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은 끝났지만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
상태바
평창올림픽은 끝났지만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
  • 편집국장 강동수
  • 승인 2018.02.27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동수의 자투리시사인문 (34) 평창겨울올림픽의 대차대조표와 남은 과제

1.

편집국장 강동수

평창 올림픽이 17일 간의 열전 끝에 지난 25일 막을 내렸다.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인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얻었다. 금메달 숫자는 당초 예상보다 적지만 전체 메달 수는 역대 최다인 17개에 이른다.

경기 외적으로도 한국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우선 동계올림픽을 치름으로써 한국은 하계·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규모의 주요 스포츠 행사를 모두 유치한 나라로 기록됐다. 주최국으로서 국제사회에 ‘국가 브랜드’를 높인 것이야말로 이번 평창올림픽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이번 대회가 규모 면이나 시설, 운영 면에서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였다는 외국 언론들의 찬사도 잇따르고 있지 않은가.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냄으로써 당초 우려를 씻고 ‘평화 올림픽’이라는 의미를 높인 것도 성과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등으로 평창행을 주저했던 일부 서양 국가들도 북한의 참가가 확정되자 군말 없이 평창으로 찾아왔다. 이번 대회가 남북 대화의 매개체가 돼 모처럼 한반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된 것도 다행한 일이다. 북미 대화는 아직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에 미국과 북한이 서로 자리를 같이 함으로써 장기적인 대화의 밑바탕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번 대회로 얻은 또 다른 성과는 없는 것일까. 경제 효과부터 따져보자.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파생된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청와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평창올림픽으로 늘어난 국내 소비는 1조 4000억 원(한국은행 추산)에 이른다. 이는 내국인 소비 증가액(3000억 원)과 외국인 소비 증가액(2000억 원)에 정부가 투입한 올림픽 예산(9000억 원)까지 합한 수치다. 청와대는 “평창 올림픽 개최에 따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p 가량 올랐으며 연간으로는 성장률이 0.05%p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연구소의 분석은 더 거창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평창 올림픽 간접 효과가 32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국민통합 및 사기진작 효과, 국가브랜드 홍보 및 국격 상승효과 등을 더한 것. 글쎄, 32조 원이라는 게 당장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보면, 그렇게 산정한 근거가 무언지 고개가 갸웃해지기는 한다. 그래도 조직위원회가 재정적 면에서도 흑자가 발생했다고 강조하고 있으니 일단은 이번 대회가 잠재적 경제 효과까지 포함해 전반적으로 성공한 대회라고 해도 될 것 같긴 하다.

어쨌거나 국가브랜드 홍보나 국격 상승 효과, 그리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있다고 치더라도 그것은 차근차근 수금해야 할 장기 어음과 같은 것.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더라고 앞으로 국가와 기업들이 평창올림픽의 효과를 수렴해 낼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

 

2.

올림픽에서 국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수단은 개·폐회식이다. 주최국은 3~4시간 동안 펼쳐지는 개·폐회식 행사를 통해 자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산업기술을 압축적으로 전 세계에 펼쳐 보인다. 그것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란 것을 잘 알기 때문.

글로벌 경제시대에서 기업의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게다. 브랜드는 곧 품질과 신용이며 또한 투자가치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그 브랜드의 상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고가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구매한다.

브랜드 가치는 상품이나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도 브랜드 가치를 가진다. 어떤 특정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그 나라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이를테면 전자제품, 카메라 등은 일본제가 대부분 최고이고, 화장품이나 명품은 프랑스산이나 이탈리아산을 최고로 친다. 세계의 소비자는 ‘프랑스제’라고 하면 상표가 뭐든 간에 세련됐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었는가, 어느 나라의 브랜드인가가 제품 선호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한 것. 한국을 자주 찾은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이 “한국 문화에 바탕을 둔 고유의 국가 브랜드 창출이 필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각국의 디자인 산업이나 고부가가치의 명품 산업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건 아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은 문화적 토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부가가치 산업국가들은 엄청난 문화적 자산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고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온 나라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이자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고 최후 승부처가 바로 문화산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쨌든 그런 맥락에서 올림픽 개최국들이 올림픽을 국가 브랜드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려고 혈안(?)이 되는 거다. 대표적인 것이 1964년 도쿄 여름올림픽. 개회식에서 당시 쇼와 천황이 개회 선언을 했다. 2차 대전에서 항복을 선언한 지 19년 만에 일본이 전범국가의 굴레를 벗었음을 전 세계에 선언(?)한 순간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이자 일본 최초의 신칸센인 도카이도 신칸센을 올림픽 개막 9일 전에 개통해 전 세계에 일본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때 건축된 도쿄국립경기장이나 일본의 건축 영웅 단게 겐조의 작품인 요요기 국립체육관 등은 일본의 현대 건축 수준을 알린 시발점이란 평가받는다. 컬러TV 방송을 송출해 전 세계에 일본의 전자기술을 자랑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준 높은 디자인 능력을 알린 계기로도 써먹었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서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란 이미지를 벗고 미국과 유럽과 어깨를 겨루는 당당한 신흥 산업국가임을 전 세계에 과시했고, 이로써 70년대 이후 일본산 전자제품이 전 세계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계기를 마련했음은 잘 알려져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일본이 전후 패전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됐다면,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제2의 도약’으로 이끌어줄 터닝 포인트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2008년 북경올림픽을 ‘중국굴기(中國崛起: 중국이 전 세계를 향해 몸을 일으킴)’를 극적으로 과시한 무대로 삼았던 것은 잘 아는 대로다. 장이모우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개막식은 2008년 8월 8일 베이징 국가 경기장에서 개최되었는데 개막식에만 1억 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중국은 4시간여 동안 계속된 개막식을 통해 한자문명의 중심이자 아시아 문명의 원류라는 자부심을 장대한 스케일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끄는 G2국가임도 확실하게 선전하는 데 써먹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2008년을 뜻하는 2008명이 나와서 드럼을 치며 카운트다운을 한 것으로 시작된 개막식은 중국 고대활자를 본딴 구조물에 사람이 들어가 和의 3가지 체를 구현하거나 파도타기, 만리장성 등 여러 장관을 연출함으로써 중국문화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개막식 말미에 그라운드가 반으로 갈라지며 지하에서 거대한 지구본이 천천히 솟아오르기도 했다. 지구본 꼭대기에서 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사라 브라이트만과 자국 출신 가수 류환이 '너와 나, 우리 그리고 세계는 하나'라는 올림픽 주제를 담은 메인 테마송 <You & Me>를 열창하는 가운데 주경기장을 배경으로 베이징 시내 전역에 거대한 폭죽이 터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개막식은 중국다운 거대한 스펙타클을 보여주는 장면이란 평가가 많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도 마찬가지. 내 개인적으로는 런던올림픽의 개막식이 가장 인상 깊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연출한 대니 보일이 총감독을 맡은 개막식은 산업혁명의 종주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위용을 아낌없이 자랑하고 문화적 저력을 홍보하는 데 세 시간을 확실하게 활용했다. 영국 정부는 개막식에만 483억 원을 들였다는데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이라는 주제 아래 런던 교외에서 올림픽 주경기장까지 템스강을 따라 카메라가 빠르게 훑는 영상으로 시작된 도입부부터 심상찮았던 기억이 난다.

영국의 전원마을을 재현한 거대한 세트 위에서 “두려워 말라. 영국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찰 것이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명구가 낭송되고,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등장해 동화를 읽어 주었다. <해리 포터>의 나라 영국이란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던 것. 그뿐인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미스터 빈'이 음악과 코미디를 묶어내고 폴 매카트니가 피아노 앞에서 감미로운 <헤이 주드>를 노래했다. 20세기 팝음악의 거인 비틀스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게 역력했다. 나아가 영국의 대중음악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의도가 담겼음은 물론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산업혁명 묘사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뿐인가. 007이 버킹검 궁전을 찾아가 엘리자베스 여왕을 헬기로 모시고 주경기장으로 날아오는 장면은 현실과 영상이 절묘하게 결합된 장면. 대역이긴 하지만 여왕이 패러슈트를 타고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근엄한 여왕까지 ‘본드 걸’로 내세운 것은 올림픽에 들인 영국 정부의 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랄밖에. 당시 개막식은 올림픽 스타디움을, 아니 영국 전체를 무대 세트 삼은 거대한 뮤지컬이었다. 환상과 현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정교하게 계산되고 결합된 잘빠진 작품이랄까. 그를 통해 문화강국으로 알려진 프랑스에 비해 자국의 문화가 전혀 손색이 없음을 과시했던 거다.

 

3.

1988년 여름 올림픽을 치른 우리나라도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나름 노력했다. 30년 전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정식으로 데뷔하는 신호탄의 구실을 했다.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은 나라, 분단과 전쟁으로 파괴된 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빈곤한 저개발국이라는 게 당시까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이미지였다. 쿠데타와 군사정권, 광주 학살 등등 부정적 정치적 이미지도 따라다녔던 게 사실.

한국은 서울올림픽을 통해 산업국가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개·폐막식 행사도 일부 서구 언론으로부터 ‘촌스럽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로선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총집결했던 것. 1988년 9월 17일 오전 10시 30분 한강에서 펼쳐지는 강상제(江上祭)를 서막으로 458척의 대선단 행렬이 세계가 하나 되어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으로 모여드는 상징적인 모습을 연출하면서 개막식이 시작됐다. 한강에서 옮겨진 용고의 지나갈 길을 정화하는 의식인 ‘해맞이’ 행사가 이어졌으며 제3부 ‘뒷마당’ 행사에선 높이 4000m의 상공에서 대규모 패러슈트 곡예도 펼쳐졌다. 마지막 한마당에서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손에 손 잡고>를 코리아나가 열창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 점화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개막식에서 가장 인상 깊던 장면은 어린 소년이 홀로 굴렁쇠를 굴리며 주경기장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퍼포먼스.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경기장 한 가운데로 굴렁쇠를 굴리면서 등장한 소년이 관중에게 손을 흔든 이 퍼포먼스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오늘날까지도 서울 올림픽의 상징으로 남았다. 전쟁 이미지가 강했던 한국에 평화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동서 진영의 화합과 평화를 소망하는 의미에서 기획된 것.

어쨌거나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 신화의 큰 이정표가 된 게 사실. 일본이 24년 전에 먼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누린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본 셈이다.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벽하게 승리했다는 자신감을 남긴 것도 소득의 하나였다.

 

4.

그렇다면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은 어땠을까. 앞에서 평창올림픽의 전반적인 성과를 대략 설명했으니 개·폐막식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보자. 개막식이 한국의 문화유산과 개최지 강원도의 자연미를 소개하는 한편 스타디움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삼아 한국의 강점인 IT기술을 전 세계에 자랑하는 데 할애됐다면 폐막식은 한국의 또 다른 문화적 자산인 ‘한류’ 특히 K-POP을 전 세계에 다시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비용을 대폭 절감해 높은 가성비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한국의 미’를 알린 개막식은 꽤 호평을 받았다. 2010년 뱅쿠버 동계올림픽 예산 1715억원의 40% 미만인 668억원을 썼다고.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정신인 ‘조화’와 현대문화의 특성인 ‘융합’을 바탕으로 강원도 시골마을 다섯 아이의 모험 이야기를 그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이 25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려 1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사진: 더 팩트 임영무·남윤호기자, 더 팩트 제공).

우주의 조화를 주제로 무용수들이 장구 군무를 통해 스타디움에 태극문양을 연출한 퍼포먼스나 1218개 드론과 최첨단 디지털 아트를 통해 4차산업혁명 기술을 구현한 드론 오륜기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371명이 출연한 태극공연도 경쾌하면서도 역동적인 힘을 보여줬다. 정선아리랑을 부르며 메밀꽃밭을 건너는 모습, 뗏목 장면을 연출한 것도 개최지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다는 평가다.

고구려 동굴벽화 사신도에서 뛰쳐나온 백호, 고구려 고분벽화의 전설 속 동물인 인면조, 고구려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한국 전통문화를 재조명한 대목도 나쁘지 않았다는 중평이다. 특히 사람 얼굴을 한 인면조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의 스포츠 영웅 김연아 선수가 등장해 겨울왕국을 형상화한 얼음조각 위에서 우아한 아이스쇼를 펼친 것도 기억에 남는 장면.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인면조가 등장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임영무 기자, 더 팩트 제공).

외신도 문화올림픽 평창에 찬사를 보냈다. BBC는 개막식 공연과 관련, “모든 공연이 세밀하고 세련됐다”, 로이터통신은 “생동감 있고 화려한 불과 얼음의 개회식”이라고 평가했다.

폐막식 역시 볼 만했다는 게 다수의 관람평. ‘미래의 물결(The Next Wave)’을 주제로 열린 폐막식에선 기타리스트 양태환의 ‘미래를 여는 기타 소리’가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19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손을 맞잡고 등장하기도 했다. 개막식에서 영상으로 선보였던 드론 퍼포먼스는 라이브로 진행됐다. 드론으로 만들어진 대형 수호랑은 하늘에서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 밖에도 겨울을 지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조선 시대 궁중 무용인 ‘춘행무’, 케이팝 스타들의 공연, 장이머우 감독이 지휘를 맡은 8분의 베이징동계올림픽 관련 공연 등이 펼쳐졌다. 특히 아이돌 그룹 엑소 등의 공연을 통해 한류의 실체를 알린 것도 호평을 받았던 요소 중의 하나였다.

청와대가 “첨단기술과 생동감 있는 문화공연, 인상적 성화점화 장면과 더불어 남북 공동입장 등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한 게 반드시 자화자찬이라고만 폄훼할 것만도 아니다.

 

5.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이 여러 측면에서 성공작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남은 과제가 없을 수는 없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맞은 화해국면을 잘 살려가야 하는 것은 정치가 맡을 몫이지만 올림픽 자체의 뒤처리도 소홀해선 안 될 일이겠다.

대회 진행 자체는 흑자로 끝났다지만, 각종 경기장 시설 등을 어떻게 유지 관리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았다. 2016 리우 올림픽 등 앞선 올림픽에서 막대한 예산과 자원을 투자한 시설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화이트 엘리펀트’ (돈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시설)가 되면서 골머리를 앓아왔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주경기장도 활용 계획 없이 예산만 갉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평창 올림픽에 사용된 경기장 12곳과 훈련시설, 올림픽스타디움 등 총 14개의 시설 중 10개는 관리 운영 주체와 사후 활용법이 정해졌지만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정선 알파인경기장,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는 아직 운영 주체와 활용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 활용이 결정되지 않은 이들 시설을 유지하는 데에만 연간 100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21년 동계 아시안게임과 남북교류 등에 대비해 모든 시설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확실한 예산 조달 대책과 장기적인 활용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흉물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에서 지적했듯 중장기적으로 평창 올림픽에서 얻었다는 각종 간접 경제효과를 산업 및 수출 등의 실물 경제 분야에서의 가시적인 과실로 연결시키는 것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겠다. 개폐막식과 경기 운영 등에서 보여준 한국의 IT기술력을 신산업에 접목해 세계 시장에 내놓는 데 노력해야 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4차 기술혁명시대를 선도하는 데도 평창올림픽의 경험을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부가 지자체, 기업과 손잡고 치밀한 사후 계획을 세울 일이다.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과 빙상 팀추월 경기에서 빚어진 알력으로 표면화된 공정성을 향한 젊은 세대의 외침 또한 이번 올림픽이 남긴 숙제의 하나라 하겠다. 정부는 올림픽 이후 한국 사회의 공정한 경쟁, 그리고 실업 대책 해소 등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란 게 이번 올림픽이 남긴 또 다른 교훈인 셈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