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중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데 일본 좌석은 없다" 아베 안절부절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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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중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데 일본 좌석은 없다" 아베 안절부절못해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3.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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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부, 북중 정상회담 귀띔도 못받아...아베, 4월 트럼프 만나 일본 입장 전달 예정이지만 반영될지 미지수 / 신예진 기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베이징을 전격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정부는 '저팬 패싱'이 현실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참석한 미국 펜스 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사진: 더 팩트 이효균 기자, 더 팩트 제공).

남북한의 해빙 무드가 동아시아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대문을 걸어 잠그던 북한은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회담을 시작으로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러자 '북핵 대화' 국면에 끼지 못한 일본만 속을 태우고 있다. ‘재팬 패싱’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본은 그동안 대북 강경론을 고수해왔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대북공조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구상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자 일본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사실이 28일 공식적으로 발표되자아베 신조 총리는 패닉에 빠졌다.

아베 총리는 2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남북‧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중 정상회담을 한 것은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는 중“이라며 ”중국 측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재팬 패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중국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미리 귀띔을 받지 못했음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기 때문. '재팬 패싱'은 최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일본만 소외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 일본 정부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요미우리신문은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하며 “예상 밖 사태로 받아들이고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 역시 “설마 김정은이 방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와 미국은 해당 사실을 사전에 통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계자는 아시아경제에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계셨을 때 (김정은 방중)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UAE 순방 일정을 가진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7일 중국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연락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둘러싼 정세 변화에, 일본 정부는 최근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의 회담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 북한은 오히려 일본의 적극적인 대화 시도가 불쾌하다는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27일 북한 웹사이트 '우리 민족끼리'는 논평에서 "북남화해와 관계 개선 노력을 방해하고, 한반도 문제에 참견하려고 한다"고 일본을 비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베 총리는 오는 4월 미국행을 택했다. 아베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로선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폐기, 납북 일본인 귀환 등이 숙제다.

국내 온라인 여론은 ‘재팬 패싱’에 고소해 하는 분위기다. 일본이 최근 북한의 핵 위협을 부각하며,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꾀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 실제로 일본은 지난 27일 육상 자위대를 총괄하는 통합사령부를 창설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한반도 분단의 책임은 일본에 원죄가 있고, 전범국 일본이 피해국 남북에 감히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이 안 된다”며 “미국이 일본을 챙겨주기를 바랐겠지만 미국이 왜 일본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겠나”고 꼬집었다. 그는 “애완견의 종말은 유기견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일본 국내에서 ‘재팬 패싱’ 우려가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대북 문제에서 ‘일본 역할론’을 주장했다. 북한의 방중이 일본 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에 따른 결과라는 것. 일각에서는 아베의 ‘아전인수’ 식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 뉴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이런 변화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의로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방침에 따른 결과"라며 "(대북 압력을) 국제사회의 방침으로 하도록 일본이 리더십을 갖고 대응한 결과, 북한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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