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자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까지 선고가 나온 국정농단 사범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 것. 따라서 핵심 당사자 중 한 명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중형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최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 추징금 72억 9427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과 특검은 앞서 최 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최 씨를 상대로 기소한 공소 사실 중 가장 형량이 무거운 혐의는 뇌물수수다. 재판부는 최 씨가 삼성전자와 롯데그룹에서 받은 140억 여 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먼저 삼성에게서 최 씨 딸 정유라 씨를 위한 승마 지원금과 말 구입비로 433억 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 중 72억 9000여만 원을 뇌물액으로 봤다. 롯데는 K스포츠 재단 추가 지원금 70억 원 등이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혐의를 줄곧 부인해 온 최 씨의 행동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재판부는 "극심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을 초래해 죄의 책임이 무거운데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기획된 국정농단 사건이라 주장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정농단의 주된 책임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 준 박 전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피고인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를 인정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중형도 사실상 확정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뇌물죄 등 21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의 18개 혐의보다 많으며, 혐의 대부분이 최 씨와 겹친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최소 2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에 가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롯데 신동빈 회장에게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뇌물수수 등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안 전 수석은 징역 6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롯데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뇌물공여액으로 평가된 70억 원은 추징했다. 신 회장은 이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대통령 단독 면담 시 현안인 면세점 재취득 문제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며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한 기업은 롯데가 유일하고 지원금도 거액인 점 등으로 봐 이런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인공인 최 씨가 중형을 받자 네티즌들은 술렁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최순실과 안종범은 사필귀정”이라며 “내가 생각했던 판결보단 약하지만, 이 정도는 만족”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뇌물로 받은 돈 철저하게 찾아내 전액 몰수하길 바란다”며 “판사의 봐주기 판결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서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의 판결을 놓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냈다. 한 네티즌은 “신동빈의 형량과 법정 구속은 당연하고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그러나 이번 판결을 보니 이재용을 왜 석방됐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품었다. 그는 “판사에 따라 법 집행이 왔다 갔다 한다면 법의 공정성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