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밝히는 소비 '미닝아웃' 급부상...'소비에 가치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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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 밝히는 소비 '미닝아웃' 급부상...'소비에 가치를 더하다'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3.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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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 패션, 동물복지 인증제품 소비...개성있는 신념 표현 문화 / 조윤화 기자
미닝아웃은 주로 취향이나 가치관, 정치·사회적 신념을 염두에 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자 운동을 말한다(사진:구글 무료 이미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새로운 소비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숨기던 과거의 미덕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나타나고 있다.  

미닝아웃은 뜻을 의미하는 영어 ‘meaning’과 성 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힐 때 주로 쓰는 단어 ‘coming out’ 의 합성어다. 이 단어는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2018 소비 트렌드로 선정한 단어로 올해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미닝아웃은 주로 취향이나 가치관, 정치·사회적 신념을 염두에 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자 운동을 말한다.

옷, 가방, 케이스에 특정 메시지를 담은 문구가 새겨진 슬로건 패션(slogan fashion)은 미닝아웃족이 즐기는 소비다. 슬로건 패션은 1960~70년대 히피 문화의 일종으로,  ‘Not War’, ‘Make Love’ 등의 문구를 통해 반전, 환경보호, 평화의 의미를 티셔츠를 통해 담아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국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을 당시, ‘하야하라’ ‘WISH HAYA’ ‘BARO HAYA’와 같은 슬로건 티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쟈딕앤볼테르가 출시한 ‘Girls can do anything’ 슬로건 케이스, 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이 해당 케이스를 착용한 사진을 SNS에 올린 후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사진: zadig&voltaire 공식 홈페이지 캡처).

슬로건 패션은 문장 전체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반대 성향을 가진 이들로부터 특정 문구가 사용된 슬로건 패션 아이템을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면치 못할 때도 있다. 대표적으로 ‘Girls can do anything’이 그러하다. 여자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당연한 말이지만, 해당 문구는 페미니즘을 대변한다는 이유에서 일부 남초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은 ‘Girls can do anything’이 새겨진 폰케이스를 착용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소속사는 "케이스는 협찬이었다"는 공식 해명까지 내놓아야 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여자가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도 왜 남의 눈치를 보고 마음 졸여야 하나”라며 “이 문구에 대해 사상 검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본인이 기득권이란 증거라는 것을 모를 것”이라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정부는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 돼지, 닭, 오리농장에 한해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사진: 농업관측본부 공식 블로그).

미닝아웃은 먹거리를 고르는 기준으로도 자리 잡았다. 윤리적인 도축방식에 지지를 표시하고 비윤리적인 공장식 밀집 사육에 반대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11월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응답자 70.1%가 동물복지 인증 제품에 대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동물복지 인증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나섰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은 동물복지 생산 시스템 ‘그리너리’를 런칭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동물복지 및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하림은 동물복지 생산 시스템을 통해 닭의 안정된 수면시간을 보장하고,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 천연 식물성 사료 제공 등의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통업계 또한 소비자의 수요에 발맞춰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획득한 상품 출시를 늘리는 추세다. 롯대백화점은 친환경 동물복지 축산물 박람회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인증 돼지고기와 닭고기 전문매장을 전국 주요 점포에 각각 4월, 5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GS슈퍼마켓의 경우 지난 3일 처음으로 ‘삼겹살 데이’를 맞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삼겹살과 목살을 처음 선보였다. 스포츠 서울에 따르면, GS수퍼마켓 관계자는 “동물복지 인증 식품은 일반 축산물 대비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관심을 가지는 고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 농가와 손잡고 지속적으로 관련 제품 판매를 늘려 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닝아웃 현상에 대해 “과거에는 젊은 세대들이 외부의 담론이나 주장을 수용하고 확산시키는 중간 매개자 역할에 그쳤다"며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신념을 신속하고도 개성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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