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심해지는 서양의 동양인 차별 / 조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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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심해지는 서양의 동양인 차별 / 조은서
  • 부산시 해운대구 조은서
  • 승인 2018.03.2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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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널리스트 리차드 리 타이(Richard Lee Thai)는 ‘인종차별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Is a World Without Racism Possible?)’라는 칼럼을 썼다. 그는 여기서 책 표지를 보고 책을 평가해서는 안 되며 시간을 들여 책 안의 내용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사람을 얼굴색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전 세계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하지만 최근 더욱 문제시되는 차별이 있다. 바로 ‘동양인 차별’이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항공기에서 동양인을 무력으로 추방해서 물의를 빚었다. 항공사에서는 좌석 티켓을 초과 판매했고, 직원이 이용할 자리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미 항공기 좌석에 탑승해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던 승객 중 랜덤으로 추방할 사람을 뽑았고, 그 중 다음 날 수술이 잡혀있어 속히 비행기로 병원으로 가야할 동양인 의사가 타겟이 됐다. 그는 수술 받아야 할 환자를 위해 버티고 버티다 승무원들의 폭행과 강압으로 피를 철철 흘리며 항공기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해당 항공사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동양인 차별이라는 비난과 질타를 받았다. 후에 항공사 측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인종차별하는 항공사란 오명을 떨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인종차별 반대 이미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동양인 차별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교환학생과 유학생, 워킹 홀리데이를 이용해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서양으로 가는 동양인이 아주 많다. 그들 동양인 학생들이 가장 고충스런 일이라고 공통적으로 꼽은 것이 ‘동양인이기에 받았던 차별’이었다. 그들은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보며 두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행위를 가장 끔찍한 차별행위였다고 지적한다. 이는 서양인에 비해 쌍커풀이 없고 작은 눈을 가진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위다. 영국으로 유학을 갔던 대학생 이지은(24, 동아대) 씨는 “서양 사람들은 흑인을 차별하는 것은 조심스러워 하지만 동양인 차별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동양인은 인종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와 같은 한국인 겸 동양인으로서 가슴이 저미지 않을 수 없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극에 달했던 19세기와 20세기를 넘으니, 아직 넘어야 할 커다란 산들이 더 남아있다. 동양인 차별은 차별 넘어 새롭게 등장했거나 아직도 여전한 차별이다. 세계인들이 시청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공공연하게 동양인 비하를 개그 주제로 삼는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골 세리모니가 눈 찢기인 경우도 있었다. 세계가 하나 되어 가는 글로벌 시대지만, 동양인 차별이라는 그 속에 있는 거대한 암흑의 세계가 짙어가고 있다.

여기서 다시 질문하게 된다. 정말 인종차별 없는 세상이 가능한가? 우리는 움직여야한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개가 시간이 흐른 뒤 결국 태풍을 일으키는 것처럼 소리 내야 한다. 미투 운동으로 이 세상의 차별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있다. 동양인 차별은 흑인 차별 못지 않게 심하면서도 별로 문제가 안 된 게 이상할 정도다. 미투가 큰 변화의 흐름을 만든 것처럼, 서양인들이 ‘동양인은 소심하고 순종적’이라는 조롱을 고발해야 한다. 서양을 다녀온 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서양의 동양인 차별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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