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의 우주쇼를 볼 순 없었지만 광안리 야경은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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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의 우주쇼를 볼 순 없었지만 광안리 야경은 더 아름다웠다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2.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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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블루 블러드문 취재기...구름 낀 날씨에 부산선 관측 안됐지만 야경사진 찍으며 아쉬움 달래 / 윤민영 기자

지난달 31일 35년 만의 우주쇼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슈퍼문과 블루문, 블러드문이 동시에 나타나는 희귀한 현상이 바로 그것.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 평소보다 큰 보름달을 슈퍼문이라고 부른다. 이날 달과 지구의 거리는 약 35만 9307km로 평균 거리인 38만 4400km보다 약 2만km정도 가까웠다. 블루문은 한 달에 2회 뜨는 보름달을 칭하는 말로, 3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 달이 붉은 빛을 띄는 블러드문은 개기월식 때 지구의 그림자에 가린 달이 태양빛의 붉은 기운만 띄는 현상으로 다음 블러드문은 7년 뒤인 2025년에 볼 수 있다.

이 모든 현상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지난달 31일 오후 9시 51분부터 11시 8분까지로, 고작 1시간 17분 뿐이었다. 이를 놓치면 다음 슈퍼 블루 블러드문까지 19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됐다.

오후 7시경,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의 야경이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본지 기자도 희귀한 장면을 광안대교 풍경과 함께 담으려고 오후 7시 미리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았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여느 때와 같이 버스커들과 사람들로 붐볐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삼각대와 망원렌즈를 구비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사진동호회 ‘부카사(부산 카메라 그리고 사진)’ 회원이라고 밝힌 박지영(34, 부산시 남구) 씨는 “개기월식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몰릴 것 같아 미리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35년 만의 우주쇼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기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으로 바뀌었다.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던 시민들은 하늘을 보며 달을 보지 못할 것 같다고 혀를 찼다. 기자가 개기월식 시간을 기다리며 버스커들의 공연을 보고 있을 때, 버스커조차도 “오늘 슈퍼 블루 블러드문 불빛 아래서 버스킹을 하고 싶었는데 하늘을 보니 달빛을 못볼 것 같네요”라고 아쉬워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한 버스커가 기타를 치며 버스킹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기다림이 계속되고 개기월식이 막바지에 달해 블러드문이 관측되는 오후 9시 51분이 됐다. 여전히 부산 밤하늘은 구름으로 드리워 진회색으로 가득했다. 달을 카메라에 담으려 왔던 사람들도 아쉬워했다. 온종일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던 이구용(58, 부산시 진구) 씨는 “광안대교 야경과 함께 달을 찍으려고 가족과 함께 나왔는데 허탕 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블러드문 관측 시간 오후 11시 8분이 지나도록 카메라를 접지 않고 기다렸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구름이 걷히지 않았다.

달빛 가득한 야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라도 하는 것일까, 광안리의 야경은 평소보다 더 아름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름 때문이다. 구름이 너무 많이 껴 아름다운 달을 볼 수는 없었지만, 반대로 구름이 다른 빛을 차단해 야경 그 자체는 더 아름다웠다. 카메라를 들고 나온 사람들도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야경을 카메라 속에 담는 사람도 있었다.

늦은 시각 광안대교 밑을 유람선이 지나고 있다. 야경을 수놓은 불빛들이 바닷물에 반사돼 반짝이는 모습은 가히 신비롭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달을 찍지 못한 아쉬움에 ‘야경이라도 찍자’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던지 광안대교 아래 유람선의 불빛에 반짝이는 바다는 절경이었다. 아쉬운 마음 속에 분주히 움직이며 야경을 담고 있는 기자에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와 “달 찍으러 오셨어요?”라고 말을 걸었다. 직장인 사진 동호회 회원들로 그들 역시 아쉬움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들과 함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야경 사진을 찍다보니 슈퍼 블루 블러드문을 보지 못한  아쉬움도 점점 사라졌다.

슈퍼 블루 블러드문이 떠오를 것이라던 광안리 해수욕장의 동남쪽에는 달빛이 아닌 고층 건물들의 불빛으로 물들었다. 비록 바닷물은 달빛이 아닌 인공 빛에 반짝였지만 아름다움은 틀림 없었다. 처음 만난 동호회 회원들은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좋은 사진 많이 찍으세요”라며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로 떠나갔다. 광안리의 바닷물은 인공 빛에 물들어 보랏빛으로 끝까지 반짝이며 사진가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동남쪽의 모습이다. 고층 건물들의 불빛이 야경을 수놓았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시간이 흐르자, 일부 부산 지역에서는 구름이 걷혀 달이 보인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새벽 2시 경 부산시 북구에 위치한 만덕고개에서 보름달을 찍었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기월식이 지나고 난 후라 슈퍼 블루 블러드문은 아니었다. 그래도 만덕고개, 황령산 등 고지대를 찾은 사람들은 블루문을 볼 수 있었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바닷물이 마지막까지 보랏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비록 이번 2018년에는 부산에서 슈퍼 블루 블러드문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선선하게 불어오는 부산의 바닷바람은 ‘2037년 슈퍼 블루 블러드문을 꼭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듯 은은하게 스쳐갔다. 다가올 2037년의 슈퍼 블루 블러드문을 기약하며 이날의 마지막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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