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좌석 독점하는 얌체 '카공족‘ 눈총..."자리만 잡아놓고 장시간 비우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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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좌석 독점하는 얌체 '카공족‘ 눈총..."자리만 잡아놓고 장시간 비우기 일쑤"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1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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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열에 아홉은 카페에서 공부...“자리 비울거면 다른 사람 못 앉게 하지나 말지” / 조윤화 기자
부산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손님이 테이블에 짐을 올려둔 채 잠시 자리를 비웠다(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카페에서 자리를 잡아 둔 뒤, 밥을 먹거나 다른 용무를 보기 위해 두세 시간 씩 자리를 비우는 일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 때문에 다른 이용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대학의 중간고사 시즌인 요즘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학교 도서관·열람실에 자리가 없거나, 군것질을 즐기며 공부하길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카페는 공부를 위한 최적의 장소다. ‘카공족’이란 단어가 생길 정도로 대학생들이 카페에서 두꺼운 책과 필기구들을 펼쳐놓고 공부하거나,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더는 낯설지가 않다.

대학생 10명 중 1명(13.0%) 꼴로 카공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3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카공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13%만 ‘카페에서 공부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전체의 87%인 대학생 대부분이 카페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카공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스타벅스(39.7%)’로 꼽혔다. 20대 연구소 측은 “아무래도 스타벅스에서는 눈치를 덜 봐도 되고, 무선 인터넷이나 에어컨, 콘센트 등의 시설이 완비가 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위는 이디야(17.7%), 3위는 투썸플레이스(11.3%)로 나타났다.

카페에서 공부하길 즐기는 대학교 3학년생 김소윤(22, 부산시 남구) 씨는 “학교 도서관은 숨이 막힐 듯 조용해서 오히려 집중이 안 된다”며 “화이트 노이즈를 일부러 틀어놓고 공부하듯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집중도 더 잘되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으면 민폐 고객으로 비칠까봐 일부러 디저트도 시키고 어떤 날은 음료를 두 잔씩 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최근 대학가 근처의 카페는 카공족들로 밤늦게까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카공족들은 한때 '적은 비용으로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민폐 논란을 빚었다. 이후, 김소윤 씨처럼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할 경우 제품을 추가로 시키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처럼 ‘카공족'이 카페의 매출을 늘려주는 효자 노릇을 하게 되자,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1인 좌석을 늘리는 등 카공족 유치에 나서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교 대나무 숲에서 카공족들이 논란이 재연됐다. 일부 카공족이 자리를 잡아두고 밖에서 두세 시간씩 식사를 한 뒤 돌아오는 일이 눈총을 받게 된 것.

부산의 모 대학에 다니는 A 씨는 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장시간 자리를 비운 카공족을 겨냥하는 고발성 글을 제보했다. 책과 음료가 올려져 있는 카페 테이블을 찍은 사진도 함께였다. A 씨는 “자리 비운 지 한 시간이 됐는데 안 온다”며 “학교도서관도 자리 잡아놓고 오래 자리 비우고, 카페도 자리 잡아놓고 오래 자리 비우면 자리 못 잡은 사람은 어디서 공부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대학교 3학년생 강모(22, 부산시 금정구) 씨도 카공 민폐 족을 직접 목격한 경험이 있다. 강 씨는 주말마다 과제를 위해 집 근처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다. 그는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에서 내가 카페에 도착하기 전부터 공부하던 어떤 남성이 지갑만 챙겨 나가더니 내가 카페에서 나갈 때까지 돌아오지 않더라”며 “도서관에서도 장시간 자리를 비우면 욕먹는데 하물며 카페에서 두세 시간씩 자리를 비우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카공족들의 얌체 짓에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지만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2년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조모(22, 부산시 연제구) 씨는 카공족의 얌체 사례를 고발했다. 그는 “어떤 손님은 오전에 와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점심시간쯤에 자리를 비운 뒤, 몇 시간 후 돌아와서는 카페 마감시간이 다 돼서야 가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시험 기간에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긴 하지만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져서 왔다가 도로 나가는 손님들도 꽤 있다”며 “사장님은 손님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경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라고 하지만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손님한테 그런 말을 하기가 어려워 침묵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17일 오후 6시경 부산시 지하철 1호선 연산역 근처에 위치한 모 프랜차이즈 매장. 대학가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매장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러 온 손님보다는 공부하려고 온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카페 관계자는 “실제로 자리를 맡아두고 밥을 먹거나 다른 용무를 보기 위해 두세 시간씩 자리를 비우는 손님이 있나”는 기자의 질문에 “정말 많다. 주말이나 평일 오후 시간에 매장을 방문하면 짐을 올려두고 두세 시간씩 자리를 비우는 고객이 수도 없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저희 매장에서는 고객이 음료를 주문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매장에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고객이 장시간 자리를 비운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제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공족들의 대표적인 꼴불견 행위로 ▲오랜 시간 자리 비우기 ▲카페 전기 낭비 ▲주변 고객에게 침묵 강요 ▲에어컨 통제 등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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