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면접보러 1시간 대기" 면접비도 주지 않는 기업, 또다른 갑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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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면접보러 1시간 대기" 면접비도 주지 않는 기업, 또다른 갑질 아닌가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5.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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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칠승 의원, 면접비 지급 의무화 법안 발의..."채용비용 응시자에게 전가하면 안돼" / 조윤화 기자
지난해 열린 서울 서초구 행복 일자리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정보를 확인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임영무 기자, 더팩트 제공).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면접대상자에게 면접비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대다수 구직자는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지난달 18일 구직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일정 수 이상인 사업장은 면접 응시자에게 면접시험 응시에 소요되는 비용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채용 대상자를 확정한 경우, 불합격한 구직자에게 7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다수 구직자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실제 시행된다면 경제적 부담 완화는 물론 기업의 면접 문화도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꼭 필요한 사람들만 면접장에 불러 헛걸음하는 구직자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구직 활동에 열심인 허모(25, 부산시 연제구) 씨는 얼마 전 면접을 보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허 씨는 취업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그런데 면접관이 허 씨에게 했던 첫 질문이 희망연봉이었다. 허 씨는 이미 이력서에 쓰여 있는데 굳이 물어보기에 "이력서에 있는 그대로입니다"라고 답했더니 자기네들 조건이랑 안 맞는다고 말해 너무 황당했다. 허 씨는 “애초에 이력서를 보고 회사 조건과 맞지 않으면 아예 부르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면접비도 주지 않으면서 공연히 시간과 경비만 들게 해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전문대 졸업 후 간호조무사 일을 희망하는 구직자 김모(23, 부산시 남구) 씨도 면접을 보러 간 병원에서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김 씨는 한 시간 가까이 걸려 면접 장소에 도착해서 면접을 보기까지 또 40분 이상을 기다렸다. 장시간 기다려서 면접을 봤지만, 정작 면접은 5분 만에 끝났다. 김 씨는 면접 때 회사의 복지나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봤더니, 면접관이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따로 조율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김 씨는 "(면접관들) 질문만 하고 정작 응시자의 질문에는 답변도 안 해주는 것이 어떻게 면접일 수 있냐”며 "면접을 보러 가기까지 들인 시간과 돈, 노력을 생각하니까 서러웠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에게 면접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통계자료로도 증명된다. 지난달 10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694명을 대상으로 ‘면접 1회당 평균 지출 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80.5%)은 면접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38.6%는 ‘비용 부담으로 면접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 결과, 구직자들의 면접 1회당 지출 비용은 평균 6만 원으로 집계됐다. 거주 지역은 지방 거주자가 7만 1000원으로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5만 5000원)보다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84.2%는 기업들이 면접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면접비는 평균 4만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면접비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조근명(4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구직자들이 원해서 면접을 보러 가는 건데 회사에서 왜 돈을 줘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면접비 지급은 회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학교 3학년생 김소윤(22, 부산시 남구) 씨는 면접비 때문에 취업문이 더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 씨는 ”이 법안이 추진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깐깐하게 면접 대상자를 고를 텐데 그러면 면접 기회조차 얻기 어렵게 될 수 있다“며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은 조금 줄어들지 몰라도 길게 보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해당 법안과 관련해 "기업이 내야 할 면접비를 응시자가 지출하는 것은 또 다른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교통비, 숙박비 등 면접을 준비하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취업준비 비용이 수십만 원에 달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면접조차 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내야 할 면접비를 응시자가 지출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갑질”이라며 “기업들이 응시자들에게 면접비를 의무적으로 지급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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