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중 목회자 성범죄가 1위"...이재록 목사 성폭행 의혹에 자성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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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중 목회자 성범죄가 1위"...이재록 목사 성폭행 의혹에 자성론 제기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4.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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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내 절대적인 위계관계·성차별적 분위기가 원인…전문가 "교회가 나서서 분위기 쇄신해야" / 정인혜 기자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목회자 성범죄가 재조명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재록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재록이 여신도들을 불러 모아 집단 성폭행을 시도했으며, 성관계를 거부하면 성경 문구 등을 이야기하면서 관계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성폭행은 물론 성관계도 없었다"며 모든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는 한편, 이재록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재록의 성폭행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그간 발생한 목회자 성범죄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실 목회자들의 성범죄 소식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20대 여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목사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으며, 지난해에는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종교인 성범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서도 목회자들의 성범죄 수치는 월등히 높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성범죄로 검거된 전문직 5261명 중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에 올랐으며, 이중 목회자가 가장 많았다. 연평균 610건 꼴로 발생하는 전문직 성범죄 중에서는 성직자가 44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 역시 목회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독교가 이 같은 성추문에 휘말리는 이유로 관계자들은 ‘절대적인 위계관계’를 이유로 꼽는다. 교단 내의 폐쇄적인 공동체 분위기에 목회자들이 가지는 절대적인 권위가 더해져 피해자들이 무조건적인 순종을 체습한다는 것이다. 이재록을 고발한 피해자들은 대개 어려서부터 만민중앙성결교회에 다닌 신도들이었으며, 이재록을 절대적인 존재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록의 말은 거절할 수 없었다”며 “왕을 넘어서서 이재록은 신, 하나님이었다”고 증언했다.

기독교 내 성차별적인 분위기도 성범죄 발생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소속 목회자 장로 집사 등 1025명에게 '평소 교회에서 성차별적 언어가 사용되고 있느냐'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74.7%가 '그렇다'고 답했다. 교회 내 만연한 성차별을 시사하는 통계다.

기독교인 주부 장모(48) 씨는 “나도 신자지만, 종교 내 성차별이 심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잘못한 사람은 일벌백계하고, 잘못된 문화는 바로 잡아서 다들 건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먼저 나서서 이 같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교 단체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타파하고 피해자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여성을 유혹자나 열등한 사람으로 보는 태도가 여전히 교회 안에 있다”며 “하나님의 말씀을 빌미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합리화돼서는 안 된다. 성폭력 예방교육과 교인들의 주체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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