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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실업급여에 세금 줄줄…"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바보"

기사승인 2018.04.10  23: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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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수급액 5조·부정수급 적발자 3만 3000명...정부, '고용보험수사관' 가동해 감시 강화 / 정인혜 기자

#1. 다음 달 퇴사 예정인 직장인 A 씨는 요즘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살피는 데 여념이 없다. 2년 6개월간 근무한 A 씨가 받을 수 있는 실업 급여 총액은 500만 원 남짓.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직을 결심한 터라 실업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500만 원을 놓치기에는 영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비자발적’인 퇴사 이유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A 씨는 “마음만 먹으면 이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굳이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실업급여 수급 대상이 되면 공짜로 돈도 받으면서 쉴 수도 있는데 일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어떤 적당한 이유를 대야 실업급여 지급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요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실업 급여를 받는다면 A 씨는 20대 내내 꿈이었던 유럽 일주를 떠날 계획이다.

#2.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B 씨는 요즘 수입이 지난해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많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월급에 실업급여까지 들어오니 수익은 300만 원을 웃돈다. 실업급여는 4대 보험 자격을 상실한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돈이지만, B 씨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편의점에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편의점 사장님은 세금을 아낄 수 있다며 B 씨의 말을 반겼다.

B 씨는 “솔직히 일할 때보다 요즘 돈을 더 많이 받는다”며 “실업 급여는 3개월밖에 못 받지만, 수급 기간 끝나고 나면 다시 계약직으로 들어가서 시작하고 싶다. 2년 근무하고 나오면 또 실업급여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비자발적으로 실업 상태가 된 구직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사례가 늘면서 새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실업급여를 관리하는 고용노동부 건물 청사(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실업급여 부정 수급이 늘면서 나라 세금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으로 실업 상태가 된 구직자가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지급하는 돈이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컨대 A 씨, B 씨의 사례처럼 퇴사 사유를 사실과 다르게 신고하거나, 다른 일로 소득을 올리면서 실업급여를 받아가는 경우다.

구체적으로 실업급여는 최근 1년 6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하고 계약만료, 해고 등 비자발적으로 퇴사하면 받을 수 있다. 실직 전 직장에서 받던 평균 임금의 50%를 주되, 상한액은 하루 최대 6만 원,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를 주도록 하고 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 ▲취업 사실, 근로 제공, 소득 발생, 자영업 개시 사실 미신고 ▲수급자격 인정신청일 이전 1개월간 10일 이상 근로 사실 등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퇴사 사유를 사실과 다르게 신고해 수급하는 경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도 포함된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고용노동부(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 수급액은 388억 원, 부정 수급 행위자는 3만 3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사업주와 노동자의 공모에 의한 부정수급은 지난 2014년 846건에서 지난해 120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도 정부가 대규모 일자리 예산을 집행하는 만큼 실업급여 수급자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관측이다.

세금 낭비도 문제지만, 노동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것도 우려점으로 꼽힌다. 실업급여가 ‘눈먼 돈’으로 인식되는 탓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근로자들도 다수다.

직장인 김동현(3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요즘 주변에 꼼수로 실업급여 챙겨서 여행 간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솔직히 내 월급도 얼마 안 되는데, 나도 2년에 한 번씩 실업급여 받으면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싶다”며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는 사람이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평생 동안 실업급여를 받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형평성’ 문제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정모(58, 부산시 진구) 씨는 “조금 일하다가 퇴사하고 실업급여 받고, 또 조금 일하다가 실업급여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누구는 일해서 세금 내고, 누구는 아무런 노력 없이 그 세금으로 공짜로 먹고 사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일평생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은퇴 후 국민연금처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부정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고용부는 이달부터 고용보험수사관의 활동을 개시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고용보험수사관은 47개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소속된 특별사법경찰관 200여 명이다. 고용 노동 분야 특별사법경찰관은 1953년 근로감독관, 1987년 산업안전감독관 도입 이후 세 번째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를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고 부정 수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국민의 세금 낭비를 막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업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관제를 통해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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