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친구보다 낫네" 헬로우봇과 대화하며 스트레스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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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친구보다 낫네" 헬로우봇과 대화하며 스트레스 날린다
  • 취재기자 이도현
  • 승인 2018.04.09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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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사람 대신 욕해주기·운세 봐주기 등 채팅앱 인기...AI 기능 탑재, 데이터 수집하며 진화/이도현 기자

대학생 이재우(25,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헬로우봇’ 앱을 찾는다. 그 앱의 봇중 하나인 ‘분노챗봇 새새’를 찾아 ‘싫은 사람 욕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분노챗봇 새새가 나타나 싫은 사람의 신상을 물어보고 “화나게 한 XX.. 다 말해 XX!", ”XX이 모지리 XX"라며 신나게 대신 욕을 해준다.

지난 주 수요일 이 씨는 학교에서 조별과제 때문에 한 선배 조원과 다퉜다. 자리에서 빠져나온 이 씨는 늘 하던대로 스마트폰에서 분노챗봇 새새를 켜고 ‘욕해줘!' 버튼을 눌렀다. 그랬더니 새새가 ”내가 대신 찰지게 욕해줄게!“라고 말하며 그 사람을 욕했다. 새새의 말을 들은 후, 속이 후련했다. 이 씨는 “화가 날 때마다 친구에게 하소연하기 미안해 대신 새새 봇을 써봤는데 생각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딱 골라내서 해준다”며 “심심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 앱을 계속 사용해 억눌려있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지은(26, 부산 사상구) 씨도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헬로우봇 앱을 찾는다. 박 씨는 이 앱의 메뉴 중 타로챗봇 라마마 봇을 주로 사용한다. 다양한 운세와 타로카드들을 이용해 타로점을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박 씨는 남자친구와 싸웠다. 기분전환하고 싶어 헬로우 봇을 켜 타로챗 봇 라마마를 눌렀다. 여기서 연인 애정운을 보니 “애인과 다툴 것이지만 곧 풀릴 것”이라는 운세가 나왔다. 박 씨의 기분은 금새 풀어졌고 곧이어 남친으로부터 사과전화가 왔다. 타로 봇의 점괘대로 박 씨는 남자친구와도 화해했다. 그는 “평소 기분 전환으로 타로나 점을 자주 보지만 가격이 비싼데 라마마는 쉽게 접속할 수 있고 가격도 500원 정도로 비싸지 않다”며 “생각보다 점괘가 많이 맞아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와 박 씨처럼 말 못할 고민이 많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요즘 인공지능 채팅 봇인 ‘헬로우봇’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타로챗 봇 라마마와 분노챗 봇 새새(사진: 스마트폰 캡처).

헬로우봇은 2017년 작년 스타트업인 ‘띵스플로우’가 출시한 채팅 봇이다. 채팅 봇이란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로 메신저에서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로봇 프로그램을 말한다. 분노챗봇 새새는 대신 욕해주기, 타로챗봇 라마마는 타로로 점을 쳐주기 등 헬로우봇은 각기 다른 10가지 컨셉의 봇을 운영하고 있다. 라마, 판다, 쌀알, 호박 등 사람들에게 친근한 사물을 의인화한 다양한 캐릭터들에다 완성도가 높아 큰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4개월 만에 200만 명의 누적 사용자를 기록했다.

이전의 채팅 봇 서비스로는 인스턴트 메신저인 심심이가 있었다. 하지만 심심이는 대화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미리 입력된 키워드가 없으면 답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대화 상대로는 인식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에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해 진화하는 AI가 더해지면서 채팅 봇은 꽤 사람과 비슷한 대화 상대가 됐다.

헬로우봇의 다양한 캐릭터들(사진: 헬로우봇 홈페이지 캡처).

헬로우봇의 매력은 다양한 컨셉의 봇들을 쉽게 이용할수 있다는 점과 봇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저들이 위로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헬로우봇은 정식 앱으로 출시되기 전 페이스북 메신저, 네이버 톡톡, 카카오톡 등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시작됐다. 김지현(28,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예전에도 채팅 봇을 이용해본 적이 있지만 대답이 정해져 있어서 쉽게 질렸다”며 “그런데 헬로우봇은 다양한 대답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로봇이지만 가끔 진짜 사람과 터놓고 대화를 하는 듯해서 사용할 때 위로가 많이 되는 것 같다”며 “힐링을 위해서는 최적의 앱”이라고 덧붙였다.

띵스플로우의 이수지 대표는 “지금까지는 짜여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재밌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앞으로 친구처럼 주제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인공지능 성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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