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관리법' 효과있나?...현실과 동떨어진 성폭력처벌법 도마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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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관리법' 효과있나?...현실과 동떨어진 성폭력처벌법 도마에 올라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3.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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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제도, 보호관찰관 인력 충원 급선무...노영희 변호사 "클린레코드제 도입 시기상조" / 조윤화 기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법조계, 교육계, 문화예술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의 잇단 폭로가 보도되자, 국민들은 ‘도대체 온전한 구석은 어디냐’며 탄식에 잠겼다.

경찰은 미투 운동과 관련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투 폭로와 관련해 3건을 정식 수사 중이며 1명은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수사 대상으로 확인된 인물은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 겸 배우 조민기, 천주교인권위 간부 김모 씨,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이다. 조증윤은 1일 미성년자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처음으로 구속됐다.

이 뿐만 아니다. 과거 소아성애자 논란이 있던 사진작가 로타, 드럼 연주가 남궁연 등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언론에서 진실공방을 벌이는 동안, 유명무실한 성범죄자 관리법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추적 중앙관제센터(사진: 전자감독제도 홍보영상, 법무부 공식 블로그 제공)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와 위치 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대표적 조치다. 위치 추적 전자장치는 실효성 논란과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관리소홀 문제가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의 재범률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른 경우는 지난 2016년 기준 69명으로, 2012년 23명과 비교했을 때 300% 증가했다.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재범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단연 성범죄자들에 대한 허술한 사후관리제도가 꼽힌다. 감사원은 지난달 22일 법무부 등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 결과 총 20건의 위법, 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 과정에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에 대한 법무부의 관리, 감독 소홀로 추가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했던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전자발찌 착용 범죄자에 대한 관리 소홀 문제는 이들을 전담하는 보호관찰관 인력 수가 부족한 것도 한몫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보호관찰관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가 2008년 151명에서 2017년 2981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나 이들을 감독하는 보호관찰관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성범죄자)감독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데 반해 전담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1인당 300여 명을 관리할 정도로 열악해졌다. 법무부 중앙관제센터 관계자는 아시아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전국 위치 추적 관제센터 직원만 하더라도 1인당 320명을 담당하고 있어 적정 가능 인원 100명을 3배가량 초과하고 있다”며 “범죄 예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충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는 법원의 판결 기준도 모호해 문제다. 검찰은 6년간 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지난 1월 법원은 검찰의 요청을 기각했다. 남성이 이전에 성범죄 전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제외 대상 성범죄가 추가됐다(사진: 법무부 공식 블로그 제공).

이미 등록된 성범죄자의 얼굴과 신상 정보는 클린레코드제로 인해 삭제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클린레코드 제도가 포함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클린레코드제는 신상 정보 등록 대상이 된 성범죄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했을 경우 남은 등록 기간을 줄여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헌법재판소가 성범죄자 신상 정보 등록 기간이 20년으로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헌법에 불합치하다고 판결하며 생겨났다.

클린레코드제도를 포함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아동음란물 소지, 성적 목적을 가지고 공공장소에 침입, 아동 청소년 음란물 배포, 통신매체이용 음란죄는 신상 정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범죄들은 “간음이나 추행 행위가 없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라는 게 이유다.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용주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행 첫해인 지난해 12월 말까지 클린레코드를 신청한 사람은 총 287명이다. 이들 가운데 240명이 신상 정보가 사라지면서 83.6%가 혜택을 받았다.

노영희 변호사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범죄자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라며 "클린레코드제 도입은 성급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죄질을 구분하지 않고 전자발찌 부착 명령자나 아동 대상 성범죄자 등 중범죄자에까지 똑같은 면제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런 요건은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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