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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가 한국경제에 엘도라도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감에 설렌다

기사승인 2018.05.05  00: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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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주간 강성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온 국민들에게 감동의 돌풍을 일으키고 난 며칠 뒤, 스마트폰 유튜브의 한 팟캐스트 인트로 화면에 이런 제목이 떴다. "문재인을 구속하라." 평소 진보진영 패널들이 자주 등장해 친 문재인 정부 ‘시사 수다’를 떠는 팟캐스트로 이름을 얻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가 싶어 클릭해 들어봤다. 내용인 즉슨-.

문 대통령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훔친 절도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또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뒤 주위의 강권에 의해 정치에 입문할 당시 “나는 정치에 소질이 없는데...”라고 말했다는데 이는 사기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날 그 팟캐스트 패널들은 이런 ‘중죄인’ 문 대통령에게 무거운 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20년 동안 청와대에 연금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도 나왔다. 문득 십수 년 전 한 TV 연속극이 퍼트린, 온 몸을 오글거리게 만들던 유행어가 떠올랐다. “예쁜게 죄라면 당신은 사형감이야.”

그 패널들의 희희낙락한 왁자지껄 웃음소리에 맞춰 내 얼굴에도 슬그머니 미소가 피어올랐다. 며칠전 TV 앞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연출해내는 역사적 장면들을 지켜봤던 나 역시 그 패널들과 똑같은 감격과 흥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KBS, MBC 등 공중파를 비롯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90% 가까운 응답자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긍정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80%에 육박했고 절반 이상이 김정은에 대한 인식을 종래 매우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180도 바꿨다고 응답했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을 환호하면서 박수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의 기적처럼 찾아온 한반도 봄 기운에 줄기차게 저항하는 극우 보수 인물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다. 그는 판문점 정상회담을 전후해 자신의 SNS를 통해 연일 ‘고추가루’를 뿌리고 있다. 정상회담 이벤트를 ‘위장평화쇼’라고 규정하고 김정은의 미소 전술에 속아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합의서 자체도 핵폐기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5월 3일 자유한국당 공천자 연수특강에서도 “김정은이 세 번째 호흡기를 달기 위해 문 대통령을 이용하고 있다”는 등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해묵은 이념공세도 계속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당의 대표 슬로건을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로 정한 홍 대표는 각종 집회에서 발언할 때마다 청와대 주사파 운운하며 문 대통령과 그의 측근 참모들에게 색깔론을 덮어씌우고 다닌다. 지난 2일 창원에서는 그의 수준 낮은 막말 공세에 항의하는 민중당 피켓시위대에 대해 “창원에는 원래 빨갱이들이 많지. 한 대 주 패주고 싶다”는 식의 험악한 말을 퍼부었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경상도에서는 빨갱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쓰인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필자 역시 경상도에서 태어났고 아직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고 경상도 문화에 깊숙이 젖어 있지만, '빨갱이'라는 단어를 농담처럼 사용하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아무리 친구라 하더라도 남을 '빨갱이'로 지칭할 때는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그 단어에 흉포한 적의가 들어있다.

지난 3월 22일자 시빅드론 칼럼에서 필자는 레드벨벳의 평양공연과 관련해 일부 인사가 색깔공세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예쁜 걸그룹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빨갱이 덧씌우기냐”고 비판한 적 있다. 이 때 필자가 칼럼 서두에 든 일화가 1977년 박완서의 단편소설 <돌아온 땅>이었다. 낮술에 취한 건달이 시외버스에 올라 행패를 부리는데 애꿎은 승객들을 향해 “너 빨갱이지”라는 폭언에 다들 전전긍긍한다는 에피소드다. 박완서는 이 소설에서 “”건달은 빨갱이라는 악중의 최악을 내세워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마침내 무화(無化)하는데 성공한다. 이 땅의 모든 악은 빨갱이라는 최악만 만나면 그게 설사 허상이라 하더라도 맥을 못추고 위축되는 이 땅의 특이한 풍토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박완서 소설의 취객이 그랬듯이 빨갱이는 한국사회의 원형적 분노와 공포를 자극해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마법의 용어였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친일파, 군사정권들은 폭압정치의 방편으로 이 빨갱이란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세계사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들이 잇달아 붕괴하고 한국에서도 민주 정권이 들어서면서 빨갱이란 용어의 위압적 폭력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마치 오래 앓았던 깊은 상처의 트라우마처럼 빨갱이란 말이 가져다 주는 통증은 여전하다. 홍준표는 박완서 소설속 취객과 마찬가지의 자세로 “너 빨갱이지”라는 시대착오적인 막말을 마구 쏘아대 애꿎은 국민들의 오래된 상처를 후벼파고 있는 것이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의 마구잡이 막말은 한술 더뜬다. 남북 정상회담 다음날 서울역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냈다. “미친 XXX”라는 시정 잡배들이 쓰는 육두문자까지 동원했다. 북한 이설주 여사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본 듯 김정숙 여사를 향해서도 “입을 나불거렸다”는 식의 모욕적인 언사를 남발했다.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여겨질 것 같은 우려감 때문에 입에 걸레를 물고 있는 듯한 그의 이런 막말에 비판을 하는 것 자체가 꺼려질 정도다.

일본의 저명한 심리학자 요로 다케시는 그의 저서 <바보의 벽>을 통해 “우리의 뇌 속에는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바보의 벽이 있어 알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홍준표, 조원진 등 일부 극우 보수파 정치인과 그 추종세력은 이런 심리적 바보의 벽 속에 갇혀 눈과 귀를 막고 사는 시대착오적인 외눈박이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이들 한줌도 안되는 외눈박이 바보들 외 대다수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아 이끄는 한반도 정세의 일대 방향전환에 함께 몸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너나없이 모두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통일은 어렵다 하더라도 남북이 화해 평화국면에 들어서면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강산, 백두산 등반과 개마고원 트래킹,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파리로 달려가는 유라시아 철도여행까지 꿈꾸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성장세의 한계에 도달한 한국경제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일대 도약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유력 경제 분석기관인 골드만 삭스는 통일에 준하는 남북 경제협력이 시작되면 2030년 경 남북한 경제가 미국 다음의 세계 2위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인 카이스트 김진향 교수는 납북 경협이 본격 전개되면 무려 200경(京) 원의 경제효과를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무려 3000조(兆)원의 지하자원을 가진 북한은 한국으로서 황금의 땅 엘도라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우려는 금물일 것이다. 하지만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빛의 속도로 전개되는 동북아 외교 드라머 속에서 가슴벅찬 설레임과 기대감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다. 이 질주하는 한반도 평화의 열차에 동참하지 못하고 마치 누에고치 마냥 바보의 벽에 갇혀 소음을 불러일으키고 단말마의 괴성을 지르는 일부 보수우익 인사들의 어리석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논설주간 강성보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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