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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 댄 삼성이 ‘한국판 칠면조’?...특별사면권이 권력형 비리의 창구였나

기사승인 2018.02.19  19: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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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사면(赦免)하는 풍습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수감사절에 미국인들이 칠면조 고기를 즐겨 먹기 때문에 전국에서 사육 중인 칠면조들은 이 기간에 대량 도축된다. 하지만 링컨의 아들이 추수감사절 요리용으로 받은 칠면조를 애완동물처럼 애지중지하자 이 칠면조를 풀어준 것이다. 특사(特赦)의 은전을 입은 셈이다. 지금도 미국에선 해마다 추수감사절에 5000만 마리의 칠면조가 오븐에 들어간다고 한다.

미국칠면조협회는 추수감사절에 백악관에 사면용으로 보내는 20㎏ 안팎의 칠면조 두 마리를 보낸다. 대통령의 사면을 받은 칠면조는 오븐 대신 워싱턴DC 인근 ‘칠면조의 언덕’ 등 편안한 농장으로 보내져 안락한 여생을 보낸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2015년 추수감사절 때 에이브(Abe)와 정직(Honest)이라는 칠면조 두 마리를 사면했다. 에이브는 링컨의 애칭이다. 오바마는 칠면조를 향해 “너의 죄를 사하노라” 하고 선언하면서 ‘정직한 링컨’을 풀어주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추수감사절 칠면조 사면을 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추수감사절 때 백악관 앞뜰에서 칠면조 사면식을 열었다. 사면받은 칠면조 두 마리는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지 않는 행운을 얻었다.

칠면조와 달리 사람에 대한 사면은 미국에서 상당히 엄격하다.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석방 이후 5년, 실형을 제외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는 형 확정일로부터 5년이 지나야 사면 청원서를 낼 수 있다. 특별복권의 경우에도 5년의 경과기간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에선 권력형 비리 사범은 사면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비교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사면 및 복권 대상자 가운데 권력형 비리 사범은 없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특별사면’이라는 제도가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에 대해 '특별사면'을 명령해 석방을 지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한 바 있다. 절대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누구든 밤새 숙청당하는 곳에서 특별사면은 권력자의 마음이 누그러졌다는 신호나 다를 바 없을 터이다.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로라 링과 유나 리 기자의 북한 억류를 항의하고 석방을 요구하는 데모(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대통령의 사면권은 똘레랑스(관용)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사면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면으로 보는 학자들도 많다.

일반적으로 사면을 단행하는 명분으로 국민화합을 앞세운다. 반면 특별사면의 경우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대통령의 전권이어서 특혜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혹자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절대군주제 시절에 행사하던 시대착오적 특권’, ‘대통령의 주머니 속 공깃돌’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검찰에 제출했다는 자수서가 눈길을 끈다. 미국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비 약 40억 원을 삼성이 대납했고, 그 배경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대납 요구와 이건희 회장의 대납 승인이 있었다는 게 언론 보도 내용이다. 물론 MB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경천동지의 사건으로 비화할지도 모른다.

2014년 11월 10일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빈소를 찾은 이학수 씨(사진: 더 팩트 임영무 기자, 더 팩트 제공).

놀라운 것은 소송비 대납 논의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다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은 수년 간 진척이 없다가 미국에서 2009년 로펌 에이킨검프를 선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소송비는 삼성이 대납했다. 이 회장은 2009년 8월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그해 12월 평창 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특별사면됐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신지 말라고 했거늘 사건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별사면은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경과기간도 없이 특정인에 대한 특별복권이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특별사면이 법원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사면이 권력형 비리의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손질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부정부패 사범이나 선거법 위반자, 권력형 비리 관련자 등은 사면에서 제외한다든지, 사면과 복권을 엄격하게 분리해 일정한 경과기간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을 보면서 특별사면이 ‘칠면조 사면’으로 변질되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편집위원 이처문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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