를 두려워했다.

이 생각에 대한 결론은 결국 내 스스로는 내리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후 친구들이 전역하고 복학이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싶을 정도로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 같다.

쓰쿠루가 순례를 떠난 해

쓰쿠루는 자신이 처한 상실을 계속 덮어두며 살아간다. 도저히 그것에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6년 후 여자 친구 사라의 말에 용기를 얻어 자신이 처했던 상실과 마주하러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날 때마다 한 가지 단서가 주어졌다. 아카와 아오를 만날 때 자신이 거부된 이유와 구로, 시로의 소식을 알게 되었고 여자 멤버인 구로를 만날 때는 당시의 상황, 자신이 거부되어야만 했던 정확한 이유, 그 이후 그룹의 해체 등 모든 단서가 정리되었다. 그가 집단에서 거부당한 이유는 시로가 그에게 강간당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친구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혼이 나간 듯한 시로의 상태를 보고 그룹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쓰쿠루를 거부했다. 하지만 쓰쿠루가 나가자 완벽할 줄 알았던 집단은 미세한 균열이 점점 번지며 해체되었다.

시로가 6년 전에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쓰쿠루는 더 알려는 의지를 포기한 채 순례를 끝내면서 소설이 열린 채로 끝난다. 이게 소설의 결말이지만 나에겐 결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뒤에 시로가 살아서 친구들이 가진 단서에 대한 모든 해답을 내어주어야 이야기가 마무리가 될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로는 죽었고 순례는 끝난다. 다소 허무하고 찝찝했다. 하지만 그 것으로 충분했다. 16년간 묻어둔 두려움을 맞이하는 쓰쿠루를 보며 내가 가진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에 약간의 해답을 얻었다.

그의 순례는 친구들과의 끊어졌던 관계를 아주 잠깐 붙여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쓰쿠루도 결국엔 다시 혼자로 돌아왔을 것이다. 인간관계란 결국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그저 이 맺어짐과 끊어짐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쓰쿠루는 자신을 향해 말했다. 애당초 텅 비었던 것이 다시 텅 빌 따름이 아닌가. 누구에게 불평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와 그가 얼마나 텅 빈 존재인가를 확인하고, 다 확인한 다음에는 어딘가로 가 버린다. 그 다음에는 텅 빈, 또는 더욱더 텅 비어 버린 다자키 쓰쿠루가 다시금 혼자 남는다. 그뿐이지 않은가." -본문 중에서.

부산시 진구 이도현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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