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축구하다 다치면, 누가 보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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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축구하다 다치면, 누가 보상하나?
  • 취재기자 안건욱
  • 승인 2014.09.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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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동회회 늘면서 부상자 속출...스포츠 안전보험은 걸음마 수준

최근 TV에서 연예인들이 아마추어 운동 동호회 회원들과 경기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될 정도로 생활 속에서 체육 활동을 즐기는 운동 동회회 회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격렬한 운동 뒤에 부상이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치료해 줘야 하는지에 대한 보상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려가 따르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300만 명의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있으며,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고 체육 활동하는 비공식적인 인원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배로 늘어난다. 인기 야구 동호회인 ‘전국사회인야구회’ 관리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회원들이 많이 증가했으며, 우리 야구 동호회뿐만 아니라 많은 생활 체육 동호회들도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체육 활동이 늘면서 동시에 운동 부상도 증가하고 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열혈 농구 마니아 이모(23) 씨는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생활체육 활동이지만 경기를 하다보면 승부욕이 타올라 거칠어지기 일쑤고 다치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범일동에 있는 한 정형외과에는 한 달에 평균 2~3명 정도의 환자가 운동 중 다쳐서 오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운동 경기 도중 다쳐서 오는 환자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축구동아리 친선경기 모습(사진: 취재기자 안건욱)

부산에 사는 천모(22) 씨는 매주 한 번씩은 꼭 공을 찰 정도로 축구를 좋아한다. 그러나 천 씨는 당분간 축구를 할 수 없게 됐다. 천 씨가 축구 친선경기 도중 상대방과의 공중 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방의 팔꿈치에 맞아 눈 주위를 심하게 다쳤기 때문이다. 천 씨는 이 일로 스무 바늘을 꿰매게 됐고, 수술비가 약 50만 원 정도 나왔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상대방은 실수였기 때문에 자신이 보상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천 씨는 “처음에는 화도 많이 나고 어이 없었지만, 솔직히 서로 운동하다 다친 건데 보상체계가 명확히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상대방이 저런 식으로 나오니까 더 이상 얘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 친선경기 도중 부상당한 천 씨(사진: 취재기자 안건욱)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최남원(21) 씨도 아마추어 야구 경기 도중 공에 맞아 눈 주위가 찢어지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운동 경기 도중 다치면 상황이 애매해서 상대 선수에게 보상 받기가 어려운 것 같다. 상대 선수가 고의로 한 것도 아니고, 상대가 사과해서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위의 천 씨 경우처럼 통상 아마추어 생활 체육 활동 중 부상이 발생했을 경우, 보상 문제가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 차계가 미흡해서 그냥 넘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체육회 관계자 말에 따르면, 최근 들어 생활체육 활동 중 다친 것에 관해 보상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생활체육 활동 중 다친 것에 대한 보상과 관련된 특별한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우리 측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모(43) 변호사에 따르면, 격렬한 운동에 속하는 농구경기를 하다가 다친 피해자는 보상을 받지 못했는데, 비교적 덜 격렬한 배드민턴 경기 중 다친 피해자는 보상을 받은 실제 판결이 있다고 한다.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부상 위험을 경기 참여자 서로 인지하고 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는 “생활체육은 친목도모와 건강관리가 주목적을 이루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주의, 배려가 배상 책임의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일반인들 끼리 운동하다 생기는 부상에 대한 보상을 위해, 스포츠안전재단의 스포츠안전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동호회 회원이 5인 이상이어야 하고, 생활체육회에 정식 단체로 가입돼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평소 운동을 즐기는 대학생 한승완(24) 씨는 축구를 10년 넘게 해오면서 스포츠안전보험이 있다는 얘기를 최근에야 알게 됐다. 한 씨는 "하지만 정식 동호회 가입 절차도 까다롭고 실효성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포츠안전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다양한 스포츠 안전사고 예방 사업 및 스포츠안전보험 제도를 운영해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가입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관계자는 “스포츠안전보험에 대한 조건의 완화와 홍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활체육회 관계자 역시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생활체육 활동 부상 문제에 대한 명확한 보상 관련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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