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엇갈린 희비…"미세먼지 걱정 뚝" 시민들 환호, 벚꽃 축제 상인들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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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엇갈린 희비…"미세먼지 걱정 뚝" 시민들 환호, 벚꽃 축제 상인들은 울상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4.0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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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흘간 비 소식, 축제 취소된 곳도…"주말까지 꽃이 지지 않았으면" / 정인혜 기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봄비 소식이 반갑다는 기상캐스터의 말처럼 전국에 비가 내린 4일 시민들은 숨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이 ‘좋음, ‘보통’ 수준을 기록했다. 비 소식은 오는 6일까지 예보돼 있다.

한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사람들은 한시름 던 모습이다. 대학생 정재은(25, 부산시 남구) 씨는 “비 오는 날씨를 싫어하는데 오늘 내린 비는 정말 반가웠다”며 “미세먼지가 다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더욱 극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는 서울 9㎍/㎥, 인천 8㎍/㎥, 경기 11㎍/㎥로 관측됐다. 이는 ‘좋음’(0∼15㎍/㎥) 기준치 안에 안전하게 포함된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좋음’ 수준으로 맑은 대기 상태가 나타난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약 보름 만이다.

직장인 박가은(27, 서울시 중랑구) 씨는 “맑은 하늘과 공기를 느끼는 게 감사한 일인 줄 몰랐다. 오랜만에 사무실에서도 창문 열어놓고 환기를 시켰다”며 “좀 추워도 비가 내려서 하늘이 깨끗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봄비를 반기는 건 아니다. 주말 벚꽃 나들이를 계획했던 상춘객들에게는 빨간불이 켜졌다. 자영업자 하윤진(32) 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벚꽃놀이를 가려고 했는데, 완전히 망쳤다. 사흘간 비가 내린다는데 꽃이 다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벚꽃이 지는지도 모른 채 장사만 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비 때문에 벚꽃 축제가 취소된 곳도 있다. 오는 7일부터 8일까지 ‘남산벚꽃잔치 한마당’을 기획한 강릉시는 4일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행사 주관 단체인 강남동 발전협의회 측은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행사를 계획했는데, 이상 고온현상으로 평년보다 일찍 만개했고 비가 내려 낙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됐다”며 “불가피하게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축제 공식 무대가 마련됐던 강릉시 남산공원 일대의 벚꽃은 현재 대부분 떨어진 상태다.

벚꽃 축제가 한창인 4일 부산 사상구 소재 삼락공원 전경. 비 소식으로 상춘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주변 노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상춘객 맞이에 분주했던 상인들은 비상이 걸렸다. 비가 내린 4일 부산의 삼락공원. 하루 전만해도 인파로 넘쳤던 거리는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나 사상역 경전철을 이용하기 위해 출국 전 잠시 들른 일본 관광객들 외에는 방문객들을 찾기 어려웠다.

주부 이주화(52, 부산시 사상구) 씨는 “꽃을 보는 게 좋아서 개화하고부터는 매일 이 길로 집에 가는데 어제 오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어제만 해도 시끌벅적했다”며 “비 오니 운치 있고 조용해서 좋은데 여기서 한철 장사하는 상인들은 속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말처럼 벚꽃이 만개한 거리에는 점포 서너 군데만이 불을 켜놓고 있었다. 축제 기간 거리를 가득 채웠던 닭 꼬치 냄새도 자취를 감췄다. 문을 연 점포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대신 “아무도 안 오네”라며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는 상인들의 모습이 그 자리를 채웠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축제 기간에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앞 노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곳은 축제 기간 항상 북적이던 곳이다. 노점상 박모 씨는 “비가 와도 벌어야 하니까 별수 없이 나왔는데 평일인 어제와 그저께에 비해서도 손님이 뚝 떨어졌다. 오늘 10만 원어치도 못 팔았다”며 “주말에는 날씨가 좋다던데 그때까지 꽃이 떨어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비 소식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국의 벚꽃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부산에서는 이곳 삼락공원, 강서 낙동강변 벚꽃축제가 이어진다. 진해군항제도 오는 10일까지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한다. 오는 6일 개막하는 경주 벚꽃 축제와 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 석촌 호수 벚꽃 축제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2018 전국 벚꽃 축제 일정(사진: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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