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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에버랜드, 스토킹·성폭력 연상 광고로 물의...기업들 왜 이러나

기사승인 2018.04.09  01: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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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푸드는 페미니즘 다룬 베스트셀러 소설 왜곡 패러디...뿔난 소비자들, 불매 운동도 / 신예진 기자

부적절한 방식을 동원한 기업들의 과도한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기업들은 공식 사과 글을 올리고, 소비자들의 마음 돌리기에 나섰다. 

에버랜드는 지난 4일 SNS에 튤립 축제를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 에버랜드는 “진짜 진짜 보여주고 싶으니까, 올 때까지 카톡할거야”라는 문구와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사진에는 ‘에버랜드’로 저장된 상대가 429통의 부재중 전화와 여러 개의 카톡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돼 있다. 사진 속 카톡 메시지는 “잘 지내?”, “너 오늘도 안 왔더라?”, “이번에도 안 오면 끝이야” 등 상대에게 집착하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가 주로 담겼다. 

논란이 된 에버랜드 튤립축제 홍보 사진. 휴대폰 잠금화면인 사진을 통해 상대방이 전화와 문자 등으로 집착하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 에버랜드 트위터 캡쳐).

이에 대해 에버랜드 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 광고가 소비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겨줄 뿐 아니라 범죄 행위인 스토킹을 연상시킨다는 것.  특히 과거 스토킹 피해를 겪은 이들이 분노를 보이고 있다.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다는 A 씨는 “번호를 차단했음에도 다른 번호로 반나절도 안 돼 메시지만 400개 이상 받은 적이 있다”며 “휴대폰을 봤을 때 상대방의 집착 메시지가 찍혀있는 것을 본 피해자의 기분이 어땠을지 에버랜드는 알까”라고 허탈함을 내비쳤다.

직장인 유모 씨도 “전 남친이 나에게 100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를 했었다”며 “헤어진 사이임에도 휴대폰을 꺼놓으면 ‘왜 꺼놓냐’부터 시작해 거의 한 달이 넘도록 끊임없는 연락으로 날 괴롭혔다”고 피해 경험을 전했다. 유 씨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스토킹이 피해자를 얼마나 피 말리게 하는 행위인지 모를 것”이라고 씁쓸했다.

결국 에버랜드는 문제 광고를 게시한 지 10시간 만에 삭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과 글은 없는 상태. 이 때문에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도 부적절한 홍보 문구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배스킨라빈스 코리아는 지난 3월 4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아이스크림을 홍보했다. 게시글에는 "내적 댄스 폭발할 때 #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는 배우 조민기 성폭력 사건과 관련돼 있다. 조민기 성추행 피해 여성은 지난 2월 27일 그와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일부 공개했다. 당시 조 씨는 피해자에게 “너무 많은 상상 속에 흥분했다. 몹시 위험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배스킨라빈스의 ‘#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은 이를 패러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매운동’까지 거론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배스킨라빈스는 문제의 글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 글을 올렸다. 배스킨라빈스는 "적절치 못한 단어가 포함된 것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고 게시해 관련자들께 상처를 드리고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회사 차원의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베스킨라빈스가 지난 3월 공식 인스타그램에 조민기 성폭행 사건을 연상시키는 영상을 제작했다. 사진은 영상 속 한 장면이다(사진: 베스킨라빈스 인스타그램).

직장인 김모 씨는 “데이트 폭력, 미투 등으로 사회가 시끄러운데, 유머도 사회적 분위기를 보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광고가 소비자의 마음을 휘어잡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고 멀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저런 식의 가벼운 아이디어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마케팅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성모(26) 씨는 “기업들의 부적절한 홍보로 잊고 살았던 성폭력 피해 경험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이 그 때를 떠올리고 고통 받는다면 사실상 2차 가해라 볼 수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롯데푸드도 비슷한 맥락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1월 롯데푸드는 자사 아이스크림 상품 ‘돼지바’ 홍보용으로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한 여성은 ‘83년생 돼지바’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문제는 책 표지다. 한 마리의 돼지 사진과 “사람들이 나보고 관종이래”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해당 광고는 조남주 작가의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여성들이 직장생활, 결혼, 육아 등에서 겪는 차별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앞서 롯데푸드가 언급한 문장은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라는 문장을 비틀었다.

소비자들은 '원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생각 없는 광고'라며 롯데푸드에 비난을 퍼부었다. 페미니스트를 ‘뚱뚱하고 무능력한 여성’으로 보는 일부 시각이 반영돼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애독자 김모(33) 씨는 “<82년생 김지영> 보면서 눈물을 엄청 흘렸다”며 “굳이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내게 깊은 울림을 줬던 저 문구가 이런 식으로 희화화되니 씁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롯데푸드는 사진을 삭제했다. 이어 공식 사과문을 통해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라는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요소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며 "저희의 잘못이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죄했다. 그러면서 “원작 작품의 작가님께도 별도로 연락드리고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케팅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자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다. 인지도를 높이려는 일명 ‘노이즈’ 마케팅이다. 또 다른 경우, 오로지 기업 홍보팀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류춘호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노이즈 마케팅이나, 홍보 실수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류 교수는 “똑똑한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 이미지, 제품 품질 등 다양한 배경을 고려한 복합적인 소비를 한다”며 “기업은 주목을 받기 위한 근시안적인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 제품에 나쁜 이미지가 쌓인다면 언젠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기자 신예진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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