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목 맞아 간만에 활기 띤 천안시 중앙시장…“파리만 날리다 모처럼 재래시장도 시끌벅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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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목 맞아 간만에 활기 띤 천안시 중앙시장…“파리만 날리다 모처럼 재래시장도 시끌벅쩍하네요”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2.1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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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흥정하는 상인들과 손님들 소리로 모처럼 활기…선거 미리 준비하는 정치인들도 한몫 / 윤민영 기자
설날 명절을 하루 앞둔 14일, 천안 중앙시장은 제수품을 사러 온 손님들로 가득하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재래시장인 충남 천안 중앙시장을 방문했다. 제수용 음식과 과일 등을 구입하기 위함이다. 평소에 이 주변을 지날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시장 진입로부터 차가 막혀 차량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이동했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 덕분에 오랜만에 시장통이 북적였다.

시장에 진입하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앙시장 주차장 주변을 지나칠 때 평소에는 항상 빈 자리 뿐이었는데, 명절을 맞아 만차가 계속돼 주차장에 진입하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주차를 한 뒤 시장을 향해 걸었다. 시장 입구부터 나물과 꼬막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상인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치여 느긋한 쇼핑이 불가능했다.

대추와 밤 등을 판매하는 김복자(72, 충남 천안시) 씨는 “지난 한 달간 하루에 손님 한 명에게도 팔지 못한 때가 많았는데 오늘만 벌써 셀 수 없이 팔았다”고 미소를 잃지 않았다. 대추를 한 봉지 샀을 뿐인데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며 한 줌 더 담아주는 김복자 할머니의 모습에서 재래시장의 정이 느껴졌다.

중앙시장에서 인기 있는 손두부 가게다. 두부와 두부로 만든 만두피 등을 판매한다. 종업원이 비닐봉투에 두부를 담으며 남은 대기자들이 선 줄 길이를 확인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두부 역시 인기가 많았다. 평소에도 워낙 두부가 맛있어 찾아오는 두부집을 들렀더니 약 20분의 줄을 서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시민들은 “이집은 평소에도 일찍 와야만 비지, 순두부를 살 수 있는데, 오늘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손두부밖에 못사겠다”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긴 대기 시간을 뚫고 차례가 됐는데, 역시 비지와 순두부는 모두 팔린 후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겨우 보통 두부를 손에 들고 나오는 데, 간판에 달려있는 광고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르바이트 구함’ 문구가 적힌 광고판였다. 명절을 앞 둔 재래시장의 대목을 대비한 상인의 구인 희망이 엿보였다. 기자가 이를 보고 “이 집은 그래도 아르바이트생도 구하네”라고 했더니, 두붓집 사장님이 “평소에는 아르바이트생 급여에도 매출이 못 미치는데 명절 때만 되면 평소 매출의 500배 이상이 나와서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더라고요”라며 “두부 만드는 아르바이트생 10명을 더 써도 오후 4~5시 전에 조기 매진된다”고 말했다. 장사진을 친 고객 줄을 보니 500배라는 말이 과장은 아닐 듯 싶다. 

시장통이 온톤 인산인해다. 전 집, 수산물 집, 반찬가게 등 취급하는 물건을 불문하고 손님들이 항상 끊이질 않는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시어머니와 함께 전 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중국인 상인은 많은 손님들 덕분에 많은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 와서 명절을 몸으로 처음 실감한다”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손님들을 맞았다.

전집 앞에서 전을 보고 있는 손님들과, 팔려나간 전을 다시 채워넣고 있는 종업원(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가게들 안팎에서는 상인과 손님이 흥정하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명절 때 시장은 평소와 너무나도 달랐다. “하루에 손님 한 명에게도 팔지 못한 때가 많았다”는 김복자 할머니의 말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은 왁자지껄했다. 설 명절을 앞둔 중앙시장의 모습은 그랬다. 홍어회무침을 판매하는 상인은 무쳐놓은 것이 다 팔리면 그 자리에서 즉시 새로 무쳤다. 그리고 그것도 금방 팔려나갔다.

이렇게 북적이는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의 평소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시장 한 쪽에서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시장이 들어 오는 한 일행이 눈에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국회의원과 그 일행이었다. 함께 있던 일행은 나에게 “양승조 의원님과 천안시 의원님, 충남도 의원분들, 다음 선거에 나오실 수 있는 후보님들, 여성과 청년 위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재래시장을 애용합시다’라는 문구가 걸린 띠를 매고 있었다. 다음 선거를 위해 재래시장을 찾는 정치인도 명절날 재래시장의 풍경 중 하나였다.

설날 명절을 하루 앞두고 천안 중앙시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국회의원 일행이다. 양승조 국회의원은 충청남도 도지사 선거에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시장을 방문한 정치인들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한 상인은 “선거 때나 명절 때만 잠깐 찾았다가 지나면 또 모르쇠”라며 비꼬았다. 다른 상인은 “이렇게 혼잡한 때 경찰까지 대동해서 더 혼잡하게 하니 (장치인들이) 민폐다 민폐”라고 툴툴거렸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말하는 상인도 있었다. 주문받은 도넛을 만들던 상인은 “그래도 이럴 때 찾아오기라도 하니 재래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호소라도 할 수 있지 않냐”며 도넛을 봉지에 담아 건넸다.

명절을 앞둔 천안 중앙시장 주변 도로에는 시장을 방문하는 차량과 나오는 차량, 도로 위에 상품을 내놓은 상인들이 서로 엉키고 설켜 혼잡을 이뤘다. 시장 내부도 물건을 납품하는 오토바이와 길을 가득 메운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파리만 날리다 모처럼 시끌벅쩍하네요"라며 웃는 얼굴로 동태포를 뜨던 수산물 가게 사장님은 “몸이 힘들어도 매일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외쳤다. 한 웅큼 더 쥐어주던 상인들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웃음이 명절 후에도 계속되었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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