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일상 담았어요" 정신장애인이 만드는 잡지 '보:소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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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일상 담았어요" 정신장애인이 만드는 잡지 '보:소매거진'
  • 취재기자 이선주
  • 승인 2018.04.2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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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넷하우스, 기자단 발대식 개최...매년 2차례 장애인이 직접 취재하고 발로 쓰는 기사 게재 / 이선주 기자

“‘보:통’이라는 뜻은 2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보고만 있어도 통하는 우리, 하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의 사람이 되고 싶은 장애인들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장애인 기자단들이 직접 정한 이름이죠.”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사회재활서비스, 직업재활서비스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는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시설 '컴넷하우스'는 '보:통'이란 이름의 특별한 잡지를 내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2시,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이 잡지 제작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소매거진 기자단 발대식’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4월 6일 오후 2시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보소매거진 기자단 발대식. 참여한 모든 기자단들이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사진: 취재기자 이선주).

보소매거진은 정신장애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만들어진 인식개선 잡지다. 컴넷하우스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작년부터 시작됐다. 2017년 10월 정신장애인의 보편적인 삶을 담아낸 1호 ‘보:통(보다)’는 회원들의 시, 장애인 도자기 장인 인터뷰 등 감성적인 글이 주를 이룬다. 12월에 나온 2호 ‘보:통(통)’엔 남들과 다르지 않은 장애인들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과 컴넷하우스 1호 부부 인터뷰, 조현병에 대한 지식 등의 기사가 실렸다. 올해는 ‘보통을 넘어 소통으로, 보:소매거진’이라는 테마로 잡지를 만들 계획이다.

컴넷하우스 원장 배소연(36) 씨는 발대식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밝은 인사를 건넸다. 배 씨는 잡지를 만들게 된 취지에 대해 “정신장애인 인식 개선에서 서비스의 수혜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주최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이 쓴 시로 책까지 만들 만큼 글과 사진에 관심이 많은 회원들을 위해 매거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이 잡지가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발대식에 참여한 기자들이 다과와 보소매거진 1, 2호를 챙겨 정해진 조를 찾아가 앉으면서 회의가 시작됐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보소매거진을 넘겨보는 나이 지긋한 이가 보였다. 장애인 기자단 중에서도 으뜸 글쟁이로 알려진 지미루(61) 씨다. 그는 “정신장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매스컴”이라며 보소매거진을 자랑한다.

발대식이 시작되고 보소매거진 담당자 장계정(31) 씨가 올해 발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잡지는 6월, 10월 두 번에 걸쳐 발행하고, 6월부터 12월까지 배포한다고. 온라인으로는 상시 배포할 예정. 상반기에는 글쓰기 교육, 기획 아이템 회의 등 총 20회의 교육이 진행되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발간 계획 설명과 서로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각자에게 나눠진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에 기자 신청을 한 이유와 담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붙여 보고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대부분이 정신장애인 인식개선에 대한 이야기와 일상, 세상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 했다. 지미루 씨는 “부산시 구군별로 복지기관이나 복귀시설의 데이터를 조사해서 담고 싶다. 그래야 우리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사회에서 외면 받던 사람들이 매거진을 통해 편견이나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 바뀐 것이 있다면 장애인기자가 편집장으로 선출됐다는 것. 장계정 씨는 “작년엔 편집과 교정 업무에 장애인 기자단의 참여 경험이 부족했다. 올해는 장애인 기자를 편집장으로 선출해서 기자단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편집장으로 선출된 김효준(37) 씨는 블로그를 운영할 만큼 글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그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 편집장으로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들어 달라진 또 한 가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예비 사회복지사와 대학에서 언론을 배우는 예비 언론인들이 지역시민기자단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 

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이은영(22) 씨는 “정신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은 많이 해봤지만 매거진 활동은 처음이다. 잡지를 낸다는 발상이 참신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회에 많이 남아 있는데 이 활동을 통해 인식이 많이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문수연(22) 씨도 “평소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실질적으로 봉사를 해보고 싶었다”며 “꿈이 기자인 만큼 정신 장애인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명장 수여’ 후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고 있는 기자단(사진: 취재기자 이선주)

대표들이 나와 임명장을 받으며 정식으로 보소매거진 기자단이 된 것을 축하했다. 긴장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향해 임명장을 펼쳐 보이는 그들은 그저 보통사람이었다.

보소매거진은 아직 공공기관에 주로 배포되고 있어 일반 시민들이 접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부터는 가까운 미용실, 카페부터 시작해 배포처를 넓혀갈 계획. 장계정 씨는 “누구나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후원을 하고 있으며, 많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컴넷하우스’는 잡지 발간 외에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사회재활서비스, 직업재활서비스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위해 장보기, 음식 해먹기 등을 훈련하고 약물교육도 실시한다. 취업을 위한 면접 보는 법, 이력서 쓰는 법도 훈련시키고 있다. 가족야유회, 체육대회 등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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