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나흘 만에 나타난 안희정...국민·가족에겐 죄송하다면서도 피해자 언급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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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나흘 만에 나타난 안희정...국민·가족에겐 죄송하다면서도 피해자 언급은 없어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3.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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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사과에도 “입 닥쳐라”, “강간범XX” 욕설 세례…김지은 측 "자진 출석 매우 유감" / 정인혜 기자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사진: JTBC 캡처).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공보비서 김지은 씨의 폭로가 나온 지 나흘 만이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께 초췌한 안색에 남색 롱패딩 차림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포토라인에 선 안 전 지사는 두 손을 가운데로 모은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말문을 연 안 전 지사는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셨을 많은 국민 여러분께 또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안 전 지사는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가운데로 모은 손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는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안 전 지사는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합니다”라며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안 전 지사가 사과하는 도중,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욕설이 튀어나왔다. “입 닥쳐라”, “강간범 XX”,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XXX야”, “더러운 X아” 등의 육두문자에서부터 손가락 욕을 하는 시민도 있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했다.

그는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습니다”라며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드렸던, 국민 여러분들이 저에게 주셨던 많은 사랑과 격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일곱 번의 사과 속에서 피해 여성에 대한 사과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를 두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조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진 출석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해자 김 씨 측은 “매우 유감”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가 자진 출두한 서부지검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고 있었다. 안 전 지사가 갑작스럽게 자진 출두하면서 두 사람이 같은 곳에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김 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안희정의 일방적 출두 통보는 매우 유감”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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