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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not fair(이건 불공평하잖아)!”...왜 2030은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나?

기사승인 2018.01.19  19: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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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인 정태철

발행인 정태철

2002년 방문 교수로 미국에 체류할 때다. 어느 일요일에 미국 친구와 부부끼리 좋은 데 가서 차 한 잔 하자고 약속해서 시간 맞춰 픽업하려고 그 집을 방문했다. 그때, 초등학생인 그 집 꼬마가 아빠를 막아섰다. “일요일인데 아빠 엄마는 놀러 나가고, 나는 집을 봐야 한단 말이에요? That’s not fair(이건 불공평하잖아요)!” 이에, 미국 친구는 “그럼 다음 일요일엔 네가 나가 놀고, 아빠가 집을 볼게. Isn’t that fair(그럼 공평하지)?”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제야 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That’s fair, then(이젠 공평하네)”이라고 말했다.

1985년 미국 유학 시절에 나는 한국 친구와 작은 집 하나에 세를 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집 주인이 소유한 옆집에도 젊은 흑인 여자가 세를 살았다. 그 여자는 전화가 없다며 툭하면 우리 집에 와서 전화를 썼다. 월말에 전화비 청구서가 오면(당시 미국 전화 요금 청구서에는 모든 통화 기록과 비용이 다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자기가 걸은 전화비용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녀는 수입이 없는 싱글맘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극빈자였다. 그래서 전화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남자 친구도 있었고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같은 집에 살지 않았고 혼인 신고를 고의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래야 시청이 그녀의 월세, 전기세, 생활보조비를 집주인에게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집 주인은 개인적으로는 손해 볼 것이 없었지만 수시로 우리에게 “저런 X들 때문에 미국 국민들이 엄청난 세금을 내고 있어. That’s not fair!”라고 불평했다.

내가 아는 미국의 사회학과 교수 한 분은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은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공평’과, 부정부패 없고 신뢰로 움직이는 ‘정직’이라고 했다. 그래서 누구라도 “That’s not fair”라고 따지면, 미국 시스템은 꼭 시비를 가려주어야 하며, 거짓말 하는 공직자나 배우자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바람을 피운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았으며,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걸 참고 이혼 안하고 버틴 힐러리 클린턴은 지독한 여자였다.

미국 특파원 생활을 오래한 국내 원로 언론인 한 분이 사석에서 자기 아들이 미국 대학을 다니는데 미국 교수들이 영어 못한다고 트집을 잡으면 이 말 한마디만 하라고 아들에게 ‘필살기’를 알려줬다고 했다. 그것도 “That’s not fair!”였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 학생이 이렇게 따지면, 미국 교수는 움찔한다. 학생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수의 교육철학 근본에 시비를 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불공평한 교수의 교육 행위는 교수 청문회에 회부될 소지도 있다.

현 정부의 지지 세력인 2030이 비트코인 사태로 현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비트코인 정책 때문에 비트코인이 폭락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젊은이들이 컴퓨터를 부수고 이를 분노의 인증샷처럼 찍어 너도나도 SNS에 올리는 일도 벌어졌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좋은 유시민 작가가 비트코인의 화폐 기능을 TV에서 부정적으로 말하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든다고 비난받았다. 비트코인 폭락에 낙담한 젊은이들이 외치는 신조어 중엔 “한강 가즈아!”라는 말도 있다. 이는 한강 가서 빠져 죽자는 자포자기 심정을 뜻한다.

가상화폐 때문에 8000만 원 손해 봤다고 밝힌 한 투자자가 모니터와 본체를 부순 사진을 게재했다(사진: 비트코인 갤러리 캡처).

19일자 언론에는 금감원 공무원이 정부 정책을 미리 알고 비트코인을 팔아서 시세 차익을 남겨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정부 내부 회의에서 비트코인 관련 정보가 빠져 나갔나 보다. 그날 정부는 발표 40분 전에 기자들에게 가상화폐 정부 정책 보도자료를 돌렸고, 그 후 40분간 비트코인이 폭등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는 사람들만 정부 정보를 갖고 떼돈 벌었다는 비난이 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젊은 네티즌들은 "공무원 전수조사해라"거나 "특감하라"는 글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공무원이 하면 투자고, 우리가 하면 투기냐"는 글도 있다고 한다. 전형적인 "That's not fair" 태도다. 2030의 비트코인 광풍은 진보적 이념과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그저 미래에 돈이 된다는 비트코인 유행에 편승했을 뿐이다. 롱패딩 유행처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하자는 결정이 나자, 2030들이 난리가 났다. 대부분 취업 준비에 삶이 고달픈 이들은 북한 선수들을 정부의 ‘낙하산’으로 보고 있다. 공식적인 여자 팀이 국내에 국가대표팀 하나 뿐인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은 오로지 올림픽 출전 하나만을 보고 십 수 년 고생했다는 스토리가 TV 회면을 타자, 젊은이들의 여론이 더욱 나빠졌다. 국회의장실과 SBS가 의뢰하고 한국리서치가 9일과 10일 사이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대 중 남북단일팀 구성에 찬성하는 사람은 16.4%, 반대하는 사람은 82.2%였다. 반면, 60대 이상 중 찬성자는 31.7%, 반대자는 67.1%였다.

젊은 층의 남북단일팀 의견이 이 정도로 부정적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젊은이는 현 정부가 전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당사자인 위안부 의사를 안 물었다고 문제를 삼으면서, 왜 하키 남북단일팀 문제는 당사자인 여자 선수들 동의는 왜 안 구했냐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힐난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추진되자 선수들은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6일 저녁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장면(사진: 더 팩트 제공).

우리나라 2030 세대의 정치적 성향이 희한하다. 이들은 불공정한 사회 구조나 국가 정책에 민감하지만, 이들의 진보적 성향은 이념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이고, 이기적이며, 서구형 개인주의적이다. 예를 들어서, 이들은 보편적 복지를 좋아한다. 복지 혜택을 주려면 다 주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면 불공평하거나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청년 취업 수당을 좋아하고, 학교 무상 급식을 선호한다.

원래 사회과학의 ‘진보적 패러다임(갈등론이라고도 한다)’은 개인보다는 사회 중심적이며, 개인의 잘못보다는 구조적 문제에 관심이 많다. 또한, 점진적 개선보다는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보다는 근로자들의 권리와 소득 증대를 선호한다. 이런 진보적 관점과 최근 한국 젊은이들의 성향은 겹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들은 마르크스 이론이나 케인즈의 큰 정부론을 깊게 접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념 선상이 아니라 이해타산 차원에서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북한에 퍼주는 게 맞느냐는 의견을 보인다. 북한은 인권 탄압국이며 국제적 관점에서 독재국가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 판문점에서 자유를 찾는다고 총질당하고 몸에 기생충이 가득했다는 북한 귀순 병사에 우리 젊은이들은 같은 세대로서 동정심을 느끼는 듯하다.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때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일회용 생리대가 없어서 우리 측 관계자에게 광목을 구해달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본지 칼럼,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29)를 아는 우리 젊은이들이라면 이번에 오는 북한 측 여성들이 생리대는 제대로 준비해 왔는지부터 궁금해 할 것 같다.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축구 경기가 열린 2017년 4월 7일 오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북한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젊은 세대는 각자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데 부모 잘 만나 저만치 앞서서 달리는 동년배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젊은이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헬조선’과 ‘금수저 훍수저론’도 결국은 ‘That’s not fair’에서 비롯됐다.

우리 사회에는 오래 전부터 주사파, 종북, 반미, 친중, NL(National Liberation의 약자로 1980년대 민족해방론자들을 지칭), 친김구 반이승만 세력이 있다. 진보 세력들이다.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 사건,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이 연이어 터지자,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때 노회찬, 심상정 등은 종북 색깔을 줄인 진보 정당인 정의당을 만들었고, 이석기, 이정희 등은 친북적인 색채를 유지한 통진당(통합진보당)을 지키다가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을 맞았다.

군대 갈 예정이거나 막 갔다 온 젊은이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싫어한다. 전쟁이 나면, 현역이든 예비역이든 자기나 친구들은 곧장 전쟁터로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1월 9일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전망을 12일과 13일에 걸쳐 조사했더니, 20대 응답자들은 27.9%가 남북관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69.4%가 긴장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50대 응답자는 41.5%가 남북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반면, 54.1%가 긴장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젊은 세대의 긍정적 대북관이 50대보다 낮았다.

이런 2030의 정치 성향은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 모두에게 큰 숙제를 내주고 있다. 정치는 진보든 보수든 사회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2030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다. ‘나만 빠트리지 말라’며 “That’s not fair”만 외친다. 그들은 누구 편일까? 누가 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까? 이들을 달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발행인 정태철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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