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안 되는데...“ 새학기 대학가에 우울·무력증 호소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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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안 되는데...“ 새학기 대학가에 우울·무력증 호소 급증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3.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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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환자 4년 새 1만 명 증가, '양극성 우울증' 다수...전문의들 "조기 상담·치료 받아야" / 조윤화 기자
우울감을 토로하는 20대가 증가하고 있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2년 5만 2793명에서 재작년 6만 4497명으로 22.2% 증가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개강 한 달을 맞은 대학가에서 심리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대학생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로 대학 3학년이 된 윤모(22, 부산시) 씨는 무기력증에 빠졌다. 그는 ”요즘 내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무력하다“며 ”방학 동안 인턴도 했고, 지금도 영어공부 공모전 등 틈틈이 뭔가를 하고 있지만, 종종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윤 씨는 ”취업 걱정이나 진로 고민을 동기들과 얘기하다 보면 결국은 우리가 더 ‘노오력’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 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그는 ”오죽하면 친구랑 ‘그냥 돌이 되고 싶다’면서 웃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모(22, 경북 포항시) 씨는 취업에 관한 걱정이 크다. 정 씨는 ”대학들이 취업률을 뻥튀기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 무념무상의 시간을 일컫는 신조어)'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생들의 취직 비율이 한 자리 퍼센티지라는데 한숨밖에 안 나온다“며 ”학과에서 소위 잘나간다던 선배가 졸업 후 취업 대신 다른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어떡하나 우울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소모(22, 부산시) 씨도 ”대학을 다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소 씨의 학과 선배 대부분이 아직 구직 중이거나, 취업했더라도 전공과 관련 없는 직종에 취업한 경우가 많기 때문.

소 씨는 ”대학을 그만두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대학을 다니는 건 더 아닌 것 같다“며 ”나도 노력을 해야겠지만, 노력만 가지고는 안 되는 세상이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취업에 대한 걱정을 애써 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우울감을 느끼는 대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발표한 ‘우울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의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2년 5만 2793명에서 재작년 6만 4497명으로 22.2%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10대, 40대, 50대 환자는 줄었으며, 30대 우울증 환자는 1.6%로 소폭 상승했다.

한국경제에서 발행하는 잡지 ‘캠퍼스 잡앤조이’에 따르면, 서울 심리지원 북부센터 이용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대가 66%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20대가 4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극심한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양극성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대는 대학, 군대, 직장 등 생활에 변화가 많은 시기다. 잘 적응하지 못하면 자책감·괴로움이 밀려올 수 있다"며 "기분이 우울했다 갑자기 들뜨는 양극성 우울증이 20대에 많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은 국내 사회 문제 중 무한 경쟁 체제와 타인과 비교하는 문화를 20대 우울증 원인으로 꼽는다. 파이낸셜 뉴스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홍진표 소장은 “산업화 과정에서 경쟁 시스템이 도입되고 ‘싸워 이기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이에 더해 좋은 학벌, 직장을 중시하는 체면 문화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상대 평가로 나를 결정하는 비교문화의 결과”라고 우울증을 불러오는 한국 사회 문제를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은 “본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의심될 경우 하루빨리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며 우울증 초기 대응을 강조한다. 우울증은 초기 증상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심리 상담만으로도 호전할 수 있으며, 완쾌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반면, 우울증 증상을 방치해 증상을 악화시키면 약물치료가 우선시돼 치료 기간이 길어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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