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연령 만 18세로 낮춰달라" 요구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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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연령 만 18세로 낮춰달라" 요구 빗발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3.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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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연대 “OECD 국가중 18세 투표권 없는 유일한 나라”...한국당은 미적미적 / 조윤화 기자
참여연대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직선거법 15조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9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제공).

선거연령 하향조정에 대한 청소년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채 1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촛불집회와 탄핵정국을 겪어오면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이 새삼 화제가 됐다. 2016년 겨울, 전국 곳곳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상당히 많은 청소년이 ‘박근혜 탄핵’을 함께 외쳤으며, 몇 중, 고등학생들은 자유발언에 나서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렇듯 탄핵정국 당시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치적 참여 활동에 열심히던 청소년들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깥으로 밀려났다. 현재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투표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

주변국을 둘러봐도, 청소년 투표권에 대해 한국은 유독 인색한 편이다. 2015년 6월경 일본이 선거 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만 18세가 투표권을 가지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전국 각지의 청소년 단체들이 모여 작년 9월경 결성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선거연령 하향 및 정당 활동 연령 제한 폐지 요구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당 연대에서 청소년행동단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지 씨는 선거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는 “청소년들이 추운 겨울에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목 놓아 외쳤지만 정작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는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3.1 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와 4·19혁명이 고등학생들의 시위에서 출발한 점을 들면서 “청소년들은 누군가에게 선동당하거나 동원되는 존재가 아니라 정치적 행동을 시작하고 주도하는 주체적 존재”라며 "만 18세 청소년도 투표권을 가질 역량이 충분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도 투표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소속 단원 50여 명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역에서부터 국회의사당까지 행진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단원은 얼굴을 가리는 흰색 마스크를 쓰고, 흰색 망토를 둘렀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선거철이 되면 청소년은 투명인간처럼 취급된다"며 분장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해당 연대는 지난 2월 “자유한국당이 선거연령 하향을 계속 반대할 시 평생 표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요구를 반영하듯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선거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고3이라고 밝힌 청원인 A 씨는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온갖 개혁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미성숙한 모 정당을 투표를 통해 심판하고 싶다”며 “만 18세 이하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선거법이 빨리 개정될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주기를 청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등록된 해당 청원에 현재 3만 7000여 명의 국민이 지지를 표명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본인의 SNS에 해당 청원의 링크를 첨부하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청원이 나오도록 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안건은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될 기미가 보였으나 끝내 실패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선거권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내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 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된 후, 이틀 뒤인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 회의 상정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고3 교실이 정치판이 될까 우려된다’는 것이 반대 이유 중 하나였다.

이렇듯 꾸준히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해왔던 보수 정당이 근래 들어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선거연령 하향을 통한 참정권 확대라는 사회적 민주화에 대한 깊은 성찰이 새 헌법에 녹아 스며들기를 희망한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단, ‘취학연령 하향 조정’ 즉 학제 개편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같은 날 개헌 의원총회 모두발언 자리에서 “김성태 대표가 선거연령 인하와 권력 구조를 패키지로 '딜'하겠다고 얘기해 선거연령 인하 문제를 더 어려운 문제와 연계를 시키고 있다”며 “사실은 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대표단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피켓을 들고 삭발식을 단행했다(사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페이스북 캡쳐).

한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대통령 개헌안을 22일 공개했다. 이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대표단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피켓을 들고 삭발식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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