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참전과 관련해 베트남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우리 대통령이 베트남과의 과거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베트남 주석궁에서 열린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범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꽝 주석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훌륭한 말씀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베트남 지도부가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전해오면서 문 대통령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SBS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 중 과거 베트남 파병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쟁의 현장에서 겪은 민간인의 피해나 군인들 간의 불행에 대해 의사 표시를 했으면 하는 게 저희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베트남 자체 내에서 과거의 전쟁이나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부각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유감 표명을 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에서 영상 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 베트남전 파병 과정에서 발생했던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사과의 의미를 전한 것. 당시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이를 언급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당당한 구실이 생겼다는 반응도 눈에 띈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은 역사 왜곡에만 힘쓰는 섬나라 원숭이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과거를 부정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하는 네티즌들은 “우리 대통령 자랑스럽다”,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 “사과는 깔끔하게 하고 앞으로도 양국이 동반자 관계를 지속하면 좋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반면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자유 대한의 국군이 공산주의의 잔혹함에 맞서 우방국들과 베트남에서 싸운 게 뭐가 문제냐”며 “공산 진영과 자유 진영의 싸움에 대해서 왜 사과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