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 주자' 안희정의 두 얼굴…여비서 성폭행 파문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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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권 주자' 안희정의 두 얼굴…여비서 성폭행 파문 일파만파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3.06 0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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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보면서 너에게 상처 됐다는 걸 알았다" 사과하고도 성폭행…도지사직 사퇴, 정계 은퇴 발표 / 정인혜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정무비서를 8개월간 4차례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미투(#Me Too_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된 이래 가장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정무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것.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던 안희정의 이름 앞에는 ‘성폭행 가해자’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늘었다. 논란이 불거진 지 5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충남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안희정 도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는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의 성폭행과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 씨는 지난해 7월 안 도지사의 러시아 방문과 9월 스위스 방문 때 성폭행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안 도지사와 수차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은 모든 메시지가 암호와 처리되고, 지정된 기간 이후에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되는 모바일 메신저다.

충격적인 것은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최근에도 성폭행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씨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최근 일어난 성폭행은 지난 2월 25일에 있었다. 불과 9일 전이다. 김 씨는 “안 지사가 25일 밤에 저를 불러서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너 그때 괜찮았느냐'며 미안하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렇게 말한 2월 25일 그날까지도 성폭행이 이뤄졌고, 이제 지사한테 벗어날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또 그렇게 (성폭행을) 했다”며 폭로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미투 운동으로 가해 남성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성폭행을 한 것이다.

안희정 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정무비서 김지은 씨는 불과 9일 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성폭행이 있었다고 털어놨다(사진: JTBC <뉴스룸> 캡처).

김 씨는 “내가 원해서 한 관계가 아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절) 의사는 최대한 표현했다. 안 지사는 알아들었을 것”이라며 “내가 오늘 이후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송에 나오는 것이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안 지사가 ‘너를 가져서 미안하다. 상처 줘서 미안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늘 말했다”며 “‘다 잊어라. 스위스와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경만 기억하라'며 잊어야 한다고 했다”고 울먹였다. 김 씨는 변호인단을 꾸려 6일 안 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보도 이후 논란은 종잡을 수 없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안지사에 대해 출당 및 제명 조치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밖에도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힐난했다.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인 안희정은 오늘로 끝났다. 큰 꿈을 꾸고 있던 사람이 맞는지 믿을 수가 없다”며 “피해자 보호가 시급하다. 엄정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의 편”이라며 “더 많은 당내 유력자, 권력자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지더라도 피해자를 지지, 지원, 보호하고 철저한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다.

보도가 나온 이후 안희정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 안희정 페이스북).

민주당의 제명 조치 발표 이후 그는 도지사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6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희정 측은 JTBC에 “부적절한 성관계를 인정하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 지사는 “오늘부로 도지사 직을 내려놓겠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며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라고 글을 맺었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정치인에 대한 회의감을 보이는 유권자들도 다수 보인다. 안 지사의 지지자였던 직장인 최모(28, 부산시 북구) 씨는 “이 사람이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분해서 잠도 안 온다”며 “자신의 정치에 신념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따위 행동을 할 수 있었겠나. 두 번 다시 정치판에 나오지 말고 평생 피해자에게 속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관련 기사에 달린 네티즌 댓글(사진: 네이버 캡처).

안 지사의 페이스북에도 수많은 지지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 지지자는 안희정의 페이스북에 “언제나 가슴 뿌듯해지는 소식을 전해주던 이 담벼락이 이런 부끄러운 사죄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슬프고 화가 나고 허탈하다”며 “당신은 안희정 개인에게 보냈던 신뢰뿐 아니라 이 나라 정치인에 대해 가졌던 믿음을 완전히 저버리게 했다. 정말 분하고 부끄럽고 슬프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의 페이스북에는 “내가 보낸 지지가 누군가를 억누르는 위압이 되었을 거란 생각에 치가 떨린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한다면 그 어떤 변명도 하지 말고 정계를 떠나라”, “노무현 대통령 보기에 부끄럽지 않나”, “자기 인생 걸고 충남도청까지 따라간 보좌관들 인생은 어떡하나”, “사람 속은 정말 모르겠다”, "성욕도 주체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 꿈을 꾼거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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