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마다 ‘아이는 왕이다,’ 키즈 마케팅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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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마다 ‘아이는 왕이다,’ 키즈 마케팅 열풍
  • 취재기자 장미화
  • 승인 2014.09.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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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 아웃도어에, 키즈 골프 클럽...100만원짜리 생일파티도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요즘 신세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아낌없이 소비한다. 국가 출산율이 감소해 국내 아동 인구수가 적어졌어도, 아동 소비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사회현상에 발맞춰, 최근 기업들도 일명 ‘키즈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키즈 마케팅이란 12세 이하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골드 키즈(Gold Kids), VIB(Very Important Baby), 포비족(For-Baby)과 같은 단어들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소비하는 사회현상에서 나온 신조어들이다. 골드키즈(Gold Kids)이란 한 아이에게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는 것을 지칭하고, VIB(Very Important Baby)는 VIP처럼 남에게 뒤처지지 않게 키우려는 부모들 밑에서 풍족하게 자라는 아이를 의미한다. 이런 아이들을 키우는 경제적 능력 있는 30대 초중반 젊은 엄마들을 부르는 말이 포비족(For-Baby)이다. 모두들 키즈 마케팅의 타겟들이다.

최근 어른들만 입고 먹는 것으로 한정됐던 것들이 키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위한 맞춤 형식으로 새롭게 나오고 있다. 어른들의 건강식품인 홍삼드링크가 요즘 아이들의 인기 식품이 되고 있다. 아이들의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 캐릭터를 홍삼음료에 그려 넣는가 하면, 맛이 써서 홍삼음료를 마시기 꺼려하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과일이 첨가된 홍삼음료도 나왔다. 어린이용 홍삼음료를 출시한 팔도 음료 마케팅 관계자에 따르면, “어린이 홍삼음료 같은 기능성 제품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아이들과 함께 캠핑이나 등산을 떠나는 부모들이 늘면서, 아웃도어 업계도 아이들을 위한 아웃도어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의 <아빠 어디가> 등에 출연하는 어린이들을 통해 광고되는 아동복들로 인해, 고가의 아동복 브랜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아웃도어 블랙야크는 업계 최초로 ‘아웃도어 키즈’를 판매하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 속에 일반 의류보다 값이 비싼 아웃도어를 아이들에게 입히는 것이 부모들에게는 부담이 되지만,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브랜드를 입히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심리로 인해 업계들은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패션 비즈니스 전문 매거진 <패션비즈> 올 1월호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서울 청량리점과 영등포점, 경기도 안양점에서 아동복 브랜드 중에서 ‘블랙야크 키즈’가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아이들의 문화생활도 변하고 있다. 어른들이 즐기는 골프, 암벽등반, 복싱, 당구 등 여가생활을 아이들에게 맞춘 어린이 전용 ‘키즈 스포츠 클럽’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키즈 스포츠클럽은 스포츠 교육 전문 교사를 배치하고 교사의 지도로 안전하게 고급 스포츠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는 암벽등반, 골프, 탁구, 당구, 하키, 복싱 등을 가르친다. 매장 안에 키즈 스포츠클럽을 오픈한 홈플러스 부산 아시아드 점 관계자에 따르면, “어린이를 위한 전문 스포츠 클럽을 통해서 아이들을 포함해서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나 영화관 등 어른들만 가는 장소들도 최근에는 어린이 전용공간을 따로 갖춰서 아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키즈 카페, 키즈 미용실, 키즈 영화관, 키즈 수영장 등의 주요 고객은 아이들이다. 이곳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장난감들로 가득하다. 키즈 영화관은 아이들의 키 높이에 맞게 의자가 설치되어있고, 아이들이 무섭지 않게 영화관 조명을 약간 밝혔다. 주부 이연희(33, 부산시 사상구) 씨는 종종 아이들과 키즈 카페를 이용한다. 이 씨는 “애기 엄마들끼리 카페에 가서 대화를 하려면, 애기가 카페를 돌아다닐까 주변 눈치를 보게 된다”며 “키즈 카페에서 애기들은 놀이시설에서 안전 도우미들과 놀고, 우리는 옆에서 마음 편히 얘기한다. 그래서 키즈 카페에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주부 이민영(31) 씨는 키즈 미용실에 다녀왔다. 평소 미용실에 들어서기만 하면 울기만 하던 아이 때문에 일반 미용실에서 아이 머리 자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키즈 미용실에는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고, 아이가 앉는 의자도 만화 캐릭터여서 아이가 울지 않았고 그 덕에 아이 머리를 무사히 자르고 왔다. 이 씨는 “비용이 일반 미용실보다 비싸서 부담되기는 했지만, 아이 머리를 무사히 자르는 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 서울호텔에서 아이들의 생일을 준비해주고 있다(사진출처: 르네상스 서울호텔 홈페이지).

신세대 부모들은 한 명 또는 두 명 뿐인 아이들에게 기념일 챙기는 일도 특별하다. 이를 타깃으로 페밀리 레스토랑이나 뷔페 음식점들은 아이들 백일이나 돌, 그리고 생일 이벤트를 진행해주는 곳이 많다. 르네상스 서울 호텔은 키즈 생일 파티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아이들 입맛에 맞춘 피자, 아이스크림, 햄버거 등 뷔페는 물론이고 마술쇼, 버블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와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100만원 정도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 키즈 미용실 내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의자를 장난감 자동차로 꾸며 놨다(사진출처: 키즈나라 미용실 홈페이지).

그러나 키즈 마케팅이 지나칠 정도로 고가의 전략으로 가자 ‘골드 키즈 마케팅’도 등장하고 있다. 주부 김영미(42, 부산시 동래구 안락동) 씨는 9세, 10세 여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요즘 두 딸들이 유명 브랜드의 가방과 신발만 사달라고 주로는 탓에 애를 먹고 있다. 그녀는 “다른 애들이 비싸고 좋은 걸 들고 다니다 보니, 우리 아이들만 안 사줄 수가 없다”며 “솔직히 다른 애기 엄마들에게 밀리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눈치 싸움이 없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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