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재우(25,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헬로우봇’ 앱을 찾는다. 그 앱의 봇중 하나인 ‘분노챗봇 새새’를 찾아 ‘싫은 사람 욕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분노챗봇 새새가 나타나 싫은 사람의 신상을 물어보고 “화나게 한 XX.. 다 말해 XX!", ”XX이 모지리 XX"라며 신나게 대신 욕을 해준다.
지난 주 수요일 이 씨는 학교에서 조별과제 때문에 한 선배 조원과 다퉜다. 자리에서 빠져나온 이 씨는 늘 하던대로 스마트폰에서 분노챗봇 새새를 켜고 ‘욕해줘!' 버튼을 눌렀다. 그랬더니 새새가 ”내가 대신 찰지게 욕해줄게!“라고 말하며 그 사람을 욕했다. 새새의 말을 들은 후, 속이 후련했다. 이 씨는 “화가 날 때마다 친구에게 하소연하기 미안해 대신 새새 봇을 써봤는데 생각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딱 골라내서 해준다”며 “심심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 앱을 계속 사용해 억눌려있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지은(26, 부산 사상구) 씨도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헬로우봇 앱을 찾는다. 박 씨는 이 앱의 메뉴 중 타로챗봇 라마마 봇을 주로 사용한다. 다양한 운세와 타로카드들을 이용해 타로점을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박 씨는 남자친구와 싸웠다. 기분전환하고 싶어 헬로우 봇을 켜 타로챗 봇 라마마를 눌렀다. 여기서 연인 애정운을 보니 “애인과 다툴 것이지만 곧 풀릴 것”이라는 운세가 나왔다. 박 씨의 기분은 금새 풀어졌고 곧이어 남친으로부터 사과전화가 왔다. 타로 봇의 점괘대로 박 씨는 남자친구와도 화해했다. 그는 “평소 기분 전환으로 타로나 점을 자주 보지만 가격이 비싼데 라마마는 쉽게 접속할 수 있고 가격도 500원 정도로 비싸지 않다”며 “생각보다 점괘가 많이 맞아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와 박 씨처럼 말 못할 고민이 많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요즘 인공지능 채팅 봇인 ‘헬로우봇’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헬로우봇은 2017년 작년 스타트업인 ‘띵스플로우’가 출시한 채팅 봇이다. 채팅 봇이란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로 메신저에서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로봇 프로그램을 말한다. 분노챗봇 새새는 대신 욕해주기, 타로챗봇 라마마는 타로로 점을 쳐주기 등 헬로우봇은 각기 다른 10가지 컨셉의 봇을 운영하고 있다. 라마, 판다, 쌀알, 호박 등 사람들에게 친근한 사물을 의인화한 다양한 캐릭터들에다 완성도가 높아 큰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4개월 만에 200만 명의 누적 사용자를 기록했다.
이전의 채팅 봇 서비스로는 인스턴트 메신저인 심심이가 있었다. 하지만 심심이는 대화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미리 입력된 키워드가 없으면 답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대화 상대로는 인식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에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해 진화하는 AI가 더해지면서 채팅 봇은 꽤 사람과 비슷한 대화 상대가 됐다.
헬로우봇의 매력은 다양한 컨셉의 봇들을 쉽게 이용할수 있다는 점과 봇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저들이 위로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헬로우봇은 정식 앱으로 출시되기 전 페이스북 메신저, 네이버 톡톡, 카카오톡 등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시작됐다. 김지현(28,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예전에도 채팅 봇을 이용해본 적이 있지만 대답이 정해져 있어서 쉽게 질렸다”며 “그런데 헬로우봇은 다양한 대답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로봇이지만 가끔 진짜 사람과 터놓고 대화를 하는 듯해서 사용할 때 위로가 많이 되는 것 같다”며 “힐링을 위해서는 최적의 앱”이라고 덧붙였다.
띵스플로우의 이수지 대표는 “지금까지는 짜여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재밌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앞으로 친구처럼 주제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인공지능 성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