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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가상화폐에 울고 웃으면, 4차 산업혁명에 땀은 누가 흘리나?

기사승인 2018.02.03  00: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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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인 정태철

발행인 정태철

몇 주째 가상화폐가 검색어 상위권에서 밀려나지 않고 있다. 가히 가상화폐 전성시대다. 이번 주 가상화폐 뉴스 중엔 한 대학생이 투자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해서 투자금을 모두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그는 왜 가상화폐에 투자했을까?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951명을 대상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선택한 사람이 응답자의 54.2%였다. 소자본으로 투자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47.8%였다(복수응답 가능). 두 이유를 합치면, 작은 돈으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가상화폐 아니냐는 게 젊은이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몰리는 이유인 듯하다.

현명한 생각인 듯 보이지만, 그러나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인류는 역사적으로 노동이 부를 창출한다고 생각했다. 막스 베버는 신의 구원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청교도 정신이 곧 자본주의의 윤리라고 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묘사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돈밖에 모르고 탐욕스런 유대인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현대의 자본주의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날 세계의 자본은 버크셔 해서웨이(워렌 버핏이 CEO인 투자회사),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 투자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물건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이들은 거액의 금융자산으로 주식, 기업, 빌딩을 사거나 팔면서 그 차액을 챙긴다. 제조업, IT산업, 서비스업, 로봇, 생명공학, 3D프린터, 드론, 자율자동차 회사들이 치열하게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회사 가치를 키워 놓으면, 투자회사들은 그 유망 기업의 주식을 사서 배를 불린다. 이들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잔머리를 굴릴 뿐이다. 이들을 '기업사냥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워렌버핏(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그래서 땀은 정직하다고 배웠고 믿었던 99%의 서민들은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이들 1%의 투자회사들이 공공의 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곧 ‘시위자(protestor)’들이었으며, 그들의 분노 표출이 곧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이었다. 타임지는 이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전 세계가 금융자본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고, 부가 편중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4년 <21세기 자본>이란 책에서, 18세기 이후 세계의 부와 소득체계가 노동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변질됐다고 분석했다. 월가 시위자들의 이론적 배경이 된 것이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한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의 모순이나 금수저가 금수저로 대물림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젊은이들을 자꾸 가상화폐를 일확천금의 신기루로 보게 하는 모양이다. 사회 구조의 문제도 그렇고, 개인의 재테크는 최소한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느냐를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적은 돈으로 가장 빠른 기간 안에 목돈을 불릴 수 있다고, 젊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시세표를 하루 종일 쳐다보고,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월가맨 흉내를 내는 게 곧 지금의 가상화폐 광풍이다. 1월에 1비트코인 시세가 2500만 원을 호가하다가 2월 들어서 850만 원으로 60% 이상이 푹 꺼졌다고 한다. 요상하고 변덕 심한 가상화폐에 날마다 웃고 우는 게 좋은 일인가 생각해 보자. 그게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이 만사 제치고 매달릴 일인가를 생각해 보자. 가상화폐 투자는 마치 로또 당첨을 기다리는 행위와 유사하다. 행운이 따르면 돈을 벌고, 재수 없으면 다 잃을 수 있다. 숭고한 노동의 가치가 전혀 없다. 돈독 오른 샤일록이나 놀부 심보와 다를 바 없다. 날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가상화폐 시세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건 생각 있는 젊은이들이 취할 삶의 자세는 아니다. 클릭 잘 해서 번 돈은 가치가 없을 뿐더라 그만큼 쉽게 나간다. 'easy come, easy go'다. 왜? 애착이 없으니까. 그게 세상의 이치다.  

2002년 미국 사람들의 눈은 ‘파워볼’이란 복권에 쏠려 있었다. 당시 연구년으로 미국에 있던 나에게 미국 친구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서 복권 한 장을 줬다. 평생 단 한 장의 복권도 내 손으로 사본 적이 없다는 내 말에, 그 친구는 그럴수록 당첨 확률이 높다며 한 장을 사서 억지로 내 손에 쥐어준 것이다. 당첨금이 당시 세계 최대인 무려 3700억 원이었다. 드디어 당첨자가 결정됐다. 물론 내 복권은 ‘꽝’이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잭 휘태커라는 사람으로 건설회사 사장이었으며, 헬기를 타고 건설 현장을 다닌다는 부자 사업가였다. 복권에 당첨되자, 일약 전국적 유명인사가 된 그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날마다 TV에 출연해서 웃음을 터트렸으며, 거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호기를 부렸다. 그 장면만 보고 나는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후 악마가 그의 인생을 하악질하기 시작했다. 손녀가 실종되었다가 살해된 채로 돌아 왔고, 그 자신은 각종 협박과 소송에 휘말리게 됐으며, 부인과 이혼했고, 회사는 파산했다. 복권의 저주라는 말이 나돌았다.

잭 휴태커 가족이 파워볼에 당첨될 당시의 모습(사진: NBC News 인터넷 캡처)

캐나다에서는 복권 당첨자가 거액의 당첨금을 잘못 관리해서 불행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자, 당첨자들에게 당첨금 관리 요령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복권 당첨자들의 후일담을 취재한 기사가 월간지에 실린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다수의 로또 당첨자들의 인생이 이혼, 사업 실패, 친구 친지들과의 불화 등으로 풍비박산이 난 경우가 많다고 적혀 있었다. 왜 그럴까?

유학시절 읽은 한 심리학 교과서에는 복권 당첨자들의 심리를 연구한 결과가 실렸다. 복권 당첨자들은 의외로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남은 자기 일생에 복권 당첨 이상의 행복한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으로 교통사고 등으로 몸을 크게 다치고 장애인이 된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이들도 생각보다는 덜 불행했다고 한다. 그 이유 역시 향후 자기에게는 현재의 불행보다 더 큰 불행이 닥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주 암으로 고인이 된 대학 동아리 여자 동기의 딸이 엄마 휴대폰을 정리하다 우리 동기들 단톡방을 발견하고 문상의 고마움을 담은 메시지를 올렸다. 우리는 모두 동기의 딸을 위로했다. 세상의 모든 아들딸들은 언젠가는 자기 부모의 핸드폰은 물론 유품을 정리할 날이 온다. 나도 부모님 유품을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 정리했던 그 날이 있었다. 어머니의 경우는 사진만 남기고 다 버리기로 했다.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 왔다고 고이 간직했던 일제 강점기 여행 가방이 있었지만, 고심 끝에 버리기로 했다. 아버지의 경우는 사진과 몇 개의 표창장과 감삿장, 그리고 친필 편지 등을 간직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의류품 중 유일하게 가죽장갑이 상태가 좋아 내가 지금도 끼고 있다. 간직할 건 불과 작은 박스 하나에 다 들어갈 분량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유품 정리 업체가 와서 말끔히 정리했다. 사람의 흔적이 그렇게 간단하고 깨끗이 지워진다는 것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부모가 아무리 살아 있을 때 부둥켜안고 아끼는 게 있다고 해도, 자식은 다 버리게 되어 있다.

사람이 남길 것은 이름과 정신뿐이다. 그리고 살아 있을 때 종사하던 분야에서 행한 의미 있는 노력과 진지한 노동만이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땀을 흘릴 곳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아니라, 만들고, 연구하고, 개발하는 삶의 현장, 직업의 현장이 아닐까? 그곳이 4차 산업 혁명과 연관되거나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발행인 정태철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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