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아이디 10개 돌려가며 댓글” 포털 뉴스 댓글 창 여론조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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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아이디 10개 돌려가며 댓글” 포털 뉴스 댓글 창 여론조작 우려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3.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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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댓글 폐해 막으려면 포털 뉴스 댓글 창 폐지 고려해야” / 조윤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와 포털 뉴스 댓글 조작을 척결하기 위해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선언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인터넷 댓글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털 뉴스 댓글 창은 포털사이트의 안일한 규제 속에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이 수십 개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해 베스트 댓글을 선점할 수 있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최근 모 아이돌 팬카페에는 '기사에 댓글을 많이 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가 소개한 비법은 다름 아닌 최대한 많은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

그는 “화력 좋은 팬덤들은 기본 1인당 아이디 10~15개는 기본이더라”라며 “해당 기사에 좌표를 찍고 열 명이 댓글 달러 가면 댓글 150개는 금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디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본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아이디 3개를 비롯해 친척, 자녀의 아이디까지 만들어 총 11개의 아이디를 활용해 댓글을 달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댓글이 많아야 포털사이트 메인란에 오르게 되고 그것이 곧 화제성”이라며 팬카페 회원들에게 “댓글을 열심히 달아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해당 게시물에는 “나는 6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데, 더 분발해야겠다”, “가족 아이디로 번갈아 쓰고 있었는데 내 이름으로 3개나 만들 수 있었는지 몰랐다”,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다, 나도 아이 명의로 아이디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는 식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많은 이들이 아이디를 번갈아 가는 수고까지 감수하며 댓글 달기에 열심인 이유는 뉴스 댓글 창에 자신이 속한 집단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아이돌 팬카페 외에도 보수, 진보성향을 띤 커뮤니티 혹은 남,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기사가 있으면, 커뮤니티에 해당 기사를 링크한 다음, 소위 ‘좌표를 찍고 화력 지원’을 부탁한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혐오표현, 댓글 조작 대책 토론회에서 신경민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신경민 의원 블로그).

포털 뉴스 댓글 창은 여론 조작과 가짜 뉴스 유포 근원지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털뉴스 댓글 기능이 필수적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댓글 무용론을 펼쳐 눈길을 끈다. 

파이낸셜 뉴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가짜뉴스, 혐오. 차별표현, 댓글 조작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신 의원은 “해외에서는 포털이 아웃링크를 통해 뉴스를 공급하거나 언론사 사이트들이 뉴스에 대한 댓글 코너를 없애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인터넷과 모바일은 촛불 혁명의 기술적 배경이 되긴 했지만, 동시에 유언비어가 가짜뉴스가 되고 혐오 표현과 집단 광기가 순식간에 확산되는 효과적 경로가 주어졌다는 문제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검색 엔진으로 통하는 구글에서 뉴스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기사가 게재된 언론사 홈페이지로 바로 넘어간다. 이 밖에도 구글은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를 도입했다. GNI는 가짜 뉴스를 가려내기 위한 도구로, 구글은 향후 3년 간 3300억 원을 투자해 가짜 뉴스를 뿌리 뽑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의 이와 같은 행동은 뉴스를 자체 생산하지는 않으나, 뉴스 콘텐츠를 노출하는 사이트로서 어느 정도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구글과 대비되는 국내 포털사이트 관계자의 입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신경민 의원은 “댓글은 가짜뉴스의 유포 경로로 기능한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신 의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내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댓글은 사용자의 선의에 의해 핵심 가치인 다양성을 달성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악의의 목적을 가진 사용자들로 인해 품질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댓글은 가장 많은 시민참여를 끌어내는 상시적 수단인 만큼 이 공간을 포기하거나 평가절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가짜뉴스와 포털 뉴스 댓글 조작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전검열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신경민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백한 가짜뉴스나 인권을 침해하는 정도의 댓글은 오히려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라며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실제 댓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몇 조를 숨겨놨다느니,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는 등 가짜뉴스로 판명된 것들이 마구 돌아다니는데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공자님 말씀만 늘어놓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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