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불어닥친 새로운 바람, 핵심 줄거리만 소비하는 ’서머리 콘텐츠‘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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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불어닥친 새로운 바람, 핵심 줄거리만 소비하는 ’서머리 콘텐츠‘ 눈길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2.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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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을 시간 없다'는 현대인에게 등장한 북튜버와 북 팟캐스트 / 조윤화 기자
눈으로 읽는 기존의 독서법에서 벗어나 오디오로 듣고, 영상을 감상하며 책을 즐기는 새로운 형식의 독서법이 등장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한 브리짓 슐트는 본인의 책 <타임 푸어>에서 현대인들은 ‘바쁨 강박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저자에 의하면, 현대인들은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아니면 적어도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며, 여가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듯 당장 여유를 즐기기보다는 내일 할 일을 걱정하는 현대인들은 책,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이들을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서머리(summary)  콘텐츠’ 다.

서머리 콘텐츠는 책, 영화, 드라마 등의 문화 콘텐츠를 중요한 줄거리만 핵심적으로 간추려 만든 콘텐츠다. 주로 활자보다는 영상물이나 오디오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특징이 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 10명 중 4명은 독서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독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를 꼽았다. 매일 넘쳐나는 영상물 홍수 속에서 굳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며 독서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 이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독서보다는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이런 현실에 발맞춰, 책 콘텐츠가 눈으로 읽는 것으로부터 탈피해 귀로 듣고 영상으로 즐기는 콘텐츠로 진화했다.

북튜버 '책읽찌라'는 책 한 권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간추려 3분 내외의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와 SNS에 올린다. 사진은 인터넷 서점 ’북커넥트‘와 협업해 만든 콘텐츠 중 하나(사진: 책읽찌라 페이스북 캡처).

책으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 하는 ‘북튜버(책+유투버)’의 등장은 사람들의 새로운 책 소비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북튜버로 잘 알려진 ‘책읽찌라’는 책 한 권을 가지고 3분 내외의 영상물을 만들어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업로드한다. 책 한 권의 핵심적인 내용을 잘 간추려 정확한 발음과 상냥한 말투, 깔끔한 영상 편집으로 전달하는 그녀의 영상에 구독자들은 큰 호평을 보내고 있다. 현재 그녀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7000명을 넘어섰으며, 동명의 페이스북 계정은 팔로워만 5만 명에 달한다. 저자의 인터뷰나 책 제목에 집중하기보다 오로지 책 내용에 집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책읽찌라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영화 평론가이자 작가가 진행하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11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책 줄거리를 요약해 들려주는 독서 팟캐스트 또한 꾸준한 인기를 보인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요조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와 같은 북 팟캐스트는 팟캐스트 열풍 속에서도 당당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즐겨듣는다고 밝힌 청취자 강모(21) 씨는 “북 팟캐스트는 콘텐츠를 들으면서 동시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놓친 부분이 있다면 다시 듣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는 기존의 독서에 비교해 훨씬 자유롭다”고 북 팟캐스트의 장점을 꼽았다.

한편, 책을 5분 내외의 영상이나, 오디오 콘텐츠를 이용해 핵심 줄거리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 보도에 의하면, 임진모 문화평론가는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요약하고 해석해 주는 콘텐츠 소비는 문화적 속성 과외”라며 “원작을 접하지 않고 가공된 콘텐츠만 소비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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