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리천장 지수’ OECD 국가 중 5년 연속 꼴찌...직장인 여성 절반 “보직 배치에 성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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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리천장 지수’ OECD 국가 중 5년 연속 꼴찌...직장인 여성 절반 “보직 배치에 성별 영향"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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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여성 2명 중 1명 ‘결혼·출산과 업무 연관지을 때 '유리천장 체감...문 대통령 "성 평등은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의 핵심" / 조윤화 기자
여성 직장인이 유리천장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현장 면접을 치르고 있다(사진: 더팩트 임세준 기자, 더팩트 제공).

한국은 OECD 29개국 가운데 직장에서 여성이 동등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평가하는 지표인 ‘유리천장 지수’에서 5년째(2013~2017) 꼴찌를 지키고 있다. '유리천장'은 충분한 역량을 갖춘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현 정부는 ‘유리천장 방지법’을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는 등 직장 내 성차별을 근절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여성 직장인들이 여전히 높고 두꺼운 유리천장을 체감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네티즌 A 씨는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직장인 탐구생활’에 직장 내 승진과 연봉의 성차별에 대해 고발하는 방법을 묻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겉으로는 성차별을 지양하는 회사지만, 연봉과 승진에서 여사원은 한참 뒤처진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면, 4년제 대졸자를 기준으로 주임 직급으로 승진까지 걸리는 기간이 남자는 3년이고, 여자는 6년에서 7년 정도 걸리며, 여성은 남성보다 급여도 적다는 것이다. 그는 “사직서를 걸고서라도 이직 타이밍에 직장 내 성차별 문제를 신고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댓글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회사 내부적인 인사 방침에 의해서 결정됐다는 점에서 부당함을 증명할 길이 없다”며 “회사를 고발할 경우 오히려 소문이 안 좋게 더 나서 본인이 손해를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억울함은 안다. 하지만, 신고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남자보다 탁월한 역량으로 유리 천장을 뚫어버리는 수밖에 없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대다수 여성 직장인이 유리천장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은 통계자료로 증명된다(사진: 사람인 제공).

여성 직장인들이 유리천장을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자료에서 증명된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6일 직장인 819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유리천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의 65.7%가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41.3%의 남성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들은 유리천장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직책을 남성 직원으로만 임명할 때(46.6%, 복수응답)'을 1순위로 꼽았다. ‘여성 직원들이 승진에서 밀릴 때(36.1%)’, ‘중요한 출장, 미팅 등을 남성 직원 위주로 보낼 때(29.6%)’, ‘육아휴직한 직원들이 복귀 없이 퇴사할 때(27.6%)’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승진이 가능한 최종 직급에 대해서는 남녀 간에 뚜렷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임원 이상’급의 승진 가능성에 대해 남성은 28.1%가 ‘가능하다’고 보았지만, 여성은 5.9%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의 66.4%가 직장에서 실제 ‘유리천장을 체감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직장 여성인 2명 중 적어도 1명은 유리천장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유리천장을 체감한 순간은 ‘일정 직급 이상 진급이 남성 직원보다 어려울 때'가 54.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결혼, 출산과 업무를 연관 지어 말할 때’(46.4%), ‘성차별적 발언을 들을 때’(45%) 가 뒤를 이었다.

또 직장인 여성 절반 이상(58.3%)은 유리천장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경험한 불이익은 ‘남성동기보다 적은 초봉’(60.2%,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승진뿐만 아닌 직장 내 주요 보직 배치에도 성별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29일 공무원 1만 5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 내 여성 공무원 인사관리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인식조사’에서 여성의 55.8%가 ‘보직 배치에 성별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의 55.6%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해 대조를 보였다.

여성이 주요 보직을 배치받지 못하는 장애 요인으로는 남녀 응답자 모두 ‘가사 및 육아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2순위로 여성은 ‘관리자의 여성 기피’를, 남성은 ‘책임성·적극성 부족’이라고 대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대다수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별 때문에 차별당한다고 느낀다는 점, 그리고 남성보다 여성이 유리천장의 존재를 더욱 더 확연하게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번 조사 결과는 여성의 결혼과 출산이 직장에서 경력을 쌓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재작년 모 기업이 입사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애 언제 낳을 건가요? 제 질문은 이거 하나입니다. 3년 동안 애 안 낳을 각오하고 있으면 알려주세요"라고 질문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취준생 딸 둘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익명의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1세기 취업 시장에 남녀 차별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딸 아이 취업 준비하는 걸 보니 이건 뭐 조선 시대가 따로 없다”며 “모든 기업의 지원자, 합격자의 남녀 비율을 공개하게 해달라”는 요지의 청원 글을 올려 한 달 만에 8만 명의 청원을 끌어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성 평등을 위한 실천적 방법으로 ‘여성 국회의원 30% 법제화’, ‘임기 내 내각 남녀 동수 달성’, ‘남녀 임금 격차 OECD 평균 수준인 15.3% 달성’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또 올해 열린 ‘2018년 여성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성 평등은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하며 “사회 곳곳에서 실질적인 성 평등이 이뤄지고 일터와 가정에서 자신의 삶과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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