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폭로 당한 배우 오달수, 오리발 내밀다 "연애 감정이었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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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폭로 당한 배우 오달수, 오리발 내밀다 "연애 감정이었다" 해명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3.0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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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무근"이라더니 피해자 실명 공개하자 해괴한 사과문...네티즌 "진정성 없다" 비난 / 정인혜 기자
성추문에 휩싸인 배우 오달수가 28일 공식 입장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사진: 더팩트 제공).

미투 운동으로 제기된 성폭행 논란에 “사실무근”이라고 큰 소리를 쳤던 배우 오달수가 입장을 선회했다. “그런 행동(성추행 및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했던 오달수는 실명을 공개한 피해자가 TV 뉴스에 출연하자 갑자기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았다. 법적 대응 주장도 쏙 들어갔다.

논란은 지난 15일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기사에 한 네티즌이 댓글을 달면서 시작됐다. 해당 네티즌 A 씨는 “1990년대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이(윤택)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이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며 “지금은 코믹 연기를 하는 유명한 조연 배우”라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저는 끔찍한 짓을 당하고 이후 그 충격으로 20여 년간 고통 받았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제게는 변태, 악마, 사이코패스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나흘 후에 또 다른 댓글을 달았다. A 씨는 해당 댓글에 남긴 답글을 통해 “이(윤택)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인 오모 씨는 할 말이 없으리라 생각된다”며 “1990년대 초반 이 연출가가 소극장 자리를 비웠을 때 제 반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고 함부로 휘저었다”고 성폭행 사실을 상세히 폭로했다.

가마골 소극장, 연희단거리패 출신, 1990년대 초반, 코믹 연기를 하는 유명한 조연 배우 오모 씨. 네티즌들은 곧바로 오달수를 지목했고 그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지만, 오달수는 11일간 침묵으로 일관했다. 추가 폭로자도 나오지 않았고, 해당 댓글은 삭제됐다. 그는 지난 26일 폭로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공식 입장을 통해 “저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많은 분들의 바람과 질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체된 점은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해당 댓글을 작성한 A 씨가 방송에 등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진실공방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도 보였다. A 씨는 JTBC <뉴스룸>에서 “(오달수가) 날 여관방에서 성폭행했다. 나 말고도 다른 단원들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더라”며 “자존감이 떨어지고 내 몸속에 알맹이가 다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었다. 내 가치가 없는 것 같았다. 나 말고도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 여성이 방송 인터뷰에 등장했음에도, 오달수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달수 측은 “A 씨의 주장은 실체 없는 허위”라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고소까지 고려 중”이라고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극배우 엄지영은 27일 JTBC <뉴스룸>을 통해 과거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사진: JTBC 캡처),

그러나 다음날 실명과 얼굴을 모두 공개한 피해자가 나타나자 오달수는 마침내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연극배우 엄지영 씨의 폭로 인터뷰 이후 오달수는 21시간 만에 공식 입장을 내고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많은 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지난 며칠 동안 견뎌내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 대한 기억이 솔직히 선명하지는 않았다. 인터뷰의 내용과 내 기억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었다. 그저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입장을 밝힌 점,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하겠다. 잘못했다”고 말했다. 성폭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단 죄송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등장한 말은 가관이다. 오달수는 피해자 A 씨와 엄 씨에게 각각 사과를 했는데, 여기서 그는 진심 어린 사과 대신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달수는 피해자 A에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면, 그 사람은 굉장히 소심했고 자의식도 강했고 무척이나 착한 사람이었다”며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희곡이나 소설을 써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고 피해자 A 씨를 떠올렸다.

이어 “나는 이미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도 잘렸고, 다리고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다. 감당하겠다. 행운과 명성은 한순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세상 이치는 알고 있다”며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 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이든 내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A 씨의 주장 자체를 부정했던 전과 달리 당시 A 씨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해괴한 설명이다. 성폭행을 사랑으로 둔갑시키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지른 셈이 됐다.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며 뜬금없이 행운과 명성에 대한 철학도 설파했다.

오달수는 엄 씨에게도 이상한 사과를 했다. 오달수는 “나로 인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 님이 용기 내어 TV에 나오게 한 것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어떻게 말하든 변명이 되고 아무도 안 믿어 주시겠지만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며 “나에게 주는 준엄한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 부디 마음 풀어주시고 건강해라”고 당부했다.

과거 일에 대한 설명은 한 마디도 없다. 성 추문 사실을 인정하거나 진심 어린 사과도 없다. "마음 풀고 건강하라"는 말이 전부다. 폭로 이후 전개된 안타까운 상황을 속상하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이 이어졌다. "연애 감정", "덫에 걸린 짐승" 등의 표현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상당수다.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모호한 말만 골라 사과문을 작성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관련 기사에 달린 네티즌 댓글(사진: 네이버 캡처).

한 네티즌은 “연애 감정이라니 도대체 사람을 몇 번 죽이는 거냐. 사과는 조건 없이 무조건 진정성 있게 해야 하는데, 이 사람은 정말 악질 중에서도 악질”이라며 “엊그제까지만 해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난리 치더니 정말 수준 이하의 인간 쓰레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무리 본인이 연애 감정을 느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상대의 동의 없이 혼자 일방적으로 그런 거면 성추행이고 성폭행이다. 이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냐”며 “본인이 했던 행동으로 며칠 욕먹은 게 힘들었다니...피해자는 당신 때문에 몇 년을 지옥에서 보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이게 사과냐”, “이틀 만에 기억이 되돌아오다니 정말 신기하다”, “강간범 오달수 영원히 TV에 나오지 마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명 쓴 줄 알겠다”, “피해자 코스프레 대단하다”, "변호사랑 상담 후에 머리 굴려서 사과문 쓴 듯", “성폭행은 비일비재하고 용기내서 말하면 꽃뱀 되고 사람들은 피해자 욕하기 바쁘고...여자로 살기 힘들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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