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트레이너 무자격자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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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트레이너 무자격자 수두룩
  • 취재기자 이세호
  • 승인 2014.05.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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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지도로 부상 잇달아...당국은 감시 감독 외면
▲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고객이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운동하고 있다. 이 사진 속의 헬스장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는 무관함 (사진: 취재기자 이세호).

운동, 영양 처방 같은 헬스 전문지식이 부족한 무자격 헬스트레이너들의 잘못된 지도로 피트니스 센터에서 부상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에 따르면, 피트니스센터는 전문트레이너를 채용할 때 생활체육협회에서 발급하는 ‘생활체육지도자 3급’ 이상의 자격증 소지자를 뽑아야 한다. 그러나 피트니스센터 사업자들은 정해진 법을 어기고 임금이 낮고 검증되지 않은 무자격 트레이너를 채용하고 있다. 실제로 ‘알바천국’, ‘알바몬’과 같은 구인・구직 웹사이트에는 관련 자격증, 운동 경력이 없어도 신체 건장한 남성이면 트레이너로 채용하겠다는 광고가 상당수다. 문제가 되는 것은 무거운 중량을 다루는 운동의 특성상 무자격 트레이너로부터 고객들이 잘못된 운동 지도를 받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사는 대학생 이모(24) 씨는 지난해 헬스클럽 트레이너로부터 무리한 운동지도를 받은 탓에 어깨에 염증이 생겨 두 달 동안 병원치료를 받았다. 그는 트레이너에게 운동 중에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했는데, 트레이너는 그에게 지속적인 운동으로 아픈 부분을 계속 풀어줘야 한다며 계속 운동할 것을 권했다. 이 씨는 트레이너의 말을 듣고 어깨가 아파도 운동을 계속했다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그는 “트레이너의 말이니까 믿고 시키는 대로 했다가 이 꼴 났다”고 말했다.

▲ ‘알바몬’사이트의 헬스트레이너 채용 광고 캡처 화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운동 관련 지식이 부족한 여성 고객들은 무자격 트레이너로부터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부산 하단동에 사는 여대생 김모(23) 씨는 지난해 1월에 그녀의 언니와 함께 운동을 개별적으로 지도받는 퍼스널 트레이닝을 선택했다가 심각한 요요현상과 함께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그녀는 같이 등록한 언니와 다른 신체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운동을 일괄적으로 처방받았다. 그녀는 자신보다 힘센 언니가 하는 운동을 똑같이 따라 하다가 몸에 무리가 왔지만, 트레이너를 믿고 계속 운동했고, 결국 탈이 났다. 그녀는 “괜히 비싼 돈 주고 운동했다가 피로와 살덩어리밖에 안 남았다”고 말했다.

이런 피해자들은 한결 같이 일이 커지는 것을 꺼려해 따로 항의하거나 보상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운동 지도로 피해가 생기는 경우는 피트니스센터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이모(27) 씨는 지난달 요가 수업을 받다가 골반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녀는 “요가 강사한테 골반이 안 좋다고 했는데 근육통이라며 운동으로 풀어줘야 한다면서 운동을 계속시키더라고요. 그러다가 탈이 났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H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 조모(24) 씨는 자신의 주위에도 자격이 안 되지만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지인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사실 제 후배들만 보더라도 아직 누구를 가르칠 실력도 안 되고 자격도 없는데 다들 트레이너 생활하고 있어요. 제 주위뿐만 아니라 이런 일은 사실 비일비재 합니다”고 말했다.

무자격 트레이너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현상에 대해 한국 레슬링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헬스장 트레이너 김민우(37) 씨는 “헬스장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데 정규 트레이너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니까 ‘막장’ 트레이너가 활개 치는 겁니다”라며 “사람 체형이 각기 다른데, 한 가지 운동 방식만 고집하는 트레이너가 있다면 그의 자질을 의심해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에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했던 김모(55) 씨는 비용 문제 때문에 저임금으로 무자격 트레이너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큰 자본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피트니스센터가 많은 회원을 유치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은 헬스장은 영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씨는 "돈이 많이 드는 자격증 소유자를 쓸 경우 수지타산이 안 맞습니다. 그리고 고용하려고 해도 요즘 트레이너들이 작은 헬스장에선 일하려고도 안 합니다"라고 말했다.

피트니스센터의 감독기관은 전국의 지자체이다. 체육시설설치이용 관련 법령에 따라 헬스장을 개업, 운영하는 사업장은 1명 이상의 전문 트레이너가 배치돼 있어야 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 및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청 체육진흥과 담당자는 피트니스센터의 무자격 트레이너 불법채용에 대해 각 자치구에 통보하여 관련 법령에 따라 관리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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