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 장제원 꼬리내려 SNS 사과했지만 경찰 “진정성 없다” 비판
상태바
‘미친개’ 장제원 꼬리내려 SNS 사과했지만 경찰 “진정성 없다” 비판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3.29 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친 논평 사과...일부 정치경찰 향한 것" 해명...퇴직 경찰단체 국회 앞서 규탄 집회 / 신예진 기자
'미친개' 발언을 했던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28일 페이스북으로 사과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손사래 치는 모습(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자유한국당의 ‘미친개 발언’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문제 발언을 사과했지만, 경찰관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시민들은 장제원 수석대변인을 상대로 고발하기도 했다.

장 대변인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치신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글을 게시했다. 장 대변인은 “일선에서 민생치안을 위해 수고하시는 경찰 여러분께 사과 말씀 전한다”며 “의정 생활 중 4년을 국회 행정안전위원으로서 경찰과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고 해명했다.

장 대변인은 논평이 ‘일부 정치 경찰’을 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저의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논평이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 경찰을 명시한 논평이었다”며 “경찰이 국민의 공복으로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 경찰들은 반드시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경찰과 악연이 깊다. 장 대변인은 지난 2016년 12월 국회 안행위 회의에서 경찰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충돌했을 때 막말을 토해 눈총을 샀다. 당시 장 대변인이 표 의원에게 “니가 깡패야?”라고 하자, 표 의원은 “경찰이다 왜?”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장 대변인은 “경찰이야? 야, 국회의원 품위 지켜”라고 쏘아붙였다

일선 경찰들은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단단히 뿔이 난 경찰관들은 경찰 내부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경찰인권센터’ 페이지 등에서 장 대변인의 발언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일부 경찰관들은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인증 샷'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위(36)는 “국회의원들은 비방할 때는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하더니, 사과는 본인의 SNS로 한 줄 적고 말더라”며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억지 사과할 바에야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장 대변인의 사과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경급 경찰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과라는 단어만 썼을 뿐 그 사과는 한국당 표를 떨어지게 한 것에 대한 사과”라며 “절대 경찰에 대한 사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물쩍 그렇게 넘어간다고 끝난다고 보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분노한 경찰 단체는 결국 국회를 찾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날 퇴직 경찰관 단체인 무궁화클럽과 민주경우회, 경찰개혁민주시민연대 등 9개 단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제원 의원은 즉각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고 홍준표 당 대표가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당은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법률과 적법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수사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회견 직후 한국당에 ‘미친개’ 발언을 규탄하는 내용을 진정서를 제출했다.

화난 일부 시민들도 장 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27일 시민 신모 씨는 장 대변인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 중앙지검에 제출했다. 혐의는 경찰 15만 명에 대한 명예훼손. 신 씨는 페이스북에 “장제원 대변인의 행위는 단순한 모욕과 명예훼손이 아닌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며, 악의적 비방을 목적으로 경찰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변인의 망언은 지난 22일 한국당의 논평에서 불거졌다. 경찰이 ‘야당 탄압’을 한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다. 당시 장 대변인은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며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표현했다.

한국당이 '표적수사'라며 반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지난 16일 발생한 울산경찰청의 울산시청 압수수색이다.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인 김기현 현 시장의 동생 비리를 포착해 울산시청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21일에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 일행과 관련해 울산공항이 시끄러웠다. 홍 대표 일행이 항공기 탑승 전 보안검색을 받지 않고 통과한 것. 이에 울산중부경찰서는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등 울산공항 직원 2명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한편, 전·현직 경찰들은 장 대변인의 ‘미친개’ 발언에 집단 행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전국 경찰관 커뮤니티인 ‘폴네티앙’은 법적 대응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장 대변인의 발언이 경찰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다음 주쯤 대응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