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돌봄교실 확대 방침에 학부모 “프로그램 질적 개선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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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돌봄교실 확대 방침에 학부모 “프로그램 질적 개선이 급선무”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0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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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초등 돌봄 인원 20만 명 확대할 것” / 조윤화 기자
정부가 초등 돌봄 프로그램 운영을 전반적으로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 돌봄교실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정부가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초등 돌봄 교실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맞벌이 학부모들은 한시름 덜었다고 반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돌봄 교실의 공급도 좋지만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초등 돌봄 교실은 학부모 사이에서 ‘돌봄 로또’라는 말이 나올 만큼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정부는 4일 초등 돌봄 공백 문제 해소와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해 2020년까지 돌봄 규모를 33만 명에서 53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행사자리에서 “초등 돌봄 이용 아동수를 전체 20만 명 늘리고, 그동안 1, 2학년 대상이었던 것을 점차 전 학년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돌봄교실 이용시간도 기존의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돌봄 교실 정책에 대해 “재정적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국가가 해야 할 사업”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초등학생 자녀들이 하교 시간이 빨라지면서 생기는 육아 공백이 학부모의 일과 육아의 병행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여성 경력 단절의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신학기에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여성 1만 5841명이 퇴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초등 돌봄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함으로써 학부모들이 “자녀가 방과 후에도 안전한 공간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고 안심하며 맘 편히 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돌봄 교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질적인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대다수 학부모는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초등 돌봄 교실 운영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돌봄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매일 무상 프로그램 하나씩을 무료 제공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학교마다 돌봄 프로그램의 질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의하면, 돌봄 교실 확보에 드는 예산은 대략 6000억 원에 달한다. 시설비 1050억 원은 전액 국고로 지원하지만, 운영비 및 인건비 약 5000억 원은 시도 개별 교육청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때, 시도 교육청의 재정 여건에 따라 돌봄 프로그램의 질적 격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워킹맘 한모(37) 씨는 돌봄 프로그램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녀는 “돌봄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가 복도를 배회하고 있더라”라며 “가끔 아이가 교실에 물건을 놔두고 와 놓고 온 물건을 챙기러 교실로 가면 돌봄 선생님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하고 있고 아이들은 교실을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워킹맘 박모(35) 씨는 아이를 위해 단기 육아휴직을 내고 등하교를 아이와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어느 날 20분 정도 이른 시간에 데리러 갔는데 이미 아이가 가방을 메고 교실 문 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아이가 돌봄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맨날 책만 보라고 해서 벌써 싫증을 낸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이어 박 씨는 “말 그대로 ‘돌봄’ 교실이니까 돌봄 이상의 것을 내가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돌봄 교실을 그만두고 학원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학부모들이 정부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며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김모(33) 씨는 “기껏 나라에서 무상으로 아이를 돌봐 줬더니 더한 것을 요구한다”며 “아이를 집에 혼자 두는 것도 싫고, 도우미 쓰는 것도 싫고, 학원 싫고, 방과 후 교실도 싫으면 그냥 알아서 키워라”고 말했다.

대학생 안모(23) 씨 또한 “돌봄은 말 그대로 선생님이 돌봐주는 거지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돌봄 프로그램에서 양질의 수업을 받고 싶으면 학원비를 내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게 맞는 선택인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과 가정의 양립하려면 돌봄 교실 프로그램의 확충과 더불어 직장 내의 칼퇴근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돌봄 교실 운영시간을 늘리더라도 그 시간까지 직장인 부모가 퇴근하지 않을 경우, 아이는 혼자 집에 있게 되거나 어쩔 수 없이 또 ‘학원 뺑뺑이’를 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학부모와 함께한 돌봄 정책 발표 간담회 자리에서 “돌봄의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노동시간 단축, 유연 근무제 확대, 칼퇴근 문화 정착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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