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우편고지제도 전 가구 확대 시행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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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우편고지제도 전 가구 확대 시행 요구 ‘봇물’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2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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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재난처럼 문자서비스 해달라 청원...일부는 ‘이중 처벌’ 반론도 / 조윤화 기자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성범죄 알림 우편 고지 서비스’를 아동·청소년이 있는 가구에서 전 가구로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성범죄자 알림 우편 고지’를 아동·청소년 가구뿐만 아닌 전 가구로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및 우편 고지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8년을 맞았다. 해당 제도가 시행된 이래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법원으로부터 신상공개 및 우편 고지 명령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의 성명, 나이, 주소, 신체정보, 사진, 성범죄 요지, 전자장치 부착 여부 등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됐다. 또한,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둔 가구에 해당 정보가 우편으로도 발송된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법원으로부터 신상공개 및 우편 고지 명령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의 성명, 나이, 주소, 신체정보, 사진, 성범죄 요지, 전자장치 부착 여부 등의 신상정보를 알 수 있다(사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캡처).

육아 정보가 주로 오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성범죄자 알림우편물을 두고 불쾌감을 드러내는 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주부·직장맘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네티즌 A 씨는 “성범죄자 알리미 우편물 보고 너무 심란하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얼마 전 성범죄자 알리미 우편물이 왔는데 전과가 엄청 화려하더라”라며 “최근 범행 중에는 21세 여성을 강간해 ‘치료 기간을 알 수 없는 상해를 입힌 죄’라고 쓰여 있던데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특정 장소의 초성을 적시하며 “반성도 하지 않는 범죄자를 왜 사회에 받아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 댓글 창에는 구체적 장소가 언급되며 카페 회원들끼리 “서로 조심하자”는 식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집으로 발송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우편물의 특정 정보를 언급하며 주의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엄연히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현행법상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혹은 우편물을 통해 알게 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온라인, 혹은 SNS에 공유하는 행위, 메신저 앱을 통해 지인에게 전송하는 행위, 심지어 지인과 대면한 상태에서 사실을 알릴지라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6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조처를 두고 일각에서는 “성범죄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존중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학교 3학년 김진경(22, 부산시 연제구) 씨는 “어차피 성범죄자 알리미 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를 주변 지인에게 다시금 알려 조심하자는 의미로 얘기하는 건데 왜 이게 법에 어긋나는지 모르겠다”며 “모든 사람이 주기적으로 성범죄자 알리미 사이트에 들어가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성범죄자 신상정보가 담긴 우편을 전 가구에 배송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취 생활 1년 6개월 차에 접어든 대학생 이모(22, 부산시 남구) 씨 또한 “성범죄자 우편 고지제도를 확대 시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씨는 “솔직히 혼자 사는 여자를 타깃으로 한 성범죄가 많은데 자취방 근처에 사는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미리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며 “두세 달에 한 번씩은 성범죄자 알리미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있지만, 우편물로도 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한 바 있다. 익명의 청원인은 ‘성범죄자 알림서비스 확대 시행’을 제목으로 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가 같은 동네에 이사 오면, 그것에 대한 알림이 19세 미만 아이가 있는 집에만 우편으로 온다고 들었다”며 “왜 19세 미만 미성년자 아이들이 있는 집에만 우편으로 통보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요즘은 재난문자 같은 것도 모든 핸드폰으로 보내주던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우편 통보도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징역 1년 이상의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들은 모두 알림 대상에 포함할 것 ▲성범죄자 알림서비스를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가구뿐 아니라 그 동네 모든 사람에게 공유할 것 ▲공유 방식은 재난문자서비스처럼 문자로 알릴 것 총 세 가지를 정부에 청원했다.

하지만 이는 성범죄자에 대한 이중 처벌이라며 반대하는 이도 적지 않다. 직장인 조모(48, 부산시 연제구) 씨는 “성범죄자가 출소한 뒤 거주하는 곳마다 주변인들이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다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은 재기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범죄 예방 등을 이유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알기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미 등록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마저 ‘클린레코드제’로 인해 삭제되고 있다. 클린레코드제는 신상 정보 등록 대상이 된 성범죄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했을 경우 남은 등록 기간을 줄여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헌법재판소가 성범죄자 신상 정보 등록 기간이 20년으로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헌법에 불합치하다고 판결해 생겨난 제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용주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행 첫해인 지난해 12월 말까지 클린레코드를 신청한 사람은 총 287명이다. 이들 가운데 240명이 신상 정보가 사라지면서 83.6%가 혜택을 받았다. 클린레코드를 신청한 성범죄자 10명 중 8명의 신상정보가 삭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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