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짝퉁 명품'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기승...구매한 뒤엔 "환불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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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짝퉁 명품'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기승...구매한 뒤엔 "환불 불가"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4.0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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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정품'이라더니 누가 봐도 '짝퉁'…경찰에 신고해도 구제 방법 요원 / 정인혜 기자

#1. 직장인 A 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명품 브랜드 운동화를 구매했다. 판매자는 정가 190만 원인 운동화를 ‘폭탄 세일’이라며 30만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싼 가격이 의심스러웠지만 판매자가 ‘100% 정품’이라고 호언장담한 터라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에 정식 등록된 곳이라는 점도 구매에 한몫했다.

며칠 뒤 택배가 도착해 상자를 열어본 A 씨는 할 말을 잃었다. 100% 정품이라던 신발은 누가 봐도 ‘짝퉁’이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1만 원짜리 신발보다 더 볼품이 없었다. A 씨는 쇼핑몰에 전화해 “이게 어딜 봐서 정품이냐”고 따졌지만, 쇼핑몰에서는 “환불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A 씨의 항의를 묵살했다.

#2. 직장인 B 씨는 통신판매 중개 사이트에서 시중가보다 50만 원 저렴하게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 동생 상견례를 위해 가방을 장만했던 B 씨는 가방을 들고 상견례 모임 대신 경찰서로 향했다. 여기저기 실밥이 다 튀어나온 ‘짝퉁’ 가방이었기 때문.

중개 사이트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사이트 측에서는 “우리는 중개만 할 뿐 환불은 판매자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업체는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에서는 “판매자를 추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대답을 내놨다. 볼 때마다 속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가방은 현재 베란다 창고에 처박혀 있다.

서울경찰에 적발된 명품 위조 가방(사진: 서울경찰 블로그).

짝퉁으로 불리는 위조 상품이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0% 정품 보증’이라는 문구를 내건 업체들이 배송 후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잦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물건을 보내거나, 아예 물건을 보내지 않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법상 이런 위조품은 모두 불법 제품이다. 상표법에 따르면,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위조품을 구입하거나 소지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이렇듯 강력한 법 규정에도 위조품 제조업체는 배짱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6일 각종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쇼핑몰에는 유명 명품을 그대로 위조해 만든 위조품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정품이라고 속이지 않고 대놓고 ‘SA급’, ‘미러급’이라며 홍보하는 곳도 상당수였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등록된 매장은 물론, G마켓, 11번가, 옥션 등 대형 통신판매 중개 사이트에서도 위조 제품이 활개치고 있었다. 정품 브랜드의 공식 제품 광고 사진을 내걸고 판매 중인 업체도 다수였다.

제품이 정품임을 보장하는 한 위조품 판매 쇼핑몰의 공지(사진: 온라인 쇼핑몰 캡처).

‘짝퉁일 시 무조건 환불’이라는 문구를 걸고 영업 중인 한 업체에 전화해서 정품 유무를 물었다. 그는 “무조건 정품”이라며 “의심하는 분이 많은데, 짝퉁이면 우리도 바로 쇠고랑 찬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이어 “너무 싸게 팔아도 문제다.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고객 분들이 문의 전화를 하신다”며 “정품이니 믿어 달라”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 소비자 후기창은 깨끗했다. ‘인기 상품’ 목록에 랭크돼 있었지만, 제품 후기를 남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족한다’는 글은커녕, ‘불만’이라고 평한 사람도 없었다.

다른 포털사이트에 해당 사이트를 특정할 만한 키워드로 검색을 시작했다. 곧 “xxx에서 명품 사기당했는데 어떡하죠?”, “사기꾼 xxx 잡아넣을 방법도 없다네요”, “전화 안 되는데 연락할 방법 아시는 분”, “혹시 환불받으신 분 있나요?” 등의 글이 쏟아졌다. “판매자가 전화를 안 받는다”는 글도 다수였다. 좀 전에 통화한 터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항의가 들어온 전화번호는 차단하는 모양이었다.

피해는 자꾸 늘어나는데, 구제할 방법은 요원하다. 위조품을 걸러내는 관세청이 수입품에 대한 단속권한만 갖고 있을 뿐 국내에서 생산되는 위조품까지는 관리할 수가 없어서다. 수입품의 경우 통관 단계에서 적발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제작될 경우 수사권은 경찰에게 넘어간다.

중개 사이트의 네임 밸류를 믿을 수도 없다. B 씨의 사례처럼 중개 사이트는 말 그대로 중개만 할 뿐 제품으로 발생한 소비자의 피해는 보상할 책임이 없다.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보상받기는 어렵다.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판매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지만, 환불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분쟁이기 때문에 ‘민사’ 영역이다. 경찰은 형사 사건으로 판매업체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수사하지만, 온라인 짝퉁 사기는 판매자 대부분이 해외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사이트의 정체를 미리 확인하고, 지나치게 싼 가격에 물건을 파는 쇼핑몰은 일단 의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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