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뉴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가짜뉴스’가 도를 넘었다.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허위사실 유포 사건 등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문 대통령을 따라다닌 가짜뉴스는 대통령 당선 후에도 꾸준히 문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많은 음해 중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문 대통령이 ‘종북주의자’라는 것. 상당수 극우 세력들은 이를 빌미로 문 대통령을 ‘빨갱이’, ‘간첩’이라 칭한다.
26일 페이스북에는 문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혔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해당 사진에는 김영철이 우리 측 인사의 인사를 받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글쓴이는 김영철에게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하고 있는 이 인물을 ‘문재인’이라 설명했다.
글쓴이는 이 사진을 올리면서 “문XX는 고개도 못 들고 요렇게 김영철은 한손으로 똑바로 서서 악수하는데 문XX는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왼손은 앞에 모셔놓고 악수하는데 감히? 얼굴이나 봤겠습니까?...ㅉㅉㅉ”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영철을 직접 영접하고, 윗사람을 대하듯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는 주장이다.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 알려진 상황에 해당 게시글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해당 주장은 허위로 밝혀졌다. 사진 속 인물이 문 대통령이 아님은 물론이다. 사진을 촬영한 언론 매체는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도착해 남측 환영 인사와 악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일부도 사진 속 인물이 문 대통령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를 묻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호텔 측 관계자”라고 확인했다. 실제로 사진 속 인물의 인상착의를 두고 문 대통령이라 보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문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극우 성향을 가진 노년층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뉴미디어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년층들에게는 가짜뉴스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조부모와 함께 거주 중인 직장인 최모(32, 부산시 북구) 씨는 “아침 먹는데 할아버지가 이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빨갱이 문재인이 나라 팔아먹는다’고 한탄을 하셔서 가짜뉴스라고 설명을 드렸는데, ‘그럼 이런 사진이 왜 돌아다니겠느냐’고 되레 호통을 치시더라”며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못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가짜뉴스가 더욱 활개 치는 것 같아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다.
유명세 있는 공인이 가짜뉴스를 사실인 것처럼 언급하면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윤서인 웹툰 작가는 해당 사진을 인용해 만평을 그리기도 했다.
27일 ‘지켜보고 있다’는 제목의 한 컷짜리 만평을 그린 윤서인은 “시사만화 그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분노하면서 그린 컷”이라며 “고개라도 좀 숙이지 않았으면”이라는 글을 하단에 첨부한 그림을 공유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가짜뉴스 유포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따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다.
한 네티즌은 “가짜뉴스는 엄중 처벌해야 한다.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딱 봐도 아닌 사진을 가지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사실인 줄 아는 멍청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선처 없이 처벌받게 해야 한다”며 “조작을 못하면 문 대통령 비판을 못하는거냐.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대물림 좀 그만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