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을 당했다며 검찰 내부망에 폭로한 가운데 현직 검사로는 이례적으로 해당 문제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직접 고발했다.
서 검사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 지난 2010년 서울 북부지검에서 근무했을 당시 겪었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서 검사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창원지검 통영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 검사에게 성추행을 가한 검사는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 검사는 지난해 6월 법무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간부 등과 식사를 하면서 후배 검사들에게 70~100만 원씩 돈 봉투를 나눠줘 검찰 특활비를 도마 위에 오르게 한 장본인이다. 안 검사는 이 '돈봉투 파문'으로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면직 처분됐다.
인터뷰에 나선 서 검사는 출연 이유에 대해 “사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며 “주변에서 피해자가 직접 이야기를 해야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용기를 내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 검사는 또 “직접 내가 성폭력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 동안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자책이 컸다"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문제의 사건이 그가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했던 지난 2010년에 10월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 검사는 직원들과 장례식장에 참석했으며,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가 서 검사의 옆자리에 앉았다. 안 전 검사는 갑자기 서 검사의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다듬었다. 안 전 검사는 당시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으며, 추행은 상당 시간 지속됐다. 당황했던 서 검사는 손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 검사는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바로 옆에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 난 몸을 피하며 그 손을 피하려고 노력했지,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하지 못했다”며 “당시 굉장히 화가 났던 것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말리지도 않았고 아는 척을 하지도 않았다”고 토로했다.
서 검사는 또 "공공연한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그 후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검사의 추행 사건 이후, 서 검사 앞에 사과 대신 불이익이 쏟아졌다. 서 검사는 “당시 수십 건의 사무 감사 지적을 받았다. 검사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사무 감사 지적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 감사를 이유로 검찰 총장 경고를 받았고, 경고를 이유로 통영지청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 검사는 이어 “경력 검사 자리는 통영지청에 딱 한 자리가 있다. 통영지청에 발령받았을 때 내 기수 아래 검사가 경력 검사로 근무하고 있었다”며 “경력 검사가 2명이 배치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며, 그 검사는 1년 후에 인사를 받아서 떠났다”고 설명했다. 서 검사는 또 “보통 총장 경고는 징계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징계를 받은 검사들도 이렇게까지 먼 곳으로, 이렇게까지 기수에 맞지 않게 발령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검찰 조직 내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는 “피해자가 있고 함부로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은 여검사에게 ‘잘나가는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고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많이 봤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검찰 내부에 있지만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서 검사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최근 가해자가 종교에 귀의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안 전 국장은 이날 언론에 "오래 전 일이고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다만 그 일이 검사 인사나 사무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검 감찰본부(정병하 본부장)는 "게시글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비위자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에 네티즌들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계속해서 자리를 지켜달라”, “과감한 결정에 큰 박수 보낸다”, “용기 내 고백한 검사님 항상 응원한다”, “존경을 보낸다”, “당당하고 멋진 검사” 등의 댓글로 서 검사에 힘을 보탰다.
한 네티즌은 “어느 직장에서든 이 같은 유사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가해자 신분을 만천하에 공개함을 물론, 엄하게 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해자가 수치스러워하고 숨어야하는 상식적인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