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억장을 무너지게 만드는 두 전직 대통령들의 거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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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억장을 무너지게 만드는 두 전직 대통령들의 거짓말들
  • 논설주간 강성보
  • 승인 2018.03.2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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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강성보

2009년 리키 저메이스가 주연, 감독한 <거짓말의 발명>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는 상황을 설정한 코미디 영화다. 양로원 직원은 방문객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노인을 버리려 왔냐”고 묻고, 사람들은 지나가다 본 아기에게 “얼굴이 정말 못 생겼네요”라며 본심을 태연하게 말한다. 이런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주인공 마크 벨리슨(리키 저메이스 扮)은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 주위 사람들과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다는 줄거리다.

영화 내용 중 일화 한토막을 소개하면.

마크는 어머니를 임종하면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어머니에게 “사후 세계는 ‘무(無)’의 세계가 아니라 사랑했던 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고통은 없으며, 사랑만이 있는 영원한 행복의 세계”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마크의 거짓말을 들은 의사와 간호사들은 신문기자들에게 마크가 사후 세계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고 제보해 마크는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된다. 갑자기 몰려드는 인파에 무슨 말을 해줄 것인가 고민하다가 ‘하늘에 있는 자’라는 상상 속의 사람을 만들어내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그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전설화되고 마크는 부와 명예를 갖게 된다.

발칙한 상상력을 동원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헛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지만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마 우리 모두가 거짓 투성이의 세상, 진실에 목말라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개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10번 이상, 1년에 100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거짓말인 줄도 모르고 하는 거짓말, 남에게 던지는 ‘덕담형 화이트 라이(white lie)’까지 포함하면 우리의 언어생활은 거의 절반 이상이 거짓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언어 자체가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하기 위해 발달했다는 학설도 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베일에 싸였던 세월호 7시간에 관한 진상의 일각이 드러났다. 결론은 정말 허탈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 7시간 동안 거의 대부분을 침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당시 박근혜가 한 일이라고는 안봉근 비서관이 침실 밖에서 여러 차례 급박하게 부르자 얼굴을 내밀면서 “그래요?”라고 답한 부분과 10시 22분 김장수 안보실장과 짧은 통화를 한 사실, 10시 30분 김석균 해경청장에 전화를 건 것이 전부다. 그리고 10시 41분 간호장교로부터 가글을 받았고, 다시 오후 2시 15분 최순실이 청와대에 들어올 때까지 3시간 30여 분을 침실에 머물러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2014년 7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실시간으로 11차례 서면보고를 받았다”는 말은 거짓말임이 확인됐다. 2016년 정초 청와대가 마련한 공개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손 제스처를 과장되게 써가며 “그날 정상적으로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는 설명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졌다. 김장수 전 안보실장이 자전거로 관저를 오가며 여러차례 실시간 보고했다는 국회 진술 역시 완벽한 소설이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당시 박근혜 청와대는 자신들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엄정해야 할 국가문서 마저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의 거의 모든 진술이 거짓이었다. 청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청와대가 총동원돼 조작하고 위조하고 거짓말을 한 사실을 스스로 확인했다. 대통령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당시 청와대는 하나의 ‘거짓말 왕국’이었다.

요즘 젊은이들 은어에 ‘입벌거’가 있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말하자면 상습적 거짓말장이다. 좀 가혹한 평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문제에 국한시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입벌거’였다.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200여 명의 무고한 목숨들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있을 때 청와대 내실에서 무슨 은밀한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은밀한 짓을 감추기 위해 한 번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짓말이 이어졌으며 청와대의 관리들까지 죄다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던 것이다.

‘입벌거’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결코 못지 않는 사람이 지난주 결국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우리는 이명박이 BBK 문제 등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 후보에 대해 “도곡동 땅이 어떻다구요?. BBK가 어떻다구요? 모두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며 핏발을 세우던 장면을 기억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의혹이 거의 다 사실이었다.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은 상대 후보가 아니라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명박은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혐의사실들을 부인하고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뇌물 수수, 배임 등 18개 항목의 혐의에 대해 완벽하게 부인했다. 과거 심복들의 자백이 담긴 자수서 및 영포빌딩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물증을 들이대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막무가내로 부인, 조사하는 검사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이명박을 두고 ‘확증편향 신드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믿는 것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부인하고 부정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또 일각에선 그가 방송 카메라 앞에서 기자들의 공격적 질문에 답변할 때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이 잦은 것을 포착, 거짓말의 특정 징후가 아닐까 진단했다.

‘피노키오 효과’란 심리학 용어가 있다. 거짓말을 할 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율신경계가 자극돼 특정한 신체적 징후를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동화 속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것에서 그 용어를 따왔다. 물론 사람은 코가 길어지지는 않지만 거짓말을 할 때마다 호흡이나 맥박 등 생체리듬이 변하며 코를 만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면 ‘카테콜라민’이란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로 인해 콧속 조직이 팽창하고 상승해 코끝 신경조직이 가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성추문과 관련 연방대배심에서 분당 평균 스물여섯 번이나 코를 만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코를 만지는 것 대신 혀를 날름거리는 생리적 현상을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피노키오 이미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할 때 무의식적인 반응을 기록하는 폴리그래프의 일종으로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마스턴이 1915년 고안했다. 거짓말을 하면 생기는 불안한 심리와 정서가 호흡과 심장박동, 혈압, 안구운동 등 생리적 지표로 나타낸다는 접근이다. 거짓말 탐지기는 각종 범죄수사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8340건, 2015년 8540건 등 해마다 8000건 이상 수사에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대수 나라에서 거짓말 탐지기는 참고자료로만 쓰일 뿐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당사자가 거짓말과 거짓기억을 구분해내지 못할 경우 거짓말을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스스로 속이는 경우 사실과 다른 결과는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는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19세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우리들의 주관적인 차원 저편에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진실이 손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늘 인류에게 던져진 숙제라 할 수 있다. 거짓이 산차럼 쌓이고 있는 시대에 거짓말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진실에 대한 인류의 오랜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 동전의 양면처럼 거짓말에 대한 탐구는 진실에 대한 탐구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거짓말 탐구자들이 명명한 심리학 용어에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말한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으며 현실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생각한다고 한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또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두 전직 대통령이 리플리 증후군 환자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아무쪼록 재판 과정에서 양심의 소리에 의거해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진실을 밝히고 죗값을 자청하는 것이 그나마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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