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즐겁다...그래서 인생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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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즐겁다...그래서 인생도 즐겁다
  • 취재기자 신재규
  • 승인 2014.07.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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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에 도전하는 ‘달리는 은행원’ 이야기

햇볕 좋은 어느 날,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리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냥 걸어가도 힘든 지리산을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그의 온 몸에 땀이 비오듯 흐르고 다리 근육은 터질 듯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산악자전거 동호회 회원이다. 그의 직업은 운동과는 거리가 있는 은행원이다. 그러나 각종 스포츠 동호인들은 의사부터 공무원까지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오늘 사람이야기의 주인공은 ‘달리는 은행원’ 정문교(52) 씨다.

▲ 경남 남해의 금산에 원정 라이딩 갔을 때의 정 씨 모습(사진 제공: 정문교 씨)

정 씨는 경상북도 하동에서 태어나 부산 산업대학교(현 경성대) 회계학과 83번으로 입학했다. 1989년 부산은행에 입사한 이후, 그는 여러 지점을 거쳐 현재는 부산은행 경성대학교점 영업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정 씨는 산악자전거로 스포츠 동호회 세계에 뛰어든 이래 마라톤과 수영에도 발을 들여 놓았다. 바쁜 일상 탓에 운동할 엄두를 못 내는 현대인들이 대부분인데, 데 정 씨가 이렇게 본격적인 스포츠맨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 씨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에 체중까지 많이 나갔던 정 씨는 무언가 건강을 되찾을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때가 2009년. 그는 자전거 한 대를 구입해서 자동차를 놓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운동할 기회를 잡았다. 제법 자전거 출퇴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할 무렵, 정 씨에게 옆집에 사는 이웃이 MTB 동호회 가입을 권유했다. MTB란 mountain bike의 약자로 산악자전거를 말하는데, 산악자전거란 일반 자전거와는 달리 산지나 험로에 맞춰 만들어진 자전거다. 정 씨는 재미있다는 이웃의 꾐에 빠져 산악자전거를 구입하고 동호회에 합류했다.

▲ 동호회원들과 산악 라이딩 중 한 컷. 가장 왼쪽이 정문교 씨다(사진제공: 정문교 씨)

산악자전거는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정 씨가 산악자전거에 빠져 주말과 휴일을 보내면서 2년이 지나고 있을 때 어느새 건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 씨의 육체만이 정상을 찾은 게 아니었다. 업무 중 받는 스트레스와 은행이 요구하는 실적에 대한 압박과 같은 정신적 부담도 운동과 함게 훨훨 날아가 버렸다. 정 씨는 “운동을 하고 건강이 좋아지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며 “보약 한 첩 먹는 것보다 이렇게 운동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운동으로 건강을 넘어 자신감까지 붙은 정 씨는 강력해진 체력에 의욕마저 불이 붙었다. 정 씨는 더 크고 센 것에 자꾸 눈이 갔다. 마침내 정 씨는 아주 강한 것에 도전하기로 맘 먹었다. 그것은 바로 철인3종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었다. 철인3종은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라 불리며,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섞은 극한 스포츠다. 이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철인3종은 극한 체력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철인3종은 경기 거리에 따라 스프린트 코스, 올림픽 코스, O2 코스, O3 코스 등이 있다. 이 중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의 올림픽 코스가 표준 코스이며, 올림픽 대회는 바로 이 코스로 진행된다. 우리나라 철인3종 동호회는 2012년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에 123개가 등록돼 있다.

▲ 출처: 대한철인3종경기연맹

2013년 가을, 정 씨는 드디어 철인3종 동호회에 가입했다. 곧이어 그는 철인이 되기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정 씨는 매주 부산 기장군에 있는 안적사 인근 시골길에서 사이클 연습을 하고, 해운대로 장소를 옮겨 해운대그랜드호텔 수영장에서 수영 연습을 이어갔다. 그게 끝나면 곧바로 수영강변에서 마라톤으로 연습을 마무리했다. 철인3종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스스로 인간의 인내심을 극한까지 실험하는 ‘죽음의 도전’이었다. 정 씨는 오는 18일 열리는 포항 철인대회에 도전장을 내놓고 이마에 구슬땀을 흘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포항대회는 우천으로 연기됐다. 정 씨의 철인 도전은 몇 주 미뤄졌다. 정 씨는 “그 전엔 철인3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친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제는 한 번 해 볼 만한 스포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격한 운동을 너무 무리하게 하는 건 아닐까? 정 씨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한다. 처음에는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가족들도 지금은 정 씨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정 씨는 “나는 기록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힘들면 멈추기도 한다. 나는 여유를 갖고 철인3종을 한다. 그렇다보니 운동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정 씨는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자신처럼 동호회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을 추천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운동 초보자들은 운동의 소홀함이나 게으름을 서로 견제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정 씨는 “직업과 나이가 다른 여러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대화거리가 많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퇴 시기가 빨라지고 생존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오늘날, 정 씨는 또래의 중년들에게 저비용으로 건강을 챙기는 수단으로 운동 만한 것이 없다는 지론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은퇴 전에 운동을 시작해서 은퇴 후에도 꾸준히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10억 재산보다 건강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면서, 그는 그의 첫 출전 철인경기 완주를 위해 직장 문을 열고 그랜드 호텔 수영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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