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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갈라테이아’에 생명 불어넣기...4월 27일 그 첫 끌질이 시작된다

기사승인 2018.04.21  0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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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주간 강성보

논설주간 강성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시대. 키프로스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왕이 살았다. 이 왕은 조각의 달인이었다. 끌과 망치 하나로 대리석 뭉치 속에서 신과 인간의 모습을 창조해냈다. ‘지상의 헤파이토스(불과 대장간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피그말리온은 당시 여인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요즘 시대 용어로는 ‘여혐’이라 할 수 있겠다.) 결혼도 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그런데 결혼적령기가 되자 여자가 그리워졌다. 성적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아로 여자의 형상을 만들었다.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들었는지 그 조각상은 마치 살아있는 듯 했다. 피그말리온은 바다의 님프의 이름을 따 ‘갈라테이아’라 불렀다. 사람처럼 대해며 사랑을 나눴다. 때론 입맞춤도 하고, 혹시 사람처럼 피부가 말랑말랑 할까봐 눌러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일까 싶어 온갖 장신구도 만들어 걸어줬다.

피그말리온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갈라테이아와 같은 여자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소원성취를 위해 아프로디테에게 바치는 성대한 축제를 마련했다. 축제에서 돌아온 피그말리온이 늘 하던대로 조각상 갈라테이아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차가운 상아의 감촉이 아니었다. 사람과 같은 따뜻한 피부가 느껴졌다. 다시 키스를 하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 등 신들의 축복 아래 사람이 된 자신의 조각상 갈라테이아와 결혼했다.

로댕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조각상(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 신화에서 파생된 사회심리학 용어가 ‘피그말리온 효과’다. ‘갈라테이아 효과’로도 불린다. “간절히 원하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던 일도 이뤄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교육심리학 버전으로는 ‘로젠탈 효과’, ‘교사 기대효과’라 불리기도 한다. 여기선 교사의 기대가 강하면 학습자의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반댓말로는 교사가 기대하지 않은 학습자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지칭하는 ‘골렘 효과’란 용어도 있다.

지난 3월말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에서 예술단과 북측 청중들은 <우리의 소원>을 목청높이 불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목숨 바쳐서 통일, 통일이여 오라.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아 나라 살리는 통일~~” TV 녹화중계로 이 장면을 본 우리 남측 시청자들 역시 이 노래를 다함께 불렀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 어르신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극히 일부 냉전 수구세력을 제외하고선 8000만 한민족 모두가 <우리의 소원>을 속으로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적셨다.

절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던 ‘통일’이란 갈라테이아에게 핏기가 돌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 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좀 성급할지도 모르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어쩌면 내년 봄쯤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개마고원 트래킹을 실천할 수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평양과 신의주를 지나 중국과 중앙아시아, 또는 러시아를 거쳐 저 멀리 대서양 연안까지 여행하는 투어 기획상품도 등장할 기세다. 70만 원이면 가능하다는 계산서는 벌서 나왔다.

바로 일주일 뒤 우리의 갈라테이아 통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첫 키스’가 이뤄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지켜보는 가운데 군사경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온다. TV 생중계로 지구촌 곳곳에 중계될 것이라고 한다. 역사적인 장면이다.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65년만에 남과 북이 만나고 한민족이 다시 한 몸이 되는 첫걸음을 딛는 것이다.

20여 년 전 도쿄 특파원 시절, 한 재일사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매우 인상적이었던 그의 강연 요지를 소개하면-.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이데올로기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다. 빨강, 파랑, 흰색으로 구성된 프랑스 3색기는 이 세 이데올로기를 상징한다. 여기서 ‘박애’는 인류 공통의 보편적 이념이다. ‘자유’와 ‘평등’은 지향점이 다르다. 둘 다 고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모순적이기도 하다. 자유에 치중하면 평등이 기울어지고, 평등을 강조하면 자유가 훼손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자유의 이념은 서진(西進, 서쪽으로 진행)했다. 영국과 미국,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거쳐 여기 한국 땅에 이르렀다. 반면 평등의 이념은 동진(東進)했다. 러시아, 중국을 거쳐 북녘 땅에 머무르고 있다. 한반도는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다. 자유와 평등이 마치 모래판 위 씨름 선수들처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데올로기 충돌의 최전선이다.

프랑스 3색기(사진: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물리학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두 힘이 부딪힐 때 제3의 벡터로 새로운 기운이 생겨난다고 한다. 여기 한반도에서도 그 기운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 애초에 프랑스 혁명에서 분화된 자유와 평등의 이데올로기가 지구를 반 바퀴씩 돌아 한반도에서 새로운 제3의 융합적 이데올로기로 탄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20여 년 전 당시 재일사학자는 한반도는 그럴 운명이며 그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실천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한민족에게 맡겨진 신의 소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반도 통일의 이데올로기야 그동안 많은 지혜들이 쌓여서 만들어졌고, 또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횃불을 높이 치켜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해도 그다지 큰 망발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기운을 처음으로 심은 발화점이라 할 수 있는 지난 1월 평창 올림픽 때 방남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김여정은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통일 대통령이 되십시오”라는 덕담을 한 적 있다.

대부분 그냥 흘려 들었으나, 필자에게는 그 덕담이 매우 인상 깊게 들렸다. 통일된 한반도의 대통령이 되라는 소리가 아니라 통일의 문을 연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라는 뜻일 것으로 해석됐다. 김정은이 보내는 평화의 신호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종래와 같은 위장평화이거나 꼼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이후 한반도 주변의 정세는 급속히 전개됐다. 정인용 국가안보실장 등 남측 특사단의 평양방문,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발표,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김정은의 전격 베이징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 그리고 하나하나 확인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종전협정 체결 가능성 등. 실로 현기증이 날 정도의 초고속 질주다. 이러다가 금명간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까지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다. 내년 봄 개마고원 트래킹이라는 꿈도 일부 성급한 낙관론자들의 김칫국물 마시기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통일이라는 갈라테이아가 실제 살아있는 모습으로 우리 한민족과 더불어 함께 하는 시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않다. 우선 변덕스럽고 극히 자국이기주의적인 트럼프의 입맛에 맞게 비핵화를 실현시키도록 평양을 설득해야 한다. 또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의 한반도 이익 확보전쟁과 북한체제의 불확실성을 넘어서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고는 있지만 그가 달려야 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은 마치 차마고도(茶馬古道)의 낭떠러지 비탈길처럼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민족의 명운을 어깨에 짊어지고 이 난관들을 넘어야 한다. 바로 일주일 뒤 그 첫 시험이 시작된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북한 비핵화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고 북미 평화의 틀을 중재하는데 성공한다면 우리 국사책에는 ‘영광의 태양이 높게 빛나는 통일의 지도자’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의 역사책에서도 ‘자유와 평등의 충돌을 해소한 제3이데올로기의 실천자’로 이름을 올릴 것이다. 또한 통일이라는 이름의 갈라테이아와 팔짱을 끼고 예식장에 등장하는 멋진 신랑 피그말리온으로 우리들 뇌리 속에 기억될 것이다.

논설주간 강성보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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