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에 경종 울린 미국 법원 판결...성추행 혐의 美 체조 대표팀 닥터 징역 17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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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부에 경종 울린 미국 법원 판결...성추행 혐의 美 체조 대표팀 닥터 징역 175년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1.2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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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선수 성추행한 학교 운동부 코치에게 징역 2년 선고한 우리나라 법원과 대조 / 윤민영 기자
로이터통신이 26일 사상 최악의 아동 성폭행범 래리 나사르가 최단 40년에서 최장 17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사진: 로이터통신 캡처).

26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미시간주 랜싱 법원이 30여년에 걸쳐 156명의 선수르 성추행한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전 주치의 래리 나사르(54)에게 징역 175년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래리 나사르의 범행은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레이첼 댄홀랜더의 최초 신고로 드러났다. AP통신은 레이첼이 15세부터 18세까지 나사르에게 성폭행당했으며, 미국 체조협회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후 올림픽 체조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시몬 바일스, 알렉시스 레이즈먼, 가비 더글러스, 맥카일라 마루니 등도 나사르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하며 충격을 줬다.

래리 나사르의 선거 공판이 열리기 전 진행된 피해자들의 증언은 7일간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총 156명의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이후 24일 랜싱 법원에서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 주재로 선거 공판이 진행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킬리나 판사는 나사르에게 최소 40년에서 최장 17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며 “당신에게 형을 선고하는 것은 나의 영예이자 권한”이라고 운을 뗐다. 또 그녀는 “당신은 그 어디에서도 약한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라며 “당신은 두 번 다시 감옥 밖으로 걸어나갈 수 없다”고 판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아킬리나 판사의 선고가 끝나자 법정 안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피해자와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고 보도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느 맥케일러 마루나 선수가 개인 SNS계정에 장문의 게시글을 통해 나사르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이 있음을 밝혔다(사진: 맥케일러 마루나 페이스북 캡처).

성폭행범 나사르의 175년 징역형은 우리나라의 성범죄자들과 대조를 보인다. 나사르와 성격이 비슷했던 사례에 우리나라 법원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선고를 내려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6년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 4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학교 운동부 코치에게 울산지방법원이 징역 2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것이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던 점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프로 스포츠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다. 여자프로농구(WKBL) '우리은행 한새'팀 감독을 맡았던 박명수(56) 전 감독의 성폭행 사건이다. 박명수 전 감독은 지난 2007년 4월 10일 로스앤젤레스 전지 훈련 당시 소속팀 선수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스포츠 세계의 미스터리를 다루는 저서 <미스터리스포츠>에 따르면,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박명수 전 감독의 성추행 피해자는 약 40여 명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한양석 판사 주재로 진행된 2007년 7월 6일 공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박 전 감독이 전과가 없으며, 만취 상태였고, 10여 년 간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농구계 발전과 국위선양에 힘쓴 점을 정상 참작했다고 밝혔다.

나사르의 175년형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에 “저것이 법치고 정의다. 우리나라 사법부들아”, “우리나라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법은 가해자를 위한 법”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이연희(26, 충남 천안시) 씨는 “가끔 우리나라 법을 보면 술 먹었다고 감형, 심신 미약이라고 감형,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감형하는 등 참 감형 좋아한다”며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기현(28, 부산시 진구) 씨는 “우리나라 법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전체적으로 법 자체가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고 가해자의 인권에 중심이 돼 있으며, 가해자에게 유리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우리나라의 감형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살인 등 범죄를 보면 죄다 정신질환에 의한 심신미약, 만취상태로 인한 심신미약 등 각종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경우가 허다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고, 이러한 범죄를 막지 못했을 경우 보호자가 책임을 지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의 경우, 애초에 심신미약 상태가 될 정도로 술을 먹은 것 자체도 범죄라는 것이다. 즉, 감형이 아니라 오히려 가중처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법 자체에 문제가 있어 입법기관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각종 감형 뿐만 아니라 형벌 수위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일부 중범죄자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는게 낫다’는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한 판결을 위한 사법부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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