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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아이돌 팬덤 문화...음란물과 다름없는 ‘알페스’ 만연

기사승인 2018.05.01  00: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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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골적 동성 성관계 묘사한 팬픽 위험 수위…주요 향유계층은 ‘10대’ / 정인혜 기자

“이건 형을 위한 음악이었어. 오직 형만을 위한.” △△는 붉은 ○○의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아읏..” ○○가 신음을 흘리자, △△도 잠깐 놀란 듯 움찔했다. ○○도 △△도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는 ○○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고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 △△를 받아들이는 것인지 간간히 숨을 쉬며 혀를 꼬아댔다. 순식간에 두 번째 칸 안은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찼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외설물처럼 보이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성인 인증은 당연히 필요없다. 작 중 주인공은 한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해당 그룹을 좋아하는 ‘팬’은 ‘팬심’이라는 명분하에 이 같은 글을 적어 다른 팬들과 공유하고 있다.

연예인을 소재로 한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합성 사진, 그림, 웹툰에서부터 소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팬덤에서는 이 같은 콘텐츠를 총칭,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라고 부른다. 이 중 ‘Slash’는 남자 동성애 커플링을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한 마디로 알페스는 실존 남성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동성애 콘텐츠를 창작한다는 뜻이다.

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수위 높은 소설이다. 건전한 내용을 담은 소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자극적인 표현과 지나친 성적 묘사가 담겼다는 점에서 이를 ‘야설(야한 소설)’이라 칭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팬픽(Fan Fiction,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팬들이 쓰는 소설)’의 하위 개념이다.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를 주인공으로 수위 높은 동성애 콘텐츠를 만드는 '알페스' 문화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문제는 알페스 문화의 주요 향유계층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가수 이름만 검색해도 관련 자료가 쏟아져 접근하기도 어렵지 않다. 일부 아이돌 그룹은 연관 검색어에 ‘알페스’가 떠 있을 정도다. 해당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알페스라는 단어를 많이 검색했다는 의미다. 10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고수위 팬픽 추천해주세요’라는 글도 적잖이 눈에 띈다.

고등학생 박모(19) 양은 알페스 문화에 중독됐다가 지금은 이를 멀리하는 상태다. 3년 전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검색하다가 우연히 팬픽을 접하게 됐고, 빠져들기 시작했다. 남자 멤버들 간의 성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된 고수위 팬픽이었다. SNS에서 알페스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어 파일을 공유했는데, 모임에는 20대에서부터 중학생, 초등학생도 있었단다.

박 양은 “처음에는 충격이었는데 볼수록 재미있었다. 팬픽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합성 사진도 모으게 되고 직접 멤버들이 관계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며 “좋아하는 그룹이 TV에 나오면 우리가 커플이라고 설정한 두 멤버가 화면에 잡히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캡처해서 카톡방으로 공유하고 이야기를 붙여 망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끊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알페스가 ‘성희롱’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양은 “매일 팬픽을 읽다 보니까 지나가는 남자들도 다 커플처럼 보이고, 텔레비전을 보면 ‘저 남자들도 동성 성관계를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문득 ‘누군가 나를 주제로 이상한 망상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끊기 힘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성희롱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줄이다가 끊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여자 중학생들에게는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성 콘텐츠가 알페스인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발표한 ‘서울시청소년성문화연구조사’에 따르면, 여자 중학생 19.3%가 야한 소설, 17.6%가 ‘팬픽 또는 동성애물’을 처음으로 접한 성 콘텐츠로 꼽았다. 알페스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비중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페스가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 가치관 정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중학생 신모(16) 양도 이 같은 경우다. 중학교 1학년 때 고수위 팬픽 소설을 접했다는 신 양은 이를 통해 ‘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 양은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성교육 두 번 받은 게 전부라 아무 것도 몰랐는데, 팬픽 보면서 많이 배웠다. 남자끼리 성관계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며 “그냥 같은 취향 가진 사람들끼리 좋아하는 가수로 몰래 상상하는 건데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지’ 문화이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범죄로 인정될 소지가 다분하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수위 높은 창작물의 주인공으로 삼을 뿐 아니라, 이를 유포까지 한다는 점에서 이는 엄연한 범죄다. 성희롱은 물론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를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사자인 가수나 소속사가 문제 삼지 않기 때문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가수와 소속사가 인기를 위해 이를 고의로 방관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모 가수의 팬클럽 고위 운영진 A 씨는 “요즘에는 알페스 없이 장사 안 된다는 걸 소속사들이 더 잘 안다”며 “일부러 가수들에게 동성애처럼 보이게끔 연출을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포’로 제3자가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단속은 어렵다. 알페스 콘텐츠는 주로 SNS를 통해 공유되는데, 주요 무대가 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해외에 근거를 두고 있어 즉각적 조치가 불가능하다.

해결 열쇠는 가수의 팬들에게 있다. 올바른 팬덤 문화의 정착이 이 같은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정 노력을 보이는 팬들도 다수다.

아이돌 가수 팬클럽으로 활동하는 최모(27) 씨는 “고수위 팬픽이나 합성 사진들은 과거 HOT 때부터 있었지만, 미투 운동을 계기로 팬클럽 내에서 ‘남자 가수에 대한 성희롱도 문제’라는 인식이 퍼졌다. 요즘에는 알페스 관련 글이 올라오면 다른 팬들이 나서서 저지하는 분위기”라며 “알페스 좋아하는 사람들은 취향이라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연예인 성희롱은 어떻게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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