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인간관계에 스트레스 받는다", '인맥 다이어트'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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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인간관계에 스트레스 받는다", '인맥 다이어트' 급증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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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기간 SNS 중단하는 사람 늘어..."직장인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인간관계" 설문 조사도 / 조윤화 기자
주변 사람과의 갈등으로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 제목은 현대인들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다. 요즘 주요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는 책으로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신경 끄기의 기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당신과 나 사이> 등 처세법에 관한 책들이 많다. 만화책이나 수험서, 자격증 책들이 간간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인간 관계에 대해 조언을 하는 책들이 압도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인맥을 관리하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것을 뜻하는 ‘관태기’,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필요할 때만 만났다가 끊는 일회성 관계를 뜻하는 ‘티슈 인맥’이라는 용어가 더는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인간 관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허울 뿐인 SNS 인간관계에 허무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맥 다이어트’가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2526명을 대상으로 인맥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6%의 응답자가 '인간관계 다이어트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생각은 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는 답변도 18%에 달했다.

조사 결과, 인맥 다이어트는 주로 ‘(스트레스를 제공한) 상대방을 차단(27%)’하거나 ‘연락처를 주기적으로 삭제(23%)’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또한 ‘안부 인사 등을 보낸 후 (상대방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으면 인맥컷팅 대상자로 지정한다'는 응답자는 15%에 달했으며 ‘일정 기간 SNS 사용을 중단한다(12%)’는 답변도 나왔다.

실제로 대학생 임소윤(22, 경북 포항시) 씨는 관태기를 느껴 두 달여간 메신저 앱을 탈퇴한 경험이 있다. 그는 ”SNS가 발달해서 소통하긴 편해졌지만, 편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을 전보다 더 귀찮아하게 된 것 같다“며 ”이 사실을 깨닫고 보니 갑자기 외로워지고 인간관계가 다 부질없다고 느껴져서 카톡(메신저 앱)을 탈퇴했었다“고 말했다.

임 씨는 ”평소 카톡에 갇힌 인간관계를 안 놓치려고 바등바등 잡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오히려 삭제하고 부담을 내려놓으니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모든 인간관계는 서로 노력해야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백 마디 말을 SNS에서 나누는 것보다 한 번 얼굴 보고 대화하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씨는 현재 학교가 개강해서, 조별 과제를 비롯해 메신저 대화 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최근 카톡에 다시 가입했다.

인간관계는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대학교 학자 6인이 공저한 <아픈 사회를 넘어>라는 책에 소개된 ‘연령대별 개인적 스트레스의 원인’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연령별 스트레스 원인으로는 19∼29세는 ‘진로 및 취업’(41.4%)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으나, 그 밖에 30대, 50대, 60대 이상은 모두 ‘주변 사람과의 갈등’이 가장 높은 스트레스 원인이었다.

특히 대다수 직장인이 회사 내에서 직장 동료, 상사와 관계에서 겪는 마찰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30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만 20~50세 미만 근로자 2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협박과 모욕, 따돌림 등의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응답자 66.3%가 과거 5년간 직접적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최근 경험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로는 협박, 모욕, 폭언 등 ‘정신적인 공격’이 24.7%로 가장 많았다. 수행 불가능하거나 업무상 불필요한 과대한 요구(20.85%), 격리·무시 등 인간관계에서의 분리(16.1%)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중 14.6%는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퇴사를 택했다.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익명의 네티즌 A 씨는 ”직장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낀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평소 내게 막말하고 후배들 앞에서 대놓고 무안 주는 직장 동료와 갈등이 있다“며 ”그 동료의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감싸주고 두둔해주는 측근이 있다는 것이 서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A 씨는 자신은 ”인간관계에 부단히 애씀에도 불구하고 내 편이 되어줄 지인이 없다“고 토로하며 ”나이 마흔에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이 있긴 하지만 정말 내 편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데 남들에게는 참 쉬운 인간관계가 나는 참 어렵다“고 털어놨다. 해당 게시글에는 ”정말 공감 가는 말이다“, ”사람 상대하는 게 제일 어렵다“, ”하루 열 시간 가까이 보내는 직장에서 안 맞는 사람이랑 있으면 정말 힘들다“는 등 A 씨의 의견에 공감하는 30여 개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는 해당 책에서 ”억지로 관계를 좋게 만들려는 노력은 관계를 더 어긋나게 할 뿐”이라며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 땐 애쓰지 말고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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