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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다른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디에, 무엇에, 왜 화를 내는가...’미투(#MeToo)‘운동 / 박수창

기사승인 2018.03.23  23: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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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얼마안가 또 다른 사람이 죽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사람, 배우 조민기가 죽었다. 뒤이어 사회적으로 인정받던 어느 대학의 교수가 죽었다. 이 두 죽음 사이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둘은 모두 죽음 직전 성추문 의혹을 받았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기 전에, 법이 심판하기 전에 둘은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 죽는 것은 슬픈 일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죽은 사람과의 친분, 거리감에 따라서 조금 무감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이란 절대 웃음거리나 희롱의 대상이 아니다. 이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이, 그걸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람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때론 그로 인해 무언가에 화를 내기도 한다. 꼭 죽어야했냐고, 죽기까지 해야 했냐고 화를 낸다.

9일 오후 배우 조민기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구의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지하주차장 창고에서 경찰이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사진: 더 팩트 문병희 기자, 더 팩트 제공).

사람들은 미투가 그들을 죽였다고 한다. 미투운동이 사람을 죽였다고, 얼마나 죽어야 하냐고 말한다. 인터넷 기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댓글들이다. 죽음의 슬픔에서 그들은 미투운동에 화를 쏟는다.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을 나무라고 힘을 실어준 대중에게 분노한다. 법 대신 미투가 월권으로 사람을 심판했으며 그래서 그들이 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미투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단지 모두가 침묵하던 사실을 밝히고 잘못된 것에 잘못되었다고 목소리를 낸 것뿐이다. 사람들은 총, 칼을 들지도 않았고 주먹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미투운동은 적폐를 죽였다. 어쩔 수 없어보이던 오래된 부조리를 죽였다. 그들은 미투 때문에 죽은 게 아니다. 화를 내야할 상대는 미투가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잠깐의 실수가 그들을 죽였다. 그들이 저지른 죄가 그들을 죽였다. 그리고 그것이 죄가 아닌 듯하던 사회의 분위기가 그들을 죽였다. 법이 그들을 죽인 것도 아니고 미투가 그들을 죽인 것도 아니다. 여성이 그들을 죽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이 했던 추행과 폭력을 그들이 견디지 못했다. 슬프게도 두 사람은 법의 심판을 기다리지 못했다.

사람이 죽는 것은 슬픈 일이다. 성추문에 휩싸였다 하여도 둘은 죽어야 될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이 죽기까지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 둘의 죽음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미투가 그들을 죽이진 않았다.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미투에 화를 낼 것이 아니다. 우리가 화를 내야 할 곳은 비뚤어져있던 사회의 모습이다.

경남 창원시 박수창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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