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모두들 어릴 때 장난감, 인형 등을 가지고 논 기억이 있다. 나 역시도 아끼던 인형들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같이 샤워하고, 인형을 옆에 놔두고 밥을 먹는 등 인형을 많이 좋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장난감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장난감 대신 가까워지는 핸드폰, 컴퓨터 등등 더 재미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난감을 점점 잊기 시작하고 언제 내가 장난감이랑 놀던 때가 있었나를 아득하게 느껴질 때 영화 <토이스토리>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3편으로 연결이 되는 성장 스토리
나는 <토이스토리1>, <토이스토리2>를 모두 봤다. 이 두 편은 주인에게 버려질까 두려워하는 인형들의 심리와, 장난감과 장난감 사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그래서 <토이스토리3>도 내용은 대강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 보내기 정도의 재미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내 눈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1, 2편에서 주인인 앤디에게 버려질까 두려워했던 인형들의 성장과 그 속에 앤디와의 신뢰와 믿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앤디의 곁을 떠나는 것을 제일 무서워하던 장난감들이 우연치 않게 앤디의 방을 벗어나게 된다. 이들은 앤디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오해한 채 화가 나서 보육원의 새 장난감으로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만난 곰인형 ‘랏소’는 겉으론 장난감들을 챙겨주고 아끼는 모습을 보이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랏소는 보육원에 들어온 장난감들은 절대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강압적으로 장난감들을 지배하려고 한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장난감들은 완벽한 계획을 세워 랏소에게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앤디의 장난감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악역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추억
알고 보니 랏소는 예전 주인에게서 잊혀버린 인형이었다. 그 뒤로 랏소는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고 그것을 다른 장난감에게 세뇌시키고 있었다. 랏소가 퍽 못되게 굴어서 얄미웠지만 한편으로는 랏소가 너무 안타까웠다. 내 과거의 장난감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도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아주 소중히 하는 장난감이 딱히 없었다. 그래서 장난감이 없어지면 그만이었다. 랏소를 보니 나의 장난감들도 나도 모르게 사라질 때 랏소와 같은 생각과 마음을 먹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내 물건들을 소중히 하지 않았던 것들이 생각나서 장난감들에게 미안해졌다. 영화 속의 악역을 통해 어릴 때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이 색달랐다.
알록달록 아기자기, 장난감들의 세상
이 영화는 장난감 세계를 다루다 보니 갖가지 장난감들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3편에서는 더더욱 색다른 장난감들이 나타난다. 자동차 장난감, 눕히면 눈 감기는 인형, 봉제인형 등등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을 법한 장난감들이 다수 등장한다. 또 장난감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보니 알록달록한 색들이 화면을 가득 채워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장난감들의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잘 표현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이 영화를 보면 단순한 추억이라기보다 어릴 적 장난감과 놀았던 특정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그 안에서 소소하고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괜히 내 침대에 장식품으로 놔둔 인형에게 말 한번 걸어보고 혼자 웃게 된다. 장난감 세계로부터 인간 세계의 인간 관계를 잠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