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원작에서 한국적 향을 가미한 '리틀 포레스트' /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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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원작에서 한국적 향을 가미한 '리틀 포레스트' / 김태연
  • 부산시 해운대구 김태연
  • 승인 2018.03.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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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일 거라고 믿어." 2월 28일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이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2014년에 일본에서 계절에 따라 1, 2편의 영화로 나누어 차례로 개봉했고, 이를 임순례 감독이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했다.

제목을 바꾸지 않고, 캐릭터도 같아야 한다는 원작자의 조건이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본판과 한국판의 공통점은 상당히 많다. 주인공이 고향으로 내려와 혼자 생활한다는 스토리에서부터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 풍경과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준다는 것까지 설정은 매우 비슷하다. “어린 시절에 말없이 떠난 경험을 가진 젊은 여성이 도시에서 생활하다 시골로 와 거기서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자급자족하면서 음식을 해 먹는다는 기본 설정은 가진 채 한국적 색깔을 입혔다”는 임순례 감독의 말처럼 두 영화는 공통점만큼 차이점도 분명하다.

배우 김태리(오른쪽)와 임순례 감독이 2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리틀 포레스트>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일본판은 이 영화가 요리 다큐멘터리로 착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이 농사를 짓고 수확한 재료로 요리를 하는 과정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요리하는 과정이 원작보다 축소됐다. 그리고 주인공이 시골에 내려오는 계기부터 고향 친구들과 다투고 화해하는 것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스토리의 비중이 커졌다.

세세한 설정들이 한국적인 시각을 입혀 각색됐다. 임순례 감독은 젊은 여성 혼자 시골에 사는 상황을 한국 관객들은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 고모가 산다는 설정이나 친구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을 통해 안심할 수 있도록 각색했다고 밝혔다.

일본판에서는 거의 주인공 혼자 등장하고 주변 인물들이 강조되지 않았지만, 한국판에서는 주인공인 배우 김태리 혼자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김태리와 류준열, 진기주 세 배우의 케미가 돋보인다. 또한, 엄마 역할의 배우 문소리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일본판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총 2편으로 제작됐다. 한편에 두 계절만을 담아내니 계절 각각의 풍경과 수확 과정을 담아내는 분량이 많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속도가 느리다. 반면 100분 안에 사계절을 모두 담아내야 하는 한국판에서는 일본판보다 계절이 빨리 바뀐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야기 전개 속도 또한 빨랐다. 또 너무 정적인 것은 지루해하는 한국인의 취향이 반영되어 자연을 담아내는 연출에서 활기참을 느낄 수 있다.

잔잔하고 느린 일본판을 좋아했던 나에게 한국판은 약간의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원작과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100분이었다. 사회의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윤식당>, <효리네 민박>처럼 시청자에게 힐링을 주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요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힐링을 주제로 잡았다는 점에서 칭찬을 보내고 싶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한국 영화시장에 <리틀 포레스트> 같은 잔잔한 힐링 영화가 더 많이 개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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