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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서워요" 고시원에 틀어박히는 한국형 '히키코모리’

기사승인 2018.03.29  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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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난 스트레스 등으로 은둔..."30만 명 넘는다" 추정에도 정부는 실태조사도 없이 방치 / 정인혜 기자

최근 젊은이들 가운데 고시원에 틀어박혀 타인과의 교류를 일절 거부하는 '한국형 히키코모리'가 늘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사회 생활을 극도로 꺼려하고,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을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부산 서면의 한 고시원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김모(33) 씨는 지난해 11월 ‘싼 방’을 원하는 젊은 여성에게 오랫동안 비어 있던 방을 소개했다. 2평이 채 되지 않는 크기의 이 방에는 창문도 없고 건물 구조상 큰 기둥이 서 있었지만, 그 여성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고시원 원장은 그 여성에게 방값으로 ‘25만 원’만 받으라고 했다. 그 여성은 그날로 입실해 짐을 풀었다.

이후 그 여성은 ‘조용히’ 생활했다. 사실 지나치게 인기척이 없었다. 3개월간 고시원을 나서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김 씨가 자리를 비웠을 때만 움직였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여성이 김 씨의 눈에 띈 적은 없었다. 다 함께 식사하는 식당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지난 1월, 입실 4개월 만에 그 여성은 모습을 드러냈다. 본인이 직접 나섰던 것은 아니다. 같은 층을 쓰는 여성들의 신고로 고시원 ‘비밀의 문’은 드디어 열렸다.

문을 열고 마주한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방안을 가득 채운 쓰레기 봉지에, 누렇게 변색된 침구류, 배달음식 포장 박스, 찢겨진 전문 서적 몇 권까지. 방이 지저분한 건 둘째 치더라도 그 여성의 건강 상태가 걱정됐다. “괜찮으세요?”라고 말을 건네자, 창백한 안색의 그 여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제발 건드리지 말라고... 나 혼자 놔두라고!”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나온 김 씨는 그 이후로 그 여성을 보지 못했다.

은둔형 외톨이, 일명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저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고시촌에 사회를 등진 채 살아가는 은둔형 외톨이, 일명 ‘히키코모리’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청년들이 스스로 고립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좁은 취업문,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어려운 경제 상황 등에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청년들을 좁은 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취업에 성공한 최모(32) 씨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던 과거가 있다. 지난 2013년 지방직 공무원 시험공부를 위해 고시원에 입실한 그는 두 차례 낙방 후 방에 틀어박혀 1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최 씨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보니 세상 모든 것에 염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는 희망도 없고 꿈도 없고 미래도 없었다. 세상이 무서웠다”며 “씻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짐승처럼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누구였는지도 생각 안 나는 때가 오더라”고 말했다.

최 씨는 비단 자신만의 경험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같은 고시원에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고.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 먹고 살기 어렵다지 않나. 고시원에서 한 달만 살아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뼈저리게 느낄 것”이라며 “고시원에는 도움이 필요한 젊은 사람들이 많다.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문제는 당사자가 원치 않을 경우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심각한 상태로 보이는 은둔형 외톨이 환자가 있어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닌 이상 강제로 방에서 끌어낼 방법도 없다.

이렇게 되면 가장 좋은 방법은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을 사전에 구제하는 것이다. 예방이 가장 좋은 대책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태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최소 30만 명 이상이라는 추정치만 있을 뿐이다. 반면 한때 이 문제로 떠들썩했던 일본에서는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추산한 15∼39세 히키코모리 인구는 약 54만 1000명. 일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이들의 취업준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정신건강증진센터 관계자는 “은둔형 외톨이 같은 정신증 고위험군은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들과 협업해 고위험군을 발굴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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